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층간 소음(Inter-floor noise)' 해법


아파트의 영원한 숙제 ‘층간 소음’ 문제를 풀다

김홍재 칼럼니스트


[아파트 속 과학] (7) 층간소음 저감 기술


     아파트는 위, 아래와 양옆으로 집들이 서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층간 소음은 아파트에서 이웃 간 분쟁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주원인으로, 심할 경우 폭력과 살인 등 강력 범죄로 비화되기도 한다.


재택근무나 원격수업 등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층간 소음이 더 큰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LH, 일정 수준 소음 발생 시 스마트폰 통해 경고 주고받을 수 있는 앱 개발

(에스앤에스편집자주)


 

아파트관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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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공단이 공개한 최근 5년간 층간 소음 민원 접수 현황을 보면 2016년 1만 9495건, 2017년 2만 2849건, 2018년 2만 8231건, 2019년 2만6257건이었는데, 올해는 11월까지 집계된 접수 현황만 벌써 3만 6105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1%나 증가했다.


사고력 저하, 위궤양에 살인 충동을 불러오기도

충간소음의 원인인 소음은 공기 등이 진동하면서 에너지가 전달되는 파동으로, 그 음파의 진동이 우리 귀에 있는 고막을 자극해 느끼게 된다. 소음은 발생하는 방식에 따라 텔레비전이나 음향기기, 애완동물 등에서 발생하는 공기 전달 소음과 뛰거나 걷는 동작 등 충격으로 발생하는 직접 충격 소음으로 구별할 수 있다.


공기 전달 소음은 음파 진동이 벽이나 바닥과 충돌하면서 에너지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흡수되기 때문에 두꺼운 벽이나 바닥을 통과해서 전달되는 양은 많지 않다. 아파트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층간 소음은 직접 충격 소음이다.


직접 충격 소음은 충격을 일으키는 물체의 특성에 따라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으로 구분한다. 경량충격음은 식탁을 끌거나 물건을 떨어뜨릴 때처럼 가볍고 딱딱한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높은 주파수의 소음으로 그나마 잔향이 없어 불쾌감은 크지 않다.


하지만 중량충격음은 어른들이 걷거나 아이들 뛰놀 때처럼 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낮은 주파수의 소음으로 잔향이 남아 심한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우리나라 아파트는 대부분 두꺼운 벽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벽식구조로 지어졌는데, 위층에서 발생한 소음 진동이 벽을 타고 고스란히 아래층에 전달되기 때문에 층간 소음에 취약하다.


반면 기둥 위에 가로 방향으로 보를 얹힌 후 그 위에 천장을 올린 라멘구조나 기둥이 튼튼한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무량판 구조는 층간 소음 차원에서 훨씬 유리한 특성을 갖는다


층간 소음이 인간에 미치는 다양한 악영향은 과학적으로 증명돼 있다. 심리적으로 인간의 사고력을 저하하고 휴식과 수면을 방해하며 피로감을 계속 느끼게 한다. 생리적으로 위궤양, 소화불량, 심장병, 혈관 수축, 혈압 상승, 호르몬 변화, 성장 장애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밖에 짜증 및 불쾌감을 증가시키고 공격적 태도를 불러오며, 극심할 경우 살인 충동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에 가장 많이 적용된 벽식구조(왼쪽)는 라멘구조(가운데)나 무량판구조(오른쪽)보다 층간 소음에 취약하다.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층간 소음 흡수하는 아파트 바닥의 비밀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점점 심해지면서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을 잡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연구는 아파트 바닥에 집중된다.


아파트 바닥을 뜯어보면 가장 아래의 콘크리트 슬래브가 뼈대를 이루고 있다. 슬래브는 예전에 180mm 두께로 만들었는데 층간 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2005년부터는 210mm 이상 두께가 의무화됐다.



