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원전건설 버리고 20조 해체산업 키운다는 정부..."왜 국민 여론 외면하고 강행하나"
탈원전 역설...500조 원전건설 버리고 20조 해체산업 키운다는 정부
정부의 급진적 탈(脫)원전 정책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중단되고 해외 수출이 막히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원전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자 정부는 원전해체 산업 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원전 해체 산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데다가 규모가 작아 기존 산업을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원전 전문가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주요 원전 협력업체가 일감이 없어 문을 닫으면, 원전 생태계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의 추세는 '원전 재건'
(케이콘텐츠편집자주)
지난 2017년 6월 19일 40년의 운영을 마치고 영구정지에 들어간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전경. / 한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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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건설 500조 vs 원전해체 20조…"시장 규모 턱없이 작아"
원전 산업은 원자로 설계부터 원전 건설, 운전정비, 수명연장, 해체, 폐기물 관리까지가 전(全)주기다. 국내 원전 산업은 선행핵주기(건설·운영)에 강점을 지니고 있고, 후행핵주기(해체·폐기물관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국내 후행핵주기 역량을 강화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원전해체가 기존 원전 건설·운영 산업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미래 먹거리’라고 하기에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국내 원전 건설·운영이 500조원 규모라면 원전해체는 20조원"이라며 "원전해체는 원전 건설과 운영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과정이지 별도의 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글로벌 원전해체 산업 규모가 향후 100년간 549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원전해체의 경우 해외 수출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원전 업계 한 관계자는 "난이도 높은 원전 건설과 운영은 기술력 있는 해외 기업에 맡길 수 있지만, 자국 원전해체를 해외 기업에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상업용 원전해체 경험 전무…핵심 기술 13개 미확보
원전해체 산업이 자리잡기까지 갈 길이 멀다. 원전해체와 관련 한국의 정량적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82%로 추정되지만 상업용 원전해체 경험이 전무해 실제 격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원전해체 핵심 기술 확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관련 전문 인력, 제도 등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가 지정한 해체 상용화 기술 58개 중 13개(22.4%)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13개 미확보 기술 대다수가 핵심 기술로, 위험 요인 없이 안전하게 원전을 해체하고 제염 작업(방사능 제거)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의원실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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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존 원전 건설·운영 재직인력을 해체 인력으로 전환해 인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 이후 전문 인력이 대거 이탈하고 원자력을 전공하겠다는 대학 신입생이 줄어들면서 ‘지식의 연결성’이 끊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30년 원전 해체산업 필요인력은 2600명으로 예상되는데 지난 9월 기준 공공기관의 해체 전담인력은 264명에 그쳤다.
민병주 한국원자력학회장은 "후행핵주기 예산 투자는 하되 선행핵주기 산업을 유지하도록 지원해야 서로 보완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며 "두 분야가 연결되기 때문에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 원전해체 기술개발도 늦춰질 수 있고, 국내 원전 산업은 절름발이형 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핵심 원전 해체기술을 확보하려면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사이 일감이 떨어진 원전 협력사들은 도산 위기에 처했다. 국내 대표 원전 기업인 두산중공업 (6,270원▲ 30 0.48%)의 경우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만 7조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의 460여개 협력업체는 매출이 급감했고, 당장 내년에 문 닫는 기업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탈원전반대 서명 50만 돌파 국민보고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선일보DB
정부 "2020년대 중반까지 선진국 수준 원전해체 기술 확보"
국내 원전해체 기술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려면 최소 6~7년은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에 들어가면서 원전해체 노하우를 쌓은 뒤 3~4년 뒤인 2026년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원전해체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회의 부회장은 "난이도가 높은 원전 건설과 운영에 전문성을 보유한 국내 원전 업계가 원전해체 기술을 확보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며 "원전해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구체적인 수출 방안, 원전해체 연구소 설립 계획을 오는 12월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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