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의 안전과 정부가 해야 할 일

 

"건설안전과 정부의 역할"

임 기 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영학박사)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시대 및 경제 상황 그리고 국가를 바라보는 개인의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도 불구하고 현세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국민은 우리의 정부가 우리의 재산과 안전 그리고 소망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고 말하는 것에 주저하지는 않을 것이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경영학박사  © 국토매일

 

이를 위해 국민은, 국가와 정부가 맡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납세, 병역 등 국민이 져야 할 의무를 다하고 있다. 

 

정부의 책무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국민이 지고 있는 의무의 크기만큼 높아진다. 국가에 대한 세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국민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데 정부가 국민과 공감하지 않으며 권한만을 주장하며 책임을 나누려 하지 않을 때,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하락할 것이다. 또한, 국민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르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정부를 찾고자 노력할 것이다. 

 

지난해 6월 여당의 김교흥 의원 등 36명은 “건설안전특별법”을 발의하였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발주자와 시공자를 비롯한 건설공사 참여자에게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물어 건설 사고율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일견(一見), 광주의 철거건물 붕괴 및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붕괴 사고 등 최근 늘어나는 건설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 법안의 내용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동법은 31조 및 39조에서 기술되었듯이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인사사고가 발생하면 건설사업자 및 건설엔지니어링 사업자 그리고 건축사를 비롯한 발주․설계․시공․감리자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안전사고가 감소하면 세금을 감면해 주거나 시공능력순위 산정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안전사고 감소를 유인할 수 있는 혜택은 전무하다. 심지어, 건설공사의 수행에 있어 가장 영향력이 큰 정부 등 행정기관의 책임분담에 관한 규정 또한 찾아볼 수 없다. 건설공사를 수행하면서 인사사고가 발생할 시 정부와 행정기관을 제외한 공사와 관계된 모든 이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징벌적 법안으로만 해석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자. 건설공사에 있어 정부와 행정기관의 역할은 절대적이며 이들의 법적, 암묵적 동의 없이 대부분 건설현장은 제대로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건설공사의 최종 인허가권이 정부 등 행정기관에 있음은 제외하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설현장에서 행정기관의 절대적인 역할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아파트 건설현장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아파트 건설현장에는 신원확인이 어려운 비숙련 불법체류자가 다수 일하고 있으며, 현장 인력 채용과 관련한 노조 간의 다툼으로 건설현장의 출입구가 폐쇄되는 일은 다반사이다. 

 

 

 

 

그러나, 정부와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공사가 재개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정부 등 행정기관이 불법체류자를 제대로 단속하고 노조 간의 불법 쟁의를 조속히 정리한다면 이들로 인해 실질 공사 기간이 단축되며 건설 목적물이 부실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건설현장의 안전도를 높일 수 있음에도 말이다. 

 

다가올,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이 부동산 규제 완화와 재건축 활성화를 공약으로 제시하며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야당 후보인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는 전국에 250만호 이상의 신규 주택공급을 공약하였으며 여당의 이재명 후보 또한 311만호 주택공급을 약속하고 있다. 임기내에 서민의 주택공급 요구를 해소하려는 두 후보의 주택정책에 “건설안전특별법”이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서는 처벌 위주의 공포 정책이 아닌 정부와 건설관련자가 함께 발맞출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건설안전사고 감소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건설사고에 대한 책임을 건설공사 관계자와 함께 나누어지려는 정부의 자세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 고사에 퇴책위과(推責諉過)란 말이 있다. 응당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남에게만 지울 때 쓰는 말이다. 

 

 

간단히 소개해 보자. 백성을 사랑하기로 이름난 중국 은나라 탕왕은 나라에 7년간 큰 가뭄이 들자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며 정성을 빌기 위해 스스로 몸을 불태운 후 가뭄을 해소하였다고 한다. 반면, 청나라 말기 농민 홍수전은 입신양명에 뜻을 두고 세 차례나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모두 낙방한 후 과거제도에 대한 반발로 태평천국의 란(亂)을 일으키고 이 난은 청나라 멸망의 시발이 되었다는 것이다. 책임의 공유에 국가의 명운이 좌우되는 것을 알 수 있는 고사이다. 

[국토매일=임기수 건산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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