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우주시대...주목받는 에너지는?
‘문명을 만드는 기술’로 불려온 건설은 사회의 존속과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핵심 역량과 기술은 어떠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요? 현대건설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이를 진단해보는 칼럼을 기획 연재합니다.
활짝 열린 우주시대
2022년 6월 21일 오후 4시.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누리호는 목표 궤도인 700㎞에 성능 검증 위성을 진입시켰고, 22일 오전 3시 2분 위성과 지상국의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실용 인공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되었습니다.
누리호 2차 발사가 지난해 10월 1차 발사와 가장 달랐던 것은 우리나라가 개발한 여러 우주기술을 검증할 실제 위성을 실었다는 점입니다. 그 안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3번째로 도전하는 기술도 들어있었습니다. 바로 우주 원자력 배터리입니다. 우리나라는 2031년 달에 보내는 착륙선에 원자력 배터리를 장착하기 위해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우주시대에 돌입하고 있는 셈입니다.
세계 3번째 원자력 전지 개발국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방출하는 방사선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여 전지로 이용하는 원자력 배터리는 낮과 밤이 각각 14일씩 이어지고, 밤에는 온도가 섭씨 영하 170도까지 떨어지는 달과 같은 우주공간에서 활용성이 높습니다. 원자력 배터리는 위성장비가 냉각되지 않도록 하며,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한 밤에도 최소한의 전기를 생산합니다. 원자력연구원 홍진태 박사는 “달착륙선이 원자력 배터리를 탑재하면 밤에도 임무를 할 수 있으며, 임무 기간을 2주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사된 누리호의 원자력 배터리에는 실제 방사성동위원소가 실리지는 않았습니다. 국제협약에 따라 지구 저궤도에 방사성 물질을 쏘아 올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자력연구원은 대신 방사성동위원소와 같은 정도의 열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넣었는데, 성능 시험이 성공하면 달 착륙선에는 실제 방사성동위원소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입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대한민국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자국 기술로 개발한 원자력 시스템을 우주로 쏘아 올린 세 번째 국가가 됩니다.
국내에서 발전소로 친숙한 원자력은 해외에서는 우주탐사에 먼저 활용됐습니다. 1977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발사한 무인 탐사선 보이저호가 대표적입니다. 태양에서 먼 곳으로 이동한다면 태양 전지판은 소용이 없습니다. 때문에 보이저호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 발전기(RTG)’라는 일종의 원자력 배터리의 힘으로 태양계 끝에서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열전 발전기: 다른 종류의 도체나 반도체의 양단을 접합하고 그 2개의 접합부에 온도 차를 주면 기전력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 발전기를 총칭하는 말. 열원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존재합니다.
열전 발전기는 열전소자(Thermoelectric Element)를 이용합니다. 방사성동위원소가 핵분열하면서 나오는 열로 전기를 만드는 이 장치는 목성 탐사선 갈릴레이호,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 화성 탐사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 등에 활용됐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손광재 박사는 “열전 발전 기술은 우주탐사와 국방, 심해 탐사 등에 두루 쓰이는 전략 기술”이라며 “어느 나라도 기술 이전을 하지 않아 독자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 기술은 우주 뿐 아닌 지구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는데 손 박사는 “원전 외부 전력공급이 끊어졌을 때 내부 정보를 파악하는 시스템도 열전 발전기로 가동할 수 있다”고 그 활용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군사위성의 순간이동도 원자력으로 해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처럼 우주개발 분야에서 두 국가의 관계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러시아가 고장 난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하자 미국은 군사위성을 보호할 기술을 모색하는 등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대안은 원자력이었는데 핵분열 에너지가 위성이 순식간에 궤도를 옮길 수 있도록 강력한 힘을 제공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군사위성에 소형 원자로를 싣고 순간 기동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자는 ‘원자력 열 추진’ 프로그램을 진행 중으로 이 프로젝트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과 *제너럴 아토믹스, *록히드 마틴 같은 민간 기업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블루 오리진(Blue Origin):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업체로, 2015년 자체 개발한 우주 여객선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 미국 군수기업 중 하나로 원자로, 항공기를 생산합니다.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Corporation): 항공우주장비 및 방위장치 제작을 담당하는 정부 대상 기업입니다.
