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와 한국경제 [허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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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와 한국경제

2021.02.04

과거 경제 현안 토론회에 한 번씩 동참했던 한국경제 주필이 "여러분이 걱정을 많이 하는데, 우리 회사 문제없습니다"라는 우스개로 말문을 열곤 했습니다. 이 글은 제목의 두 경제지(紙)에 관한 것이 아니라 서울이 어떻게 한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입니다.

<1988년 서울 인구 천만 달성>

서울은 역사가 깊은 수도이지만 본격적으로 덩치가 커진 것은 1960년대 산업화 이후입니다. 전국 인구가 약 2,500만 명이던 1960년 서울에는 10%에 못 미치는 244만 명이 살았습니다. 그 후 인구 유입이 계속되며 88올림픽이 개최되었던 1988년 서울의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했는데 전국 인구가 4,200만 명이었으니 당시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이 서울에서 올림픽을 보았던 거지요. 몇 년 후 인구 증가세가 멈추었습니다.

서울의 면적이 전국 국토의 1%도 되지 않으니 과밀이 불가피했습니다. 1988년에 서울 1제곱km 당 사람 수가 거의 17,000명에 달하게 됩니다. 당시 인구 급증에 따른 주택난 등 심각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경기도 일산, 분당에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였지요. 이런 정책에 힘입어 인천을 포함한 경기도 인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빠르게 늘기 시작하며 1990년대 중반에는 서울을 추월합니다.

위의 두 그림은 1985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과 경인(경기도+인천시) 각각의 인구와 지역 총생산, 그리고 해당 값의 합계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와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인구 비중이나 총생산 비중은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서울의 비중은 완만하게 줄고 있는 반면 경인 비중은 늘고 있고, 수도권 전체 인구 및 경제의 비중은 우리나라 전체의 약 반을 넘습니다.

<제조업 번성한 경기도, 제조업 없는 서울>

서울의 인구 구성의 한 가지 특징은 경제활동인구(15-64세)의 비중이 높은 것입니다. 2010년대 초 해당 연령층의 전국 인구 중 비중이 73.4%, 서울은 77%였습니다. 그 이후 조금 차이가 줄었지만 아직도 높은 편이고 특히 서울 인구 중 20, 30대의 비중이 전국에 비해 높습니다. 이에 비해 14세 이하 인구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전국 수준을 하회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분야의 일을 하는가를 보여주는 산업구성은 88올림픽 이후 그 사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각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기준으로 제조업 비중이 0.5이던 1988년 우리나라의 5대 산업과 그 비중(괄호 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섬유 의복 및 가죽 제품 제조업’(0.09), ‘전기 전자 및 정밀기기 제조업’ (0.09), 그리고 ‘기계 운송장비 및 기타 제품 제조업’(0.08)이 제조업에 속하는 상위 4개였고, ‘도매 및 소매업’(0.08)이 서비스업 중 비중이 제일 컸습니다. 서울의 경우도 제조업 전체의 비중이 0.3, 그중 ‘섬유 ... 제조업’ (0.09)이 제일 높았습니다. 이를 포함한 서울의 5대 산업은 ‘도매 ...’(0.18), ‘금융 및 보험업’ (0.08), ‘건설업’(0.08), 그리고 ‘사업서비스업’(0.07)이었습니다.  

2018년 우리나라와 서울의 전체 부가가치 중 제조업 비중은 각각 0.3과 0.04로 낮아졌습니다. 5대 산업의 내용도 달라졌지요. 전국의 경우 ‘전기 전자 ... 제조업’(0.1), ‘사업서비스업’(0.09), ‘도매 ...’(0.08), ‘부동산업’(0.08), ‘기계 운송장비 ...’(0.06) 순입니다. 1988년에 비해 제조업 산업이 4개에서 2개로 줄었고 서비스업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서울의 경우 5대 산업이 모두 서비스업입니다. 1988년 5대 산업에 포함되었던 서비스업종들의 비중이 더 높아졌고, ‘정보통신업’(0.1)과 ‘부동산업’(0.1)이 추가되었습니다.

경기도(인천 제외)의 경우는 제조업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1988년에는 0.7, 2018년에도 0.4로 전국의 비중을 상회했습니다. ‘전기 ... 제조업’의 경기도 전체 부가가치 내 비중은 0.2나 되고, 금액으로 보면 경기도에 위치한 업체들이 해당 산업의 우리나라 전체 부가가치의 약 반을 차지합니다. 그야말로 제조업 요새가 되었습니다. 경기도의 제조업 집중과 서울의 사업서비스업의 몸집 키우기는 연관성이 큰 현상으로 보입니다. 서울과 경기도가 각각 경쟁력이 있는 분야로 특화하여 분업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혁신과 신생기업의 요람, 미래 서울의 모습>

서울은 서비스산업의 중심지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30년 전에는 없었던 물건인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서비스업종의 내용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음식을 파는 식당업은 오래된 서비스업입니다. 그런데 요즘 음식점에 들어서면 방역을 위해 사용하는 QR코드, 식사 중 확인하는 카톡, 밥값을 내면서 쓰는 스마트폰 결제, 휴대폰의 화면 그림 등도 서비스산업의 산출물입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디지털 시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시대입니다.

흥미롭게도 아직까지 서울에 남아 있는 제조업 중 제일 큰 것이 ‘섬유 의복 ... 제품 제조업’입니다. 도소매업의 중요한 축인 패션의류산업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규모가 영세한 업체들이 절대 다수인 이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의 일종인 디자인이 핵심적 요소입니다. 서울이 직면한 과제의 핵심은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방식, 디자인, 그리고 만드는 물건을 바꾸는 변화를 일으키는 혁신입니다.

결국 서울이 잘 할 수 있는 혁신을 통해 자체적 경쟁력뿐만 아니라 나라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하는 길입니다. 한 가지 방안은 서울을 창업의 도시로 만드는 것입니다. 신생기업이 희소해진 것은 인구의 저출산 문제만큼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입니다. 서울에서 태동한 기업이 커지며 본거지를 서울이 아닌 곳으로 잡는다면 더 바람직한 일입니다. 서울경제의 혁신은 한국경제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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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허찬국

1989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연지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각각 십년 넘게 근무했고, 2010년부터 2019년 초까지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다양한 국내외 경제 현상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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