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전통시장인가요? [박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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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전통시장인가요?

2020.12.22


근로소득세를 내는 급여 생활자들의 연말 정산 시기가 돌아옵니다. 이 시기가 되면 ‘13월의 급여’라고 부르며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흔히 연말정산 ‘꿀 팁’이라고 몇 가지를 알려 주는데 그중의 하나가 전통시장 소득공제입니다. 전통시장에서 쓴 비용은 공제율이 40%로 높고, 다른 소비 금액이 소득공제 한도를 채웠을 때, 100만 원의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소득공제였던 항목들 대부분이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공제 금액이 심하게 쪼그라들었습니다. 결국 13월의 급여가 13월의 악몽으로 바뀌었고, 그래서 전통시장 100만 원 추가 공제라도 받기 위해 지난해에 열심히 전통시장에서 장을 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연말정산 소득공제 항목을 보니 전통시장에서 지출한 내역이 0원으로 되어 있는 겁니다. 확인을 해보니 필자가 그동안 다녔던 오일장이나 동네 전통시장에 있는 과일가계, 두부집, 정육점 등등은 전통시장이 아니었습니다.

전통시장은 국세청 홈페이지의 조회/발급 항목에서 기타 조회란에 있는 전통시장 조회/등록을 클릭하여 지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물어물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관할 지자체에 전통시장으로 등록한 상점만 전통시장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서 전통시장 안에 있는 점포라고 다 소득공제를 받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필자처럼 열심히 전통시장에서 소비를 했어도 소득공제가 0원인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도로명 주소로 바뀐 지가 언제인데 국세청 홈페이지에는 전통시장 점포가 지번으로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네이버 지도로 검색을 하려니 지번으로는 조회가 되지 않아서 행안부 도로명주소찾기에서 지번을 도로명 주소로 바꿔서 검색을 했습니다. 속으로 ‘아, 100만 원 소득 공제를 받으려고 이 공력을 들이는구나! 하지만, 내 돈은 소중하니까…’라고 생각하며 하나씩 도로명 주소로 옮겨 적으며 그 주소로 거리사진을 확인했습니다.

금호동 3가 345번지를 도로명으로 바꾼 금호산2길 28-1을 검색하니 XX부동산이 나옵니다. 그 옆의 346번지는 또다른 부동산 사무실이었습니다. 부동산이 전통시장인가요? 그리고 그 일대의 술집, 음식점 등등이 전통시장으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연말정산에서 전통시장 공제를 받으려면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내야하고 술집에서 술을 마셔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앓느니 죽지..’라는 생각으로 전통시장에서 소득공제를 받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이렇게 할 거면 차라리 한다고 하질 말 것이지 쓸데없는 기대를 하게 만들고, 공연히 시간 낭비만 했습니다. ‘세금으로 패딩 사서 나눠 입은 서울시 공무원들’, ‘매월 세금으로 400만 원씩 밥값으로 쓴 서울시의 한 과장’이야기를 기사로 보며 100만 원 소득공제 받자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알아본 필자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전통시장으로 등재되는 점포는 업종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부동산이든 철학원이든 단란주점이든 신고만 하면 전통시장으로 인정받는다고 합니다. 이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것이 바보인 건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식과 동떨어진 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이 멍청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례 없이 많은 세금을 걷고 있고 전례 없이 나라 빚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금으로 거둔 돈, 주인 없다고 펑펑 써 대면서 정작 세금 내는 국민들은 얼마나 알뜰하게 살고 있는지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말로만 공복(公僕)인 사람들을 보며 ‘갈수록 살기가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에 한숨만 나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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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상도

SBS 선임 아나운서. 보성고ㆍ 연세대 사회학과 졸. 미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언론정보학과 대학원 졸.
현재 SBS 12뉴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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