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운 대우건설 품은 중흥그룹...과거 M&A 실패 사례 답습..."업계에서도 부정적 전망 잇따라"
중흥그룹 품에 안긴 대우건설, 독립 경영 보장?
낙하산에 직원 ‘부글부글’
중흥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대우건설을 품에 안았지만 최근 내부가 시끌시끌하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손자가 대우건설 요직을 맡으면서 직원 불만이 커지는 데다 ‘고래 삼킨 새우’처럼 덩치 큰 대우건설을 순조롭게 이끌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유사 사례 대부분 성공하지 못해
대기업은 돈으로 관리되는 것 아냐
그 회사의 조직체계, 고유의 정서 등
이해할 수 있어야 운영 가능
낙하산, 관리 능력 차이 극복하기 어려워
금호건설 등 전 M&A회사가 왜 내놨는지 이해해야
(편집자주)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는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12월 말 대우건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비로소 대우건설을 품에 안았다. 올 2월 말에는 대우건설 주식 50.75%(약 2조670억원)를 취득하며 KDB인베스트먼트와의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작업을 완료했다. 시공능력순위 17위 중흥토건, 40위 중흥건설을 거느린 중흥그룹이 덩치 큰 대우건설(5위) 인수를 완료하면서 단숨에 국내 3대 건설사로 우뚝 서게 됐다.
대우건설 입장에서 중흥그룹은 세 번째 주인이다. 대우건설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건설업 호황을 등에 업고 성장한 국내 대표 건설사다. 대우 이름을 달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고 1999년 워크아웃 처지에 놓였다. 2006년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난을 맞으면서 또다시 매물로 나왔다. 2018년 초에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 뻔했지만,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해외 공사 현장 부실이 드러나자 호반건설은 끝내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KDB산업은행 관리 체제에 놓여 있던 대우건설은 우여곡절 끝에 중흥그룹을 세 번째 주인으로 맞게 됐다.
대우건설은 중흥그룹에 인수된 후 첫 수장인 백정완 사장 주도로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백 사장은 “4차 산업혁명, ESG 경영, 탄소중립 등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맞춘 신사업, 신기술 발굴을 추진하고, 중흥그룹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전략적 투자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도 “대우건설이 과거의 영광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보탰다.
정창선 회장 20대 손자 요직에
단숨에 전략기획팀 부장 승진 ‘시끌’
하지만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대우건설은 최근 인사를 통해 정창선 회장의 친손자인 정정길 씨를 전략기획팀 부장에 전격 배치했다. 정 씨는 1998년생으로 정원주 중흥토건 부회장의 아들이다. 정 씨는 지난해 중흥건설 대리로 입사한 후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입사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우건설로 자리를 옮기며 단숨에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를 바라보는 대우건설 직원 속내는 복잡하다. “아무리 오너 일가라도 단숨에 요직에 앉히다니 자괴감이 느껴진다” “경험 없는 20대인데 핵심 보직인 전략기획팀 부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는 의견이 쏟아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창선 회장 친손자뿐 아니라 외손자들도 대우건설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독자 경영 체제로 대우건설을 이끌겠다는 중흥그룹의 약속이 공염불이 된 느낌”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 측은 “전략기획팀 부장이지만 업무 전결권을 가진 팀장 위치는 아니다. 일종의 경영 수업을 받기 위한 조치로 보면 된다”고 설명하지만, 직원들은 믿지 않는 분위기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흥그룹은 최근 대우건설 기존 임원 90여명 중 절반가량을 퇴사 조치하면서 일부를 중흥그룹 출신으로 채워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직원 사기가 저하될 경우 대우건설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크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조6852억원, 영업이익 7383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매출은 6.7%, 영업이익은 32.3% 증가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당기순이익도 4849억원으로 같은 기간 71.6% 늘었다.
대우건설 실적이 날개를 단 것은 주택 사업 호조 덕분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주택 2만8344가구를 공급해 2019년부터 3년 연속 국내 주택 공급 1위 자리에 올랐다. 서울 동작구 흑석11구역, 경기도 과천주공5단지 등 알짜 정비사업을 따내며 4조원에 달하는 수주고까지 올렸다. 부채비율도 225%로 2019년 대비 65%포인트 감소하는 등 재무 구조도 튼튼해졌다.
올해 전망도 나쁘지 않다. 올해 매출 10조원, 신규 수주 12조2000억원이라는 야심 찬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증권가는 올해 대우건설 영업이익이 8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서현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4%가량 늘어난 8416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제시했다.
‘건설명가’ 경쟁력 잃어가나
‘고래 삼킨 새우’ ‘승자의 저주’ 우려
하지만 중흥그룹과의 화학적 결합에 실패해 우수 인력 이탈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대우건설이 ‘건설명가’ 명성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중흥 측은 인위적인 합병 없이 대우건설 독립 경영을 최대한 보장하고 임직원 고용 승계까지 약속했지만, 중흥건설 내부 직원과의 갈등이 커질 경우 머지않아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결국 사람 장사인데 중흥그룹 오너 일가가 대우건설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면 자칫 대우건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 기업 문화를 잃어갈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경영할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를 두고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계속 커진다. 호남 지역을 주 무대로 활동해온 중흥그룹은 잇따른 아파트 분양 성공으로 덩치를 키워 어느새 37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그룹 전체 매출(2020년 말 기준)은 3조1516억원에 그쳐 대우건설의 절반에도 채 못 미친다. ‘S-클래스’라는 주택 브랜드를 보유했지만 대우건설 ‘푸르지오’보다 인지도가 낮다 보니 앞으로 서울,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대우건설의 수주 경쟁력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쟁쟁한 대형 건설사들이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에서 치열한 수주 경쟁을 하는데 새 주인 중흥그룹 인지도가 낮다 보니 대우건설 푸르지오 브랜드 가치가 점차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정비사업 관계자들 한목소리다.
대우건설이 숙원 과제인 해외 수주 경쟁력을 회복할지도 변수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1조1274억원으로 2020년(5조7058억원) 대비 80%가량 급감했다. 목표액(2조4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절치부심한 대우건설은 올해 해외 사업 신규 수주 목표로 2조100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새 주인 중흥그룹은 국내 주택 사업에만 힘썼을 뿐 해외 사업 경험이 없어 대우건설의 해외 수주를 성공적으로 이끌지는 미지수다.
“중흥건설과 대우건설 체급 차이가 워낙 큰 데다 국내에서 대형 건설사 인수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 변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품은 뒤 극심한 경영난을 겪은 것을 감안하면 중흥그룹도 자칫 ‘승자의 저주’를 맞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호반건설에 이어 3번째 주인을 맞은 대우건설이 잇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딛고 ‘건설명가’ 위상을 이어갈지 재계 관심이 쏠린다.
[김경민 기자] 매경이코노미 제2152호 (2022.03.30~2022.04.0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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