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암초 만나는 신재생에너지
곳곳에서 암초 만나는 신재생에너지
핵심 장비 ESS 화재·해상풍력 어민 반발 등 문제 줄이어
지난 2017년 11월 부상자 118명과 이재민 1800명을 발생시킨 포항 지진(규모 5.4)이 지열발전소 때문에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신재생에너지가 ‘깨끗한 에너지’라고 알려져 있지만, 위험의 형태가 바뀌었을 뿐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태양광발전소 등의 필수 기자재인 ESS(대용량전력저장장치)는 화재가 잇따랐고, 대규모 풍력발전소 건설 계획은 부지 인근 어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연합뉴스TV
정부조사연구단, "포항지진 원인은 지열발전"···정부 상대 수천억대 소송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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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가 신재생에너지가 결코 ‘깨끗한 에너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열을 빼서 쓰면 지각에 영향을 주는 것이고, 이는 풍력과 태양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환경친화적이라는 이유로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은 연료를 태우거나 원자를 붕괴시켜 발생하는 열 에너지로 터빈을 돌리는 ‘공장’에 가까웠다. 온실가스, 방사능 등 기존 발전소의 환경 문제는 대규모 열 에너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의 빛 에너지를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 전기로 바꾸거나(태양광 발전), 바람의 힘으로 터빈을 돌리거나(풍력 발전), 또는 자연력을 활용해 발전기를 구동시키는 것이다. 기존 발전 방식과 달리 대규모로 열 에너지를 만들 필요가 없어 친환경적이라는 게 신재생에너지 옹호론자들의 논리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신재생에너지도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원이 아니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단지 위험의 종류가 바뀌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지난 1월 전남 완도의 한 태양광 발전소에서 에너지저장장치에서 원인을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발전소가 불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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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발전소의 경우 값싸게 발전소를 짓기 위해 언덕에 숲을 밀고 발전기를 설치하면서 지난해 잇따라 산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산지(山地) 태양광 억제 책을 내놓았다. 산사태 문제가 잦아들자 이제 ESS 화재가 잇따랐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전력 생산량이 기상 여건에 따라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전력을 저장했다 빼내는 대형 축전지인 ESS를 함께 설치해야 한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ESS 화재가 20여건 발생하자, 정부는 ESS 가동을 중단 시켰다. 그리고 5월까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풍력 발전은 대규모 발전을 위해 해상 풍력 건설 계획이 추진되면서, 연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울산시는 생산이 끝난 동해 가스전에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짓겠다고 지난해 발표했는데, 1월부터 인근 어민들이 집단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울산 방어진 위판장에서 팔리는 수산물의 80%이 동해 가스전 인근 어장(漁場)에서 잡히고 있다. 발전기 건설 과정에서 어장이 파괴되면 어획량이 급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울산, 경주, 부산 지역 어민 단체의 주장이다.
세종=조귀동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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