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중대재해법이 불러온 고용인력의 위기...산업용 로봇 투입 가속화하는 건설현장

 

중대재해법 후폭풍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예정된 가운데 산업재해 사고가 많은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산업용 로봇을 건설 현장에 투입하고 나섰다. 안전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의 책임 처벌을 막겠다는 포석이지만 건설 업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법 시행에 따라 건설 현장의 고용인력 감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회사들에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 가운데 서울 중구 필동의 한 건물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21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회사들이 내년 초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로봇 도입을 대거 확대하고 있다. GS건설은 시범 운영했던 보행 로봇(스팟)을 내년 상반기부터 아파트 건설 현장과 인프라스트럭처 공사장에 확대 배치할 예정이다. GS건설은 앞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을 건설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한 실증시험에 성공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유해가스 등이 많은 위험 지역에 로봇을 보내 통신이 가능하게 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공정·품질 현황 검토, 현장 안전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로봇은 다리가 4개여서 건설 현장에서는 '로봇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GS건설 이외에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현장 투입을 전제로 실전 테스트를 전개하고 있다.

 

GS건설이 최근 현장에 투입한 4족 보행 로봇`스팟`. [사진 제공 = GS건설]

 

현대건설도 올해 초 자체 개발한 무인 시공 로봇을 내년 상반기부터 건설 현장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이 로봇은 근로자가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리프트에 올라가서 하는 천장 드릴 타공 작업을 대신 수행한다. 이 로봇은 향후 페인트, 용접, 조적(벽돌 쌓기) 작업 등에도 확대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향후 1~2년 내 모든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역시 지난 5월부터 터널 공사에 무인으로 작동하는 자율 보행 로봇을 이용해 터널 내부의 시공 오류, 균열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 로봇은 터널 발파 작업 직후 인력이 투입되기 전에 낙하 위험이 있는 암반 등 위험 요소를 미리 확인해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삼성물산도 이중 바닥 공사를 할 때 상부 패널을 덮는 위험한 작업을 담당할 '액세스 플로어' 시공 로봇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협력사와 함께 1년 넘게 개발한 이 로봇은 이미 지난달부터 충남 아산 디스플레이 현장에 도입돼 운영되고 있고, 이달 말 평택 반도체 현장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과거 작업 현장에서는 바닥으로부터 최대 6m 이상 높이에서 시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작업자 추락 등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번 로봇 도입으로 이 같은 위험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건설사들이 로봇들을 공사 현장에 집중 투입하는 데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이 큰 영향을 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법이 시행되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에 로봇 도입을 서두른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근로자가 최근 현장에 투입된 로봇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건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로봇 도입을 확대해나갈수록 전문 기술자들의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법 시행이 의도치 않게 일자리 감소를 유발하는 역효과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처벌을 놓고 건설업계 노조 간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쌍용건설 노조와 GS건설 노조는 각각 지난달 8일과 20일 건설기업노조를 탈퇴했다. GS건설 노조와 쌍용건설 노조는 중대재해법 사전 예방에 초점을 뒀지만, 건설노조 측은 경영책임자 처벌에 중점을 두면서 양측은 갈등을 빚어왔다.

[박준형 기자 / 연규욱 기자]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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