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온난화 막는 청정에너지"...원전에 올인하는 미국


美 "원전 빼면 청정에너지 완성 불가능"… 22기 새로 짓는다

美, 오바마때 '건설 확대' 돌아서… 내년 원전 연구소에 1조원 지원

과학·경제성 따져보니 "다시 짓자"

"환경론자냐 개발론자냐 해묵은 논쟁에 더 갇혀선 안돼"

오바마, 2010년 원전 승인 재개

트럼프 행정부 "에너지 패권 지켜라"

"첨단 원자로기술이 게임 체인저… 원전계획 가져오라, 허가해준다"


세계는 원전 재개 붐 

한국만 역행


    미국 하원 세출(歲出)위원회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원전(原電) 연구 기지인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의 내년 예산으로 9억6900만달러(약 1조1000억원)를 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제안했던 것보다 2억6600만달러(약 3000억원)나 증액된 금액이다. 이 예산 중엔 미국 에너지부가 차세대 핵심 기술로 주목하고 있는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비용 6000만달러가 포함됐다.


미국 테네시주 와츠 바 원전 1·2호기 모습. 1973년 2호기 공사를 시작했지만,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여파로 1985년 공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2008년 공사를 재개했으며 작년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미 테네시계곡개발청


'누스케일발전'(NuScale Power)이라는 민간 회사가 주도하는 이 소형 모듈 원자로는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재 펌프 등 원전 사고의 원인이 되는 주변 기기를 하나의 압력 용기에 넣어 안전성을 대폭 높인 차세대 원자로이다.


미국은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에서 노심이 용해되는 대형 사고를 겪었고, 당시 지미 카터 행정부가 신규 원전 허가를 중단했다.


그러나 31년 후인 2010년 같은 민주당 정권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신규 원전 허가를 재개했다.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면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런 원전 정책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주도하는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원자력을 빼고는 미국의 깨끗한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지 않는다"며 "원전을 다시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로 그날이다.


미국 원전 정책의 결정 기준은 '과학'과 '경제성'이다. 스리마일 사고를 겪었지만, 이 사고의 원인이 관리 부실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자, 안전 대책을 대폭 정비하고 원자로를 다시 재가동했다. 그중 일부는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또 40년이었던 원자로 사용 연한을 60년으로 늘리고 80년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안전은 '과학'으로 확보하고, 경제성이 있다면 계속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온난화 막는 청정에너지"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30여 년간 중단됐던 새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원전 건설 복귀 선언은 같은 민주당 정권인 카터 행정부의 방침을 돌려놓는 것으로, 당시 원전 건설을 주장하던 존 매케인 상원 의원 등 공화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미국 경제와 안전, 지구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좌파냐 우파냐' '환경론자냐 개발론자냐'는 해묵은 논쟁에 더 이상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환경론자인 그가 '정치 이념'에 연연하지 않고 원전을 택한 것은 '과학'에 근거한 것이다. 그는 "원전은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깨끗한 에너지이며 안전 문제는 과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성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 56기 가운데 21기가 중국에서, 6기가 한국에서, 그리고 5기가 인도에서 건설되고 있다"며 "우리가 원전 기술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이 기술을 수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나중에는 (이런 나라들로부터) 수입해야 할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원전 정책의 기준은 과학과 경제성

한때 '탈원전'을 선언했던 미국이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로(99기)를 보유하고, 전체 전력의 약 20%를 원자력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은 이렇게 '탈정치'와 '경제성' '과학'을 중심으로 한 원전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1979년 3월 스리마일 원전 사고 당시 미국 정부는 '과학'에 근거해 대응했다. 사고분석팀은 계기판의 오작동과 운전원의 실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는 이 결론을 바탕으로 방사선 차폐 강화, 원자로 냉각 시스템 보강 등 대책을 세운 후 원전 가동을 계속했다. 당시 129건에 이르는 신규 프로젝트는 모두 중단됐지만 건설 중이던 53기는 계속 건설했다. 신규 원전이 승인되지 않던 30여 년 동안에도 기존 원전에 대한 시한 연장은 계속돼 미국에서 원자력은 사라지지 않고 유지됐다.


미국은 1954년 제정된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에 의해 원전 가동 시한을 40년으로 규정했지만 1991년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심사를 거쳐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원전은 운영 시한을 20년 연장해주기로 했다. 현재 미국 원전 99기 중 88기가 60년 이상 가동 승인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 "에너지 패권 안 놓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전력 구성은 가스(34%)와 화석연료(30%) 등 재래 연료에 대한 비중은 높은 반면, 신재생에너지와 기타 에너지 의존도는 각각 13%와 3%로 아직 낮은 편이다. 2040년까지 전기 수요는 지금보다 2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기존 원전의 가동 연한을 늘리고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가스,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산업의 부활을 공언해왔지만, 원전 산업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페리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5일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에너지 지배력(dominance)을 가져야 한다"며 "(원전 등) 전력 관련 프로젝트를 가져오라. 허가해주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앞으로 첨단 원자로에 대한 연구가 (미국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첨단 원자로와 소형 모듈형 원자로 같은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일본 도시바에 인수됐다가 매각 시장에 나온 원전 전문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향방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페리 장관은 "웨스팅하우스가 계속해서 안정적인 미국 회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에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전 세계가 '탈원전' 선언의 이면에서 원전 기술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7/20170717001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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