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해외수주 부진으로 사업부 인원 축소하는 건설업계

 

"플랜트 사업부 인원 또 줄었대요'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1분기 건설사들의 해외 공사 수주액은 작년보다 30%쯤 줄었고, 관련 부서 인력도 계속 축소하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어려운 일은 하지 않고 돈 되는 집짓기 사업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해외 수주액 30% 감소

대우건설 수주 최악

중동지역 수주 전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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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인력 줄이니 해외 수주액도 30%나 줄었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분기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공사 수주액은 79억7869만 달러로 작년 1분기(111억9775만 달러)보다 28.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건설사 중 수주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건설사는 대우건설이었다. 작년 1분기 수주액은 8350만 달러였는데 올해 1분기 1019만 달러에 그치면서 무려 87.8%가 줄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의 1분기 수주액도 작년 6억9832만 달러에서 올해 9058만 달러로 87.0% 줄어든 모습이다. GS건설(-64.0%)과 현대건설(-56.5%)의 감소 폭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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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것을 수주 감소의 이유로 첫손에 꼽았다. 발주처에서 입찰을 미룬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 어쩔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는 것도 건설사들이 꼽는 이유다. 무턱대고 해외 공사 수주를 늘리고 이를 곧 기업의 사세 확장으로 보던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10년 전만해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공사를 많이 수주하고 경험을 쌓는 게 미덕이었지만, 최근엔 수익이 확실한 공사만 하자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었다"면서 "특히 큰 손실을 본지 얼마 안된 상황이다 보니 전문경영인 입장에서는 해외 수주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건설업계의 해외 기피 현상을 코로나 탓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 사업을 주로 담당하는 플랜트 인력을 줄이는 것이 이미 수년째 이어오던 흐름이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에도 플랜트 사업부문 직원을 줄인 경우가 많았다.

 

GS건설의 경우 2019년 말 플랜트 사업부문 직원은 2702명이었는데 2020년 말에는 1771명으로 34.5% 가량이 줄었다. 2017년 직원 수(2534명)이나 2018년 직원 수(2748명)과 비교하면 각각 30.1%, 35.6% 감소했다.

 

그래픽 = 이민경

 

SK건설의 상황도 비슷했다. 2019년 말에 2430명이었던 플랜트 사업 부문 직원은 2020년 말에 2166명으로 10.9% 줄었다. 2018년 직원 수와 비교하면 13.7%, 2017년 직원 수와 비교하면 25.7% 줄었다. 상위권 건설사 중에서는 롯데건설만 플랜트 인력을 소폭 늘렸다.

 

 

현대건설은 2019년 말 1474명이었던 플랜트 사업 본부를 2020년 말에 1445명으로 줄였다. 2017년과 비교하면 6.7% 가량 줄었다. 대우건설도 관련 사업 부문 직원을 지난 3년새 21.6%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B건설사 관계자는 "시공 경험이 없는 플랜트 공사를 무리하게, 그것도 저가로 수주한 여파로 상위권 건설사 상당수가 최근까지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었다"면서 "당시의 기억 때문에 여전히 해외 사업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일부 건설사는 총수가 나서 플랜트 사업을 서서히 접고 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덧붙였다.

 

"당장 어려운 길이라지만…쉬운 사업에만 치중해선 안 돼"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건설기업들이 쉬운 길로만 가려는 관성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때 한국 건설산업은 불가능해 보이던 과제에 하나씩 도전하며 한국 경제를 일으킨 수출 역군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야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특히 부동산 경기가 좋은 지금 같은 때 소위 ‘땅 짚고 헤엄 치는’ 아파트 짓기에만 몰두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국내 사업과 해외 사업의 적당한 균형을 통해 한쪽 사업 환경이 나쁘면 다른 쪽에서 떠받치는 것이 이상적인 구조다.

 

그래픽 = 이민경

 

C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국내 주택 경기가 좋다보니 주택사업본부에 역량을 집중해도 좋겠지만, 이 분위기가 꺼지면 결국 해외 건설로 회사 매출이나 수익을 내야 한다"면서 "지금은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는 때라 정유·화학 쪽 공사 수주 말고 친환경 에너지 쪽의 공사 발주처를 사로잡아야 할 때인데, 이를 도외시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해외 공사 발주가 줄어드는 상황을 기회 삼아 더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인력 재배치 등을 고민하기 보단 향후 수주를 위한 실력 쌓기에 나서야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손태흥 연구원은 ‘2021년 해외건설시장 전망과 이슈’에서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 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세계 경제회복 시나리오는 여전히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의 수주영업을 확대하고 에너지 부문의 발주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경제 위기에서의 반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존 시장과 상품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광복 세종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는 "건설사들이 국내외 업무를 두루 잘 닦아놔야 건설경기 사이클이 바뀌어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끌고 나갈 수 있다"면서 "해외 공사 수주 상황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역량을 줄이고 주택사업에만 골몰하면 건설경기 사이클이 바뀌었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건설업종 애널리스트는 "최근 사업환경이 정유·화학에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 사업비중 조절을 하는 것은 기업으로서 당연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건설사들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것은 맞는다. 건설사들이 수소에너지나 그린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갖는 등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연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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