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시장은 왜 잡음이 끊이지 않을까
태양광 시장에서 잡음 끊이지 않는 이유
태양광과 보조금 리스크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의 임금체불 논란이 뜨겁다. 그가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임금노동자의 권익을 강조해야 할 그가 자신의 사업장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운동권 출신의 일탈 의혹’만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태양광 산업이 안고 있는 고질병을 짚어봐야 한다. 태양광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보조금’을 고찰하자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태양광 시장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취재했다.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의 임금체불 논란은 태양광 산업의 병폐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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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4일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직원 40여명의 임금을 수년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유명한 운동권 출신 인사가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 직원들의 임금을 더 줘도 모자랄 판에 체불했다는 사실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의 임금체불 사건을 보면 다양한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흥미로운 건 의문의 꼬리를 물다보면 태양광 산업의 이상한 구조가 눈에 띈다는 거다.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허 전 이사장이 왜 임금체불을 했을까 하는 거다. 녹색드림의 재무상황을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NICE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녹색드림의 매출은 45억원, 영업이익은 8518만원, 영업이익률은 1.89%였다. 2017년엔 매출이 37억4000만원, 영업이익이 1549만원, 영업이익률은 0.41%였다. 2016년 영업이익률은 -2.5%였다.
매출이 늘면서 재무상황이 개선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전까지는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그래서 허 전 이사장이 “5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고의로 체불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근거는 후자쪽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이 하도급 문제로 2019년에 사업에서 배제되기 전까지 꾸준히 서울시의 미니태양광(가정용) 설치업체로 선정됐다는 점이다.[※참고 : 물론 녹색드림은 특혜로 일감을 따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사실은 아니니 논외로 치자.]
지자체가 선정하는 설치업체가 된다는 건 지자체의 주택ㆍ건물 태양광 보급사업 등에 참여해 보조금(정부+지자체)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태양광 설치사업은 설치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향후 AS도 함께 고려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무상황은 중요한 선정 기준 중 하나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도 “재무상황을 함께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좀 더 들어가보자.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녹색드림이 지자체의 태양광 보급사업 참여업체에 선정됐다는 건 두가지 의미를 지닌다. 에너지공단과 지자체가 소비자 편익의 관점에서 업체를 제대로 선정하지 않았거나 혹은 다른 업체들은 녹색드림보다도 더 열악한 상황이거나다.[※참고 : 이런 추론만 해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설치업체를 1차적으로 선정하는 에너지공단조차 설치업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아서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영세한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태양광 설치 시장은 왜 이렇게 영세한 업체들의 각축장이 된 걸까. 답은 간단하다. 돈이 없어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설치업체로 선정된 후 사업을 따내기만 하면 보조금을 받아 운영할 수 있다. 한때 업계에서 이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된 것도 이 때문이다.
빚으로 만들어지는 태양광 사업
지자체가 설치 단가를 높게 잡아주면 더할 나위 없다. 실제로 2018년 한 지자체에서는 주택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설비단가를 800만원(보조금 약 400만원+자부담 약 400만원)으로 책정한 적이 있다. 그러자 “자비로 해도 300만원 이내면 충분한데, 자부담이 훨씬 높은 보조금 사업을 굳이 해야 되느냐”면서 단가 책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올라오기도 했다. 그 많은 보조금은 업체의 수익으로 돌아갔을 게 뻔하다.
물론 설치업체가 보조금을 받는 사업자로 선정되려면 이력이 있어야 유리하다. 하지만 문제될 게 없다. 보조금은 설치시장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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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자기 주택이나 건물 혹은 땅에 태양광 설비를 놓으려는 사람 A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정부는 생산ㆍ시설 자금으로 비용의 90% (중소기업 기준ㆍ중견기업은 70%, 대기업은 40%)까지 지원을 해준다. 연이율은 1% 후반대다.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 사업이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지원금 규모만 2370억원이다. 건설시장의 후분양제와 구조가 똑같다. 일단 지어놓고, 운영당사자가 차근차근 돈을 갚는 구조다.
설치업체는 “태양광 발전사업을 해보라”면서 영업을 할 수도 있다. 어차피 발전사업은 전기를 생산하기만 하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받아 판매할 수 있다. 계약시장(20년간 장기공급계약을 맺는 시장ㆍ2017년 이전에는 12년)에 내다 팔면 고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말하자면 보조금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영업을 하는 거다. 허언이 아니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태양광 발전사업이 ‘돈이 된다’면서 사업자를 모으는 글들이 무수히 많다.
혹자는 “계약시장에서 팔지 못하면 현물시장(계약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의 매매시장)에서 팔아야 하는데, 2017년부터 최근 3년간 현물시장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니 그런 영업이 통하겠느냐”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생계형 발전사업자들이 꽤 타격을 입었다.
다만 이런 상황이 닥치면 업계가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벌써 “정부가 일부 기업에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량 시스템(RPS)의 20% 이내에서 3년가량 이행의무를 유예하는 특혜를 줘 현물시장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면서 “특혜를 없애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태양광 업계에서 오래 몸담은 한 관계자는 이렇게 항변했다. “혹자는 충실히 사업을 하고, 혹자는 보조금에 기대 사업을 하는 이들도 있을 거다. 그런데 후자는 자연 도태된다. 장사를 제대로 못하는 자영업자가 있다고 해서 자영업 자체를 뭐라 할 수 없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보조금에 기댄 태양광 산업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시장에서 알아서 걸러질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시장이 안착될 때까지 이유 없이 국민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건지 의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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