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권력 수사는 없다 [임종건]

 

산 권력 수사는 없다

2021.03.08

 

지난 3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갑작스런 사퇴를 지켜보며 사퇴의 배경으로 지적되는 검찰의 ‘산 권력’에 대한 수사문제를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산 권력의 정의에 대해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세력, 즉 대통령과 측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재벌총수와 같은 세력을 상정해 본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나 특검이 수행한 산 권력 수사를 들자면 국정농단 사건, 사법농단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이재용 삼성부회장 사건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진행형인 사건으로는 월성원전 폐기사건과 울산선거 개입사건,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이 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은 문 대통령의 하명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최강욱 의원사건은 조국사건의 파생사건이라는 점에서 산 권력 수사라고 하겠으나 상대적으로 비중은 낮다고 하겠고, 오히려 재판이 진행 중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건이 문 대통령 당선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중요도가 높다.

 

 

그러나 과연 이들 사건 중에서 진정한 의미의 산 권력 수사라고 할 만한 것이 있는 것일까?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개입했을 개연성이 있는 월성원전과 울산선거 사건,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한 조국사건 정도가 아닐까 한다.

 

이 사건들은 성격상 문 대통령의 혐의가 인정된다 해도 탄핵을 당하거나 퇴임 후 수사 또는 구속 사유가 되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기껏 불법행위에 가담한 공무원이나 측근 몇 사람에 대한 사법처리로 끝날 사안이라고 하겠다. 3대 수사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인식이 피해망상이라면, 검찰과 야당의 인식은 과대포장이라 할 만하다.

 

그나마 이 수사는 윤 총장의 사퇴로 유야무야되거나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무죄 판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년여 동안 청와대와 여당의 윤 총장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들 사건에 대한 수사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고, 윤 총장 사퇴로 수사의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 총장 사퇴는 현직의 대통령을 겨냥한 산 권력에 대한 수사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다. 대통령은 헌법상 재임 중에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도록 특권이 보장돼 있다. 게다가 대통령에겐 검찰총장을 포함한 모든 검사와 총경급 이상 경찰고위직에 대한 인사권이 있다. 막말로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를 하려 할 경우 윤 총장처럼 수사책임자를 자르면 그만이다.

 

윤 총장은 청와대와 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산 권력의 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성토했다. 권력형 비리 수사를 좌절시키려는 세력을 부패세력으로 간주한 과격한 사퇴의 변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문재인 정부 초기 수행한 국정농단 및 적폐청산 수사가 사회정의를 실현한 수사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그 수사들에 대한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전의 검찰에서 무수히 보여주었던 죽은 권력에 대한 수사였다는 평가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국정농단 적폐청산 수사가 죽은 권력에 대한 수사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어렵지 않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당해 손발이 묶였고, 여론의 지지가 한 자리 수까지 떨어졌으며, 그의 퇴진은 물론 구속을 외치는 소리도 컸다. 구속시키지 않으면 국민의 불신으로 검찰이 죽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그같은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진 게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였고, 재판이었다. 그것이 탄핵으로 그쳤어야 할 사안을 검찰이 동원한 경제공동체라는 생경한 법리로 대통령을 최순실 뇌물죄의 공범으로 몰아 22년 징역형을 받게 한 배경이다. 그것이 올바른 법치의 실현이었나에 대한 평가는 역사의 재판정으로 넘겨졌다.

 

죽은 권력에 대한 수사는 새로운 집권세력이 그들의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 검찰에게 박수를 쳐주고, 사주하고, 아니면 강요하는 수사다. 윤 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 그대로다. “종전까지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에 박수를 쳐왔는데 근자의 일로 반감을 가졌다면 할 말은 없다.”

 

이 말을 윤 총장의 측근이라는 한동훈 검사는 좀 더 노골적으로 했다. “윤 총장이나 저나 눈 한 번 질끈 감고 조국 수사를 덮었으면 계속 꽃길이었을 것입니다. 권력이 물라는 것을 물어다 주는 사냥개를 원했다면 저를 쓰지 말았어야죠.”

 

국정농단과 적폐청산의 공과를 논할 때 검찰의 몫이 크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정치와 사회 분위기의 작용에 의한 것이었다고 함이 옳다. 다만 윤 총장이 주장하듯 검찰의 수사가 거악 척결의 훈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세울 것은 없다. 오히려 집권세력에게 잘 보이려고 죽은 권력을 과도하게 응징한 수사가 아니었는지에 대해 겸허한 성찰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지금의 검찰 내에도 권력의 사냥개가 되기를 노리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권력에 비리가 존재하는 한 검찰이나 경찰, 새로 출범한 공수처나 앞으로 설치될지도 모르는 중수청 등 모든 수사기관은 언제든 권력의 사냥개로 돌변할 수 있다. 그것을 감시하는 것은 깨어 있는 국민이다. 윤석열 사퇴가 주는 교훈이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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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종건

한국일보와 자매지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의 여러 부에서 기자와 부장을 거친 뒤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및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으며 현재는 주간한국, 논객닷컴 등의 고정필진으로 활동 중입니다.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및 감사를 역임했습니다. 필명인 드라이펜(DRY PEN)처럼 사실에 바탕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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