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건설업체 일파만파.."일하지 말라는 얘기"

"건설현장 수천곳서 매일 사고…그때마다 CEO처벌하나"


중대재해법의 중대 결함…건설현장 직접 가보니


"대표가 어떻게 다 감시하나"

"나라님 처벌해도 사고는 난다"

산재 처벌보다 예방교육 절실


작업장 상황 천차만별이고

사고제로 사실상 불가능한데

사업주 책임입증 없이도 처벌

무죄추정 원칙과 충돌 비판도


기업징벌 3법 쓰나미 ⑦ 


    건설 현장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취지에 동의하지만 사고 원인은 천차만별이라 구체적인 입증 없이 법적 책임을 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사 현장·근로자별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인 처벌에 대해 "왜 대표를 처벌하겠다는 것인가. 대표를 처벌하면 현장에서 사고가 나지 않을 수 있나. 나라님을 처벌해도 사고가 안 나진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사례


선진국은 사고자의 책임 비중 커

강압적보다 훨씬 더 효율적 재해율도 낮아

(에스앤에스편집자주)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에 대한 국회 심사소위를 시작했다. 해당 법안은 기업 경영진을 형사처벌해 산업재해 등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법안이 산재 예방에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날 서울 중구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 한 공사장에서 만난 토목업 20년 차 대표 A씨는 "경험상으로는 노동자가 집안일이나 금전 문제로 심리적 압박감을 받을 때 사고가 더 발생했다"며 "출근할 때마다 일일이 집안 문제를 물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했다.


중대재해법에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 의무 등을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 수억 원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원도급이 하도급과 공동으로 유해위험방지 의무를 부담하는 동시에 경영책임자인 대표도 해당 의무를 부여받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도급 대표도 법적 책임을 지는 구조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에는 일정 요건 충족 시(5년 내 위험방지 의무 3회 이상 위반 혹은 증거인멸로 수사를 방해한 경우) 발생하는 사고는 경영책임자가 위험방지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는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담겨 `무죄추정의 원칙`을 깬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업무 이해도가 낮은 비숙련공이 겪는 산재는 관리자 책임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도 많아 책임자 확대가 능사는 아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같은 현장에서 만난 건축업 관계자 B씨는 "오전 10시에도 현장에 설치한 엘리베이터 통로를 알아보지 못해 추락하는 경우가 있다"며 "안전 수칙 위반이 아닌 개인 귀책 사고인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본인이 아니라 관리직, 그것도 현장을 직접 감독하지 않는 대표로 이어지는 이상한 법으로 흐를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산업 안전 예방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 인부들에게 실효성 있는 예방적 안전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인건비 상승으로 교육 시간의 기회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안전교육과 관련한 체계적 시스템과 인센티브 구조를 통한 유도 정책 등이 병행되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사고가 전혀 나지 않을 가능성은 `제로` 수준이라 결과 책임만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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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 30곳은 "안전 관리 수준이 높은 대기업조차 수백~수천 건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성명을 냈다. 건설사 대표가 개별 현장 세부 조치를 일일이 확인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도하고 무리한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험방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과거 사실로 새롭게 발생한 산재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것은 형사법 대전제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박 의원 안에 따르면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원도급 업체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해도 5년 내 위험방지 의무를 3회 이상 위반했다면 `추정`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중대재해법을 검토하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법은 국가가 개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동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엄격한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근거다. 형사처벌 대상을 `상당한 영향` `실질적 관여` 등 구체적이지 않은 개념으로 규정해 법안이 통과되면 안전 관리 업무와 관련 없는 원도급 대표와 임원진까지 처벌한다는 문제도 있다.


유무죄를 먼저 선고한 뒤 법관이 아닌 사람이 형량을 정하도록 하는 `양형 절차 특례`도 기존 형사소송법 체계와 맞지 않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해당 특례를 두고 "기존 법 체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제도 도입"이라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politics/view/2020/12/1319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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