불법 'QR'코드...대선 사전투표지에 또 넣는다...시민단체 행정소송
이미현 교수 “선관위, 바코드 쓰라는 선거법 어겨 의혹 자초”
3월 9일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투표용지에 QR코드를 넣기로 하면서 2020년 4·15 총선에 이어 또다시 법정 공방의 불씨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선 총선 당시 “사전투표에서 유권자가 누굴 찍었는지와 상관 없이 투표용지상 QR코드에 미리 입력된 정보대로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부정이 일어난 게 아니냐”라는 부정선거 의혹으로 전국적으로 총선 무효 소송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민경욱 당시 미래통합당 전 의원(인천연수을) 등 청구인들은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 불법 사찰할 목적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QR코드를 사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2014년부터 사전투표 용지에 QR코드…오는 대선도 마찬가지
1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20대 3·9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같은 달 4~5일 사전투표를 진행하면서 투표용지에 고유의 일련번호를 나타내기 위해 QR코드를 사용할 방침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일반투표에선 투표관리관이 선거인에게 투표용지를 배부하면서 붙어 있던 일련번호지를 뗀다. 선거인은 기표 후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다. 그러나 사전투표에선 일련번호가 포함된 투표용지를 교부하게 돼 있다. 선거인은 기표 후 투표용지를 회송용 봉투에 싸고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이때 투표용지상 일련번호를 QR코드로 표기한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2014년 6·13 지방선거 때부터 사전투표 용지의 일련번호 표기를 QR코드로 하고 있다. 해당 QR코드에는 일련번호와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명이 담기게 돼 있다.
2020년 총선서 부정선거 의혹 고조, 민·형사 소송 이어져
문제는 “사전투표 용지의 QR코드를 통해 투표 결과가 조작되는 게 아니냐”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권자의 기표 내용과 무관하게 사전에 QR코드에 입력돼 있는 정보대로 투표 결과가 조작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유난히 2020년 21대 총선에서 의혹이 잇따랐다. 당시 선거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나자 민경욱 의원 등 낙선자와 더불어 일부 유튜버, 커뮤니티, 언론을 중심으로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고 각종 민·형사 소송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선 “QR코드를 통해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 파악되고 비밀투표의 원칙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선관위는 “모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민 전 의원 총선 무효 소송과 관련해 지난해 6월 재검표를 실시한 결과 QR코드 관련 부정선거로 의심할 만한 사전투표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 관련한 선거 무효 소송 선고는 현재까지 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사전투표 용지에 QR코드를 사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라는 지적도 꾸준하다. 공직선거법 151조 6항을 보면 “사전투표소에서 교부할 투표용지에 인쇄하는 일련번호는 바코드(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의 기호를 말한다)의 형태로 표시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는데, QR코드는 바코드와 엄연히 다르다는 비판이다.
바코드는 가로 배열에 최대 20여 자의 숫자 정보만 넣을 수 있는 1차원적 구성이다. QR코드는 가로·세로를 활용해 숫자는 최대 7089자, 문자는 최대 4296자를 기록할 수 있는 2차원적 구성이다.
이를 두고 선관위는 “QR코드는 바코드의 일종으로, 2차원 바코드”라는 입장이지만, 법에 명백히 ‘막대 모양의 기호’여야 한다고 적시된 만큼 “QR코드가 아니라 바코드를 써야 한다”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이미현 교수 “선관위, 바코드 쓰라는 선거법 어겨 의혹 자초”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가 대놓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해오고 있다”라며 “법이 ‘넓은 의미의 바코드에 속하면 아무거나 사용해도 좋다’라는 취지라면 굳이 ‘막대 모양의 기호’라는 부연 설명을 곁들일 이유가 없으므로, 선관위의 자의적 해석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관위가 관련 법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온갖 부정선거 의혹을 자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이달 4일엔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과 미래를 여는 청년변호사 모임(미래청변)이 사전투표 용지에 QR코드 사용을 금지하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내기도 했다. QR코드 사용을 옹호하는 쪽에선 “공직선거법에서 막대 모양이 아닌 바코드도 쓸 수 있도록 바꿔 논란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선관위는 바코드 대신 QR코드를 사용하는 이유로 투표용지 훼손 시 인식률이 우수하고, 담고 있는 정보 대비 인쇄 면적이 작다는 점 등을 지목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바코드를 사용하면 막대 모양이 숫자 1과 유사해 특정 후보자의 기호를 연상시킬 우려가 있다”라고도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중앙일보
자유대한호국단은 4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선거 투표용지 QR코드 사용, 코로나19 자가격리자 거소투표 등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집행정지 신청과 취소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직선거법에서 거소투표가 가능한 자를 병원·요양소·수용소·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기거하는 사람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자가격리자는 거소투표를 할 수 있는 법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전선거 투표용지에 바코드가 아닌 QR코드를 사용하기로 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침이 비밀투표 원칙을 깨는 데다 보안상 문제가 있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대한호국단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투표용지에 인쇄하는 일련번호는 바코드의 형태로 표시해야 한다"며 "QR코드는 그 자체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QR코드를 통해 누가 투표지에 누구를 찍었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 18시 이후 밀접접촉차 임시기표소 투표 철회 ▲ 임시사무소 182곳 설치 취소 ▲ 투표관리관 도장 위조 방지를 위한 관리관 개인별 도장 사용 등을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우성 기자 65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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