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원자재 가격이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물가상승률 3.7%에 오르는 원자재 가격
철골, 80만원→125만원..철근 톤당 35만원 ↑
대형보다 중견·중소 건설사에 직격탄 우려
건설사들이 내년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산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11월 물가상승률이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요 원자잿값이 무섭게 상승하고 있지만, 정부가 기본형건축비의 조정범위를 5% 이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형건축비는 분양가상한제에 의해 정부가 민간 아파트를 분양할 때 공개하는 표준건축비의 한 부분이다. 택지비와 가산 비용을 제외한 건축공사에 드는 비용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세계적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철근과 철골, 콘크리트, 시멘트 등 원자재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다.
철골의 경우 지난 6월 톤당 80만원에서 최근 125만원까지 50% 넘게 치솟았다. 철근도 비슷한 기간 톤당 30만~35만원 상승했다. 지난 1분기 ㎥당 6만7700원이었던 레미콘은 4분기 현재 7만1000원으로 뛰었다. 업계에서는 레미콘 가격은 지속해서 상승해 내년 12월이면 7만2700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로 쓰이는 내장재인 마루판과 석고보드도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산 마루대판의 ㎥당 가격은 600달러였다. 하지만 현재는 950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건설사들은 원자재값 상승이 공사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호소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9월 국토교통부 공시에서 기본형건축비를 3.42% 인상했지만, 현장이나 설계 부서에서는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원자재값 상승은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견이나 중소형 건설사들에 직격탄이 된다. 대형사들은 보통 대규모의 연간 단위 자재 공급 계약을 통해 변동성을 일부분 헤지(hedge) 하지만 중견·중소건설사들은 '시가'에 맞춰 자재를 수급하다 보니 건축비가 요동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값이 무섭게 뛰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소 규모 회사로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계절적 비수기가 끝나는 내년 봄이면 상승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혹한을 앞둔 현재는 건설업계에서도 비수기여서 수급 상황이 좋다는 설명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절적 비수기라 자재 가격이 그나마 안정적으로 보일 여지라도 있지만, 내년 초 해빙기에 접어들면 자재값 폭등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와 전문가들은 기본형건축비의 조정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 연구위원은 "산업연간표에서 일반적으로 건설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전체 원가의 3분의 1 정도가 될 것"이라며 원자재값 상승의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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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근 자재값 상승폭은 지난 2008년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이라고 보인다"며 "기본형건축비를 5% 이내로 제한해놓은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분양가는 분상제로 틀어막아 놓고 물가와 인건비가 뛰는 것은 알아서 하라니, 내년 분양가 책정이 상당히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분양가 선정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기본형건축비는 매년 3월과 9월 국토부가 산정해 발표한다. 산정방식은 비공개다. 지난 9월 국토부는 3.42%를 인상한 바 있다.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maver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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