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폭발 영화 '판도라' 보고 감동받았다는 분들, 정말 기가 막혀"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 후폭풍
'신고리 중단' 나홀로 반대
조성진 경성대 교수의 격정 토로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과학과 교수(한국수력원자력 비상임이사·사진)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탈원전은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버리는 것이다. 매국과 같다”고 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선 “우리나라의 땅과 바람 등 환경 조건을 생각하면 어림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앞에서 “건설 중단에 결사
반대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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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지난 14일 한수원 이사회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에 유일하게 반대했다. 그는 “원자핵 분야뿐만 아니라 20년 이상 신재생에너지 분야 연구와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 비상임이사 7명 중 에너지 분야 전공자는 조 교수뿐이다.
한수원이 날치기로 신고리 5·6호기를 중단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한수원 측은 신고리 5·6호기 일시 중단이 국무회의 논의 사항이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으로서 따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공론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고 비상임이사들을 설득했다. 비상임이사들은 그러나 ‘날치기는 안 되니 다음주 서울에서 정식으로 다시 이사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럼에도 그날 안건을 통과시킨 이유가 뭔가.
“한수원 노조가 전임자도 있지만 직원이 대부분이다. 이사회 때문에 본관 점거하고, 끝나면 다시 가서 일을 해야 하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쉬지 않고 일하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나. 이사회는 그것까지 생각해야 했다.”
신고리 5·6호기 영구 중단 결론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영구 정지도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그 문제는 분명히 짚고 가자고 했다. 상임이사들이 영구 정지 결론이 나오면 막겠다고 했다. 비상임이사들도 반대하겠다고 했다. 이구동성으로 그랬다. 이런 논의는 당일 의사록에도 기록돼있다. 나중에 확인도 가능하다.”
원전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가 뭔가.
“지금 우리나라가 차세대 원자력, 핵융합로 연구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30년이 되면 핵융합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금 탈핵을 하면 아무것도 못 건진다. 원전 기술 버리자는 게 매국이다. 앞으로 나라 먹고사는 게 거기 달려 있다.”
핵융합발전이 왜 중요한가.
“핵융합로 1개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전 24개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한다. 핵융합발전은 방사성폐기물도 남기지 않는다. 우라늄을 아예 쓰지 않기 때문이다.”
‘원전 마피아’들의 주장이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원자핵 같은 첨단과학 분야는 20~30년 넘게 연구한 사람들의 지식과 지혜를 믿어줬으면 좋겠다. 중환자실 환자를 국민들이 공론화해서 살리자고 하면 살아나나. 숙련된 의사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투표로 결정할 수 있나.”
원전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데.
“작년에 개봉한 영화 ‘판도라’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분들, 정말 기가 막힌다.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마치 과학에 근거한 것처럼 했다. 작년 한수원 이사회에서 판도라 영화 관계자들을 고소하자고 했다.”
원전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되지 않나.
“신재생에너지 연구도 20년 이상 했다. 신고리 5·6호기 발전용량이 2800㎿다. 그 정도 발전을 태양열과 풍력으로 하려면 10배 더 큰 용량을 갖춘 시설을 지어야 한다. 태양열이나 풍력으로는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전기가 원자력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소를 많이 지으면 될 문제 아닌가.
“그 많은 태양전지판을 어디다 깔아 놓나. 스페인 세비야 근처에 위성사진에도 찍힐 정도의 수㎞ 길이 태양전지판이 있다. 그걸 가지고도 간신히 50㎿ 정도 생산한다. 2800㎿ 채우려면 전국 논밭에 태양전지판을 다 깔아야 한다. 그럼 국민들은 무엇으로 먹고사나.”
풍력발전소는 어떤가.
“풍력발전기 한 대가 2㎿ 정도 생산한다. 신고리 5·6호기 용량만큼 발전하려면 1400개를 더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전국 산꼭대기마다 다 세워야 한다. 또 하나 짓는 데 40억원이 넘게 든다. 그런 비용은 왜 계산 안 하나.”
정부가 돈을 더 들이면 될 일 아닌가.
“작년에 제주도에 태풍이 와서 풍력발전기 날개가 떨어져 날아다닌 것을 못 봤나. 그게 세계 1위 풍력발전기업체 덴마크의 베스타스가 만든 거다. 유럽은 바람의 방향이 일정해서 괜찮다. 우리는 앞뒤, 양옆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친다. 환경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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