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GS건설, 싱가포르 ITTC 프로젝트 현장 VIDEO: MRT train testing facility to be fully operational by 2024
GS건설, 싱가포르 ITTC 프로젝트
[편집자주]
우리 건설사들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를 해외 시장에서 뚫은 저력이 있다. 역대 최대 716억달러를 수주한 2010년은 금융위기 직후로 국내 주택 시장이 휘청인 시기였다. 2014년까지 매년 600억~700억달러 수주고를 올려 창출한 국부는 경기 침체 파고를 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후 중국 신흥 건설사와의 경쟁과 산유국 경기 침체로 해외 수주액은 3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윤석열 정부는 연간 500억달러 해외 수주 회복을 위해 총력 지원을 예고했다. 금리인상으로 내수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시기, K-건설의 위기 돌파 DNA는 되살아날까. 세계 곳곳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건설사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두두두둥. 위잉위잉. 삐익삐익.'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차를 타고 약 40분 이동하면 서쪽 말레이시아 접경 지역인 텡아(tengah) 저수지 앞에 대규모 건설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축구장 76개를 합친 크기인 54만㎡의 광활한 부지에 타워크레인, 포크레인, 레미콘 등 수십 대 중장비와 1300여 명의 인력이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이곳은 GS건설이 맡은 종합철도시험센터(ITTC, Integrated Train Testing Centre) 현장이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지난 12일에도 공사는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날까지 공정률은 약 54%. 공사 전엔 골프장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곳곳에 철도 선로와 시험센터, 발전소 등 부대시설 건물이 외형을 드러내고 있었다. 실제로 첫 삽을 뜬 시점이 2020년 말인 점을 고려하면 2년도 지나지 않아 이뤄낸 성과다.
깐깐한 싱가포르 발주처의 선택...33년차 GS건설맨 현장 총괄
이 현장은 GS건설이 깐깐한 발주처로 소문난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TA는 이 공사 입찰 기준에 '적기에 제대로 준공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업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현장을 총괄하는 유병규 상무는 1990년 입사 후 33년째 한 직장에 몸담은 'GS건설맨'이다. 약 6년의 본사 근무 기간을 제외하면 25년 넘게 국내외 인프라 공사 현장을 누빈 베테랑이다. 현지인처럼 검붉게 그을린 피부에서 관록이 느껴졌다.
유 상무는 "난이도가 높은 공사지만 발주처와 약속한 공기를 준수하고 신속하게 성과를 내야 하는 프로젝트"라며 "현재까지 500만시간 무사고를 달성했는데, 준공까지 방심하지 않고 현장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에게 공사 현장 곳곳을 소개하면서 GS건설이 어떻게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했는지, 경쟁사보다 어떤 면에서 우위를 보였는지, 완공 후 싱가포르 철도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노후 열차 교체, 신규 노선 증설…싱가포르 8개 철도 노선 한 번에 책임진다
1987년 지하철을 처음 개통한 싱가포르는 풀어야 할 과제가 생겼다. 가장 오래된 남북선은 잔고장에 시달리는 노후 열차를 바꿔야 하고, 새로 짓고 있는 신규 노선에는 좀 더 빠르고 안전한 열차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6개의 도심철도와 개통을 앞둔 2개 노선에선 각기 다른 차량을 사용한다. 전원공급 방식과 차량 규격(3량~8량)도 다르고, 신호 체계는 3개로 나뉘어 있다.
GS건설이 시공 중인 ITTC는 이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이다.
ITTC는 각 노선에서 운행한 열차의 수리부터 신규 운행할 열차의 시험운전을 통한 성능 및 안전성 평가를 모두 수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인프라 공사로 꼽힌다. 싱가포르를 포함해 전세계에 6개 밖에 시설이 없는 이유다.
부지 내 선로 길이는 총 16.9km에 달한다. 서울역과 청량리역 구간(약 8km)을 복선으로 이은 길이와 비슷하다. 3개로 나뉜 트랙에서 열차의 △기본 성능 및 호환성 △내구성 △최고 주행 속도(최대 100km) 성능을 각각 평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관제센터, 열차 경정비와 전면 수리가 모두 가능한 워크숍, 전력공급시설, 변전소 등 10개의 부대시설도 동시에 짓고 있다.
당초 이 공사는 GS건설과 호주 업체가 경합했다. 발주처가 GS건설을 선택한 이유는 경쟁 업체보다 다소 높은 5500억원(6억3950만 싱가포르달러)의 공사비를 청구했음에도 '믿을 만한' 설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내구성을 실험하는 3km 선로 구간은 일부 탱아 저수지 위에 교량 형태로 짓는데 이를 반경(radius) 190m 구조로 설계했다. 최대 8량으로 예상되는 열차의 회전 곡률을 고려한 것이다. 4.8km 길이 성능 트랙도 부대시설과 인접한 일부 구간은 교량 구조물로 띄워서 완공 후에도 각종 설비와 차량 진출입이 용이하도록 했다.
이 같은 섬세한 설계는 앞서 GS건설이 국내 최초로 충북 오송에 지은 철도종합시험선로 수행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GS건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적화된 설계를 위해 현지 업체(Arup)와 입찰 단계부터 협업하고 있다.
현장 악조건 기술력으로 돌파…안전과 시공 품질 동시에 잡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현장 조건이 녹록지 않다. 우선 부지 대부분이 불균질한 연약 지반에 위치해 정교한 시공관리가 요구된다. 공기 단축만 고려해 무리하게 짓다가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장 곳곳에 7200여 개의 고강도 파일이 단단히 박혀 있는 이유다.
사업지가 싱가포르 주요 취수원 중 하나인 텡아 저수지와 2.8km 구간 맞닿아 있는 점도 만만치 않는 과제다. 공사 중에 생긴 흙탕물 등이 유입되면 수질이 오염되기 때문에 이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유 상무는 "공사중 발생되는 흙탕물을 지속적으로 정수하여 방류하고, 저수지 인접 구간에는 오수 물질을 한 번 더 걸러낼 수 있는 대형 투막을 설치하는 '이중 장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노란색 투막 전후로 같은 강물 색은 이번 공사로 인한 수질 오염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싱가포르 ITTC 공사 현장 전경. 저수지와 인접한 부분에 향후 수위 상승에 따른 침수에 대비한 옹벽이 설치 중이다. 강에 짓는 선로는 최대 8량의 시험 운행을 가정한 곡률(190m)이 반영된 구조다. /사진=유엄식 기자
특히 이번 공사에서 기후위기 시대를 고려한 싱가포르 정부의 정책 대응도 엿볼 수 있었다. 저수지와 맞닿은 구간에 짓는 높이 2.6m, 길이 2.6km의 옹벽은 향후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이와 맞닿은 저수지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 반영된 구조다.
전 세계에 몇 없는 시설인 만큼 공사 규모도 크다. 완공까지 철근 3만6000톤, 콘크리트 23만8000㎥, 강재 1만4866톤 등 막대한 자재가 투입된다.
GS건설은 시공 품질을 유지하면서 싱가포르 정부가 요구한 신속한 준공 시점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한다. 발주처와 약속한 공사 기간은 2025년 4월 말까지다. 내년 4월 일부 시설 가동이 가능한 1차 준공을 앞두고 있다. 최근 공사 진도율을 고려하면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다.
싱가포르=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2024년까지 MRT 열차 시험 시설 완전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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