원자력발전소는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나오는 열로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합니다. 반면 위성은 방사성동위원소의 열로 기체 추진력을 얻습니다. 핵분열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해 영하 253도로 냉각된 액체 수소를 기화시켜 분사하면 통신위성 궤도인 3만6000㎞까지 몇 시간 만에 이동이 가능합니다. 현재 위성이 같은 거리를 이동하려면 며칠씩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추진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군사위성의 경우, 자주 궤도를 바꾸고 크기가 작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넓은 태양전지판을 활용한 기존의 방식보다는 소형 원자력이 갖는 이점은 더욱 명백해집니다. 참고로 DARPA는 2025년 우주에서 원자력 열 추진 위성을 시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 방사성물질의 핵분열 에너지로 전기 생산 → 보이저호·큐리오시티 동력원, 한국 달 착륙선 도입 예정 / 원자력 열 추진 우주선 방사성물질의 핵분열 에너지로 수소 기화시켜 분사 → 블루 오리진, 록히드 마틴, 제너럴 아토믹스 등 민간 업체 참여 / 원자력 전기 추진 우주선 방사성물질의 핵분열 에너지로 전기 생산, 제논 가스 이온화시켜 분사 → 태양전지 없이 전기 생산해 심우주 탐사나 군사용 위성에 활용
우주탐사용 원자력 추진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7월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를 통해 제너럴 아토믹스를 포함한 3개 업체에 원자력 열 추진 우주선에 들어갈 원자로 설계를 발주했습니다. NASA가 2026년 시험 발사 예정인 파드메(PADME)란 이름의 원자로를 활용한 우주선이 완성되면, 화학연료를 쓰는 우주선보다 화성까지의 이동시간이 3개월이나 단축됩니다. 여기에 미 국방부는 전기를 만들어 이온 엔진에 적용하는 방식에도 태양 전지판이 아닌 소형 원자로를 활용할 계획을 발표해 앞으로 우주공간에서의 원자력의 활약은 더욱 다양화될 전망입니다.
달에 건설되는 원자력 발전소
미래에는 달에서도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로 생활을 하게 됩니다. 미국이 달에 원자력발전소를 세우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중단된 유인(有人) 달 탐사를 다시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2025년에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고, 2030년까지 우주인이 거주할 달 기지를 세운다는 청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나사는 이 달 기지 내에 원자력발전소를 세우기로 하고, 원자로 개발을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 맡겼습니다. 두 기관은 앞으로 10년 내 달에 태양과 상관없이 고출력 발전이 가능한 내구성 있는 핵분열 원자로를 세우게 됩니다.
아이다호 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달 원전의 세부적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가장 먼저 달에 설치할 원자로는 현재 지구에서 운영되는 원전처럼 우라늄 핵분열 반응에 기반을 둔 것으로, 로켓에 실어 달로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로켓의 화물 적재 능력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합니다. 4m×6m의 로켓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에 무게 역시 6000㎏을 넘지 않아야 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과 같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도 달 원전은 화성 탐사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중력이 약한 달에서 화성행 로켓을 쏘면 에너지가 훨씬 적게 들 것이기 때문에 달이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사의 우주기술미션 부문장인 짐 로이터는 “풍부한 에너지는 장차 우주탐사의 열쇠가 될 것”이라며 “핵분열 발전시스템은 달과 화성의 전력공급뿐 아니라 지구의 기술혁신도 촉진할 수 있다”고 원자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SMR, 우주기술로 발전 기대
국내 기업도 SMR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주 진출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회사 최초로 미국에서 SMR 상세설계에 참여하고 첫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개발에 참여하는 SMR-160 모델은 160㎿(메가와트)급 경수로형으로, 사막과 극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는 범용 원자로로 평가됩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테러 같은 위험 상황을 가정한 모의실험에서 안전성을 검증받아 미국 에너지부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 모델로 선정됐으며, 현대건설이 참여한 상세설계가 끝나면 미국 ‘오이스터 크릭’ 원전 해체 부지에 실제 배치될 예정입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원전 강국인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될 SMR-160으로 SMR 상용화가 속도를 낼 전망”이라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결합해 에너지 시장 게임 체인저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자신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과 홀텍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15개국 공동 진출도 검토하고 있어 날로 치열해지는 SMR 시장에서의 패권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은 곧 우주에서의 활용도 가시화를 앞두고 있어 장차 우주 역시 두 회사의 활동무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 이영완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동아일보와 동아사이언스를 거쳐 조선일보에서 19년간 과학기자로 일하다 지난 9월부터 조선미디어그룹 조선비즈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019년부터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과학기술부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한국과학기자협회 올해의 GSK 의과학 기자상,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창의보도상,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을 받았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NASA / 인포그래픽=김수정
현대건설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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