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5년, 무너진 60년 원전사업 ②] ‘인재 대탈출’...원자력 박사는 대기업行, 엔지니어는 세무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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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5년, 무너진 60년 원전사업 ①] 해외원전 수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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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5년, 무너진 60년 원전사업 ③] 美·日 고속원자로 손잡아...점점 소외되는 한국 원전 米の小型原子炉などの実証事業に技術協力へ 萩生田経産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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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수주 능력 상실

(편집자주)

 

2017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해 원자로 설계 연구를 해온 A씨는 작년 초 다른 정부 출연 연구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 A씨는 원전과 관련 없는 기계 연구만 하고 있다. 차세대 원자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A씨는 연구 인력과 예산이 감축돼 1~2년 내 프로젝트 정리 방침이 굳어지자 미련을 완전히 버렸다고 한다. 그는 “(정치적) 외압에 연구가 엎어지는 것을 보니 회의감이 심했다”며 “12년 공부한 전문 지식이 무용지물이 되니 마음이 많이 쓰리다”고 했다. 원전 부품사 S사의 김모 부사장은 “5년 탈원전으로 부품과 자재만 사라진 게 아니다. 우리 회사 직원은 120명에서 40명으로 줄었다”며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장인(匠人)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해 마음이 착잡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탈원전 5년, 무너진 60년 원전사업 ②] ‘인재 대탈출’...원자력 박사는 대기업行, 엔지니어는 세무사로..
지난해 12월 13일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 내 신한울 3~4호기 건설부지에 기둥만 세워져있다.기둥 뒤로 신한울 1~2호기가 보인다./김동환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5년 동안 원전 기술자들이 능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다른 진로를 택하거나 해외 원전업체로 이직하는 엑소더스(Exodus) 현상이 계속됐다. 원전 인력 이탈은 우리나라 60년 원전 기술과 노하우를 사라지게 하고, 산업 생태계 붕괴를 가속할 수 있다.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 공기업 3사, ‘그만둘래’ 5년 새 58% 증가

카이스트에서 학·석·박사까지 12년간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박모(31)씨.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이 그의 연구 분야였다. 2019년 박사 학위를 받은 박씨는 미련 없이 대기업에 취직했다. 지금은 반도체 생산 공정 개발 업무를 한다. 그는 “탈원전 정책으로 전공인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중단됐고, 원전 연구소도 자리가 거의 없더라”라고 말했다.

 

 

 

2006년 국내 한 원전 기업에 원자로 관련 엔지니어로 입사한 최모씨는 2017년 회사를 그만두고 세무사 자격증을 따 2019년 세무법인을 개업했다. 최씨는 “원전에 애정도 많았고 보람도 컸지만, 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려웠다”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두게 됐다”고 했다.

 

9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원전 공기업 3사인 한수원·한전KPS·한전기술의 2016년 자발적 퇴직자는 146명이었다. 지난해는 231명으로 5년 사이 58% 증가했다. 탈원전 5년 동안 1189명이 사표를 썼다. 원전 정비 공기업인 한전KPS의 경우 2015~2016년 자발적 퇴직자가 40~50명 선이었지만 2018년부턴 매년 100명이 넘었다. 2017년 이후 한전KPS 퇴직자 중 15명이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관련 회사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원전 공기업에서 근무하다 4년 전 UAE로 회사를 옮긴 B씨는 통화에서 “100여 명 정도의 한국 기술자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꾸준히 옮겨 오고 있는데, 젊은 세대도 20~3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원전 안전 인력까지 줄어

원자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원전 산업체 인력은 2016년 2만2355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후 2019년 1만9449명으로 13% 감소했다. 대표적인 원전 기업인 두산중공업의 원전 인력도 2016년 1857명에서 2021년 2월 1193명으로 줄었다. 원전 건설에서 전기를 담당한 한 업체 직원은 “탈원전으로 신분이 불안정해지니 숙련공들은 일감이 없어 떠나고 새로 일을 배우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탈원전 5년, 무너진 60년 원전사업 ②] ‘인재 대탈출’...원자력 박사는 대기업行, 엔지니어는 세무사로..
그래픽=김현국

 

정부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안전은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자력 안전 분야 인력 역시 2016년 4938명에서 2019년엔 4651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원전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신규 채용도 줄고 있다. 공기업 공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한수원 등 원전 관련 공기업·연구 기관 10곳의 신규 채용은 2016년 1452명에서 2020년 1093명으로 25% 감소했다. 작년 3분기(1~9월)까지 657명에 그쳤다. 원전 관련 기업들의 신규 채용도 2019년 7874명에서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816명과 724명으로 10분의 1 토막 날 것으로 예상됐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인력 공급이 어려워지면 설령 정부 정책 방향성이 바뀌더라도 단기간 내에 인프라와 기술력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재희 기자

이기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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