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탈원전, 공무원은 북 원전 건설 궁리"ㅣ 北원전 건설, “윗선 지시 없인 힘들어”

“대통령은 탈원전, 공무원은 북 원전 건설 궁리…말이 되나”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의 아이디어 차원이었다면 왜 문건을 지웠는지, 대통령은 탈원전을 강조하는데 공무원들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궁리했다는 건지 도무지 설명되는 게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이중재 전 한수원 사장

대북경수로 사업 참여한 전문가

“산업부 문건 자세하고 구체적

단순 아이디어란 해명 납득 안 돼”




이중재 전 한수원 사장



이중재(75·사진)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과 이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고서다.  

 

2004~2007년 한수원 사장을 역임했던 그는 어지간한 원자력발전 관련 직책을 모두 거친 원자력 전문가다. 1999년과 2000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처장과 원자력건설처장을 지내면서 대북 경수로 건설 사업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면서 2017년 창립된 원자력정책연대의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전 사장은 “단순히 아이디어 정리 차원의 문건이었다”는 산자부 해명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전 사장은 “산업부 문건 내용을 살펴보니 비교적 자세하고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식견을 가진 공무원이 작성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문건은 원전 건설 시나리오로 함경남도 신포의 옛 KEDO 부지(1안) 또는 비무장지대(DMZ·2안)에 건설하는 방안과 신한울 3·4호기 건설 후 북한 송전 방안(3안)을 제시하고 이 중 1안이 설득력이 있다고 적었다. 한국과 미국·일본·유럽연합(EU)은 1994년 미·북 제네바 협의에 따라 신포에 핵 포기 대가로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사업에 투입된 1조3744억원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 전 사장은 이와 관련해 “원전은 암반 등을 갖춘 곳에 지어야 하므로 부지 선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신포는 러시아가 원전을 짓기 위해 부지 검토를 끝낸 곳이어서 비교적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당시 시설은 이미 폐허가 됐을 것”이라며 “원전 건설 비용도 2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2안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일부 전문가가 개인적으로 DMZ 건설 방안을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고, 3안에 대해서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송전선로가 DMZ를 통과해야 하는 등 난관이 많고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내용들은 결코 허무맹랑한 게 아니다. 산업부 간부가 상당한 노력을 해서 (문건을) 만든 것 같다”고 추정했다.

 

문건이 은밀히 작성된 이유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기 때문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문제를 공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탈원전하면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에 공론화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1999년에도 북한을 간신히 설득해 경수로 건설사업을 성사시켰지만, 북한이 핵 동결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며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은 물론이고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 북한과 일해서 성사된 게 하나라도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 전 사장은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관련 산업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전 산업이 망가졌기 때문에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 주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984657


수조대 北원전 건설 실무진이 검토?… “윗선 지시 없인 힘들어”


산업부 ‘공개 문건’ 남는 의문들


문건 내용 자체 상당히 디테일

많은 기간 준비한 것으로 보여

‘검토 의견’은 전문가 의뢰 의혹


탈원전 정책 추진되던 때 작성

기조 반하는 방안 검토 어려워

산업부 “재판 진행 중… 답변 못해”


공사 중단된 北 경수로 2호기 현장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주도로 이뤄지다 2002년 이후 공사가 중단된 당시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신포) 경수로 2호기 현장 모습.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보고서는 북한에 원전을 건설할 경우 이 지역에 세우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KEDO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가 해당 문서를 공개했지만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1일 오후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이라는 제목의 6쪽 분량의 보고서를 전격 공개했다.



본문에는 세 가지 북한 원전건설 추진 시나리오와 시나리오별 장·단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적시했다. 또 북·미 간 비핵화 조치 등 불확실성이 있어 당시 상황에서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작성자의 이름이나 작성 시기, 윗선 보고 여부도 나와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남북경협 활성화를 대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이며 추가적 검토나 외부 공개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며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수천억∼수조원대 대북 지원사업을 실무진이 윗선의 지시 없이 단순히 아이디어 차원에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2일 한 전직 고위공무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중대한 사안의 문건을 실무선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만들었다가 자체 종결했다고 하는 점에는 분명 의구심이 든다”며 “보고서 내용 자체를 볼 때도 상당히 디테일하고 상당기간 준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 말미엔 ‘검토의견’을 제시한 부분도 있는데 이를 토대로 외부 전문가 검토까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문서작성 시기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창 추진되던 시기라는 점 역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탈원전을 주요 공약으로 앞세워 추진했다. 2017년에는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2018년엔 월성원전 조기 폐쇄 결정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러나 보고서는 원전 부지와 노형,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됐고, 신한울 3·4호기 완성까지 거론됐다.




또 다른 전직 고위공무원은 “정부 기조에 반하는 정책을 윗선의 지시 없이 실무진이 먼저 나서서 검토했다는 점이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이 보고서가 어느 선의 지시로 시작됐으며, 검토와 보고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러 요소들로 감사 방해 혐의인지 공용기록물 손상 혐의인지 등을 특정할 수 있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부분은 밝히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보고서. 뉴시스


산업부가 업데이트하지 않은 ‘구(舊)버전’ 보고서를 공개한 점도 의혹을 낳고 있다. 산업부가 공개한 파일 이름은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버전’으로 추정)1.1’이지만 다음날 작성된 ‘180515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2’도 삭제 파일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공개한 세 가지 안의 실현 가능성은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고위급에서 검토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은 “(3가지 안 모두) 한·미 원자력협정에 근본적으로 어긋난다. 현 단계에서 실현이 어려운 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보고서가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서 보고된 정황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산업부가 제출한 자료에는 원전 관련 사항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정우·홍주형 기자 woolee@segye.com 세계일보


http://m.segye.com/view/20210202515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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