토지주택연구원의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저감 설계·시공 제어 요인 분석 연구’에 따르면 슬래브 두께가 30mm 증가할 때마다 중량충격음은 1.5dB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슬래브 두께를 300mm 이상으로 늘리면 층간 소음이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사비가 크게 늘어난다는 문제점이 남는다.


슬래브 위에는 완충재(차음재)를 보통 30mm 두께로 설치한다. 완충재는 층간 소음을 분산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단열 성능이 우수한 스티로폼에 고무 재질 바닥판을 결합한 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완충재는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해 과학자들이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분야로, 건설사들은 차음 기능을 높인 다양한 첨단 완충재를 선보이고 있다. 스티로폼과 고무 재질을 개선하고 두께를 늘리고 있으며, 진동을 흡수하는 강철 바닥판을 선보이고, 최근에는 3개 층을 쌓아 소음을 거르는 필터형 방식도 나왔다.


위층에서 뛰는 소리는 바닥과 벽면을 타고 아래층에 전달된다(왼쪽). 층간 소음을 막기 위해 아파트 바닥에는 완충재 등이 설치된다. ⓒ 캐나다 국립연구위원회(NRC, 왼쪽) / 한국건설기술연구원(오른쪽)


완충제 위에는 콘크리트 안에 기포를 많이 넣어 무게를 가볍게 한 경량 기포콘크리트가 40mm 두께로 들어가는데, 온돌구조에서 바닥 하부로 열 손실과 바닥 충격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 위에는 온수 파이프를 배관한 후 시멘트와 모레를 물로 반죽한 마감 모르타르를 40mm 두께로 깔아 온돌을 만들고, 끝으로 마루 등 바닥 마감재를 덮으면 완성이다




소음 흡수하는 흡음재와 최첨단 기술의 접목

층간 소음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예전에 건설된 아파트들은 층간 소음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위층 바닥을 뜯어고칠 수도 없으니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아래층은 답답하다.


이 경우 발생된 소음 전달을 막는 흡음재를 천장에 설치하면 층간 소음을 줄일 수 있다. 흡음재로는 크게 스파이럴 트랩형과 맴브레인형, 마이크로타공형 등이 사용된다.


스파이럴 트랩형 흡음재는 병이나 항아리에 입을 대고 큰 소리를 말했을 때 공명이 생겨 소리가 작게 들리는 원리를 이용한다. 트랩 입구에 저주파의 긴 파장을 고려해 스파이럴 형태로 경로를 설치하면 입사음과 반사음의 위상이 반대가 돼 층간 소음이 상쇄된다.


멤브레인형 흡음재는 구멍이 없는 철판, 목재 등 판구조형 또는 막구조가 음파에 반응하여 공진할 때 음 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형되어 소산되는 원리를 사용한다. 입사된 음은 판이나 막을 진동시키고 그 내부 마찰에 의한 진동 에너지를 잃어 음이 흡수된다.


천장 흡음재는 바닥에 적용된 층간 소음 저감 기술을 보완해 층간 소음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 김인호 ‘층간 소음 저감을 위한 저주파 천장 흡음재 기술’




마이크로타공형 흡음재는 멤브레인형 흡음재와 동일한 원리이나 판에 지름 약 0.5mm의 무수히 많은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공기 속력을 저감시켜 에너지 감쇠 성능을 높인 흡음재다. 소음 진동이 전달되면 공기의 마찰과 열전도, 재료의 진동 등에 따라 소음의 감쇠가 증가한다.


최근에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등 최첨단 기술이 층간 소음 저감에 접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집안 곳곳에 소음측정기를 부착해 층간 소음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앱을 통해 알려주는 IOT 기반 층간 소음 관리 시스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층간 소음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웃 간 분쟁이 발생하는데, 층간 소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알려주면 소음 발생 행동을 자제하고 이웃을 배려하게 돼 층간 소음을 줄일 수 있다.


보다 능동적인 방법으로 층간 소음 발생시 소음측정기가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후, 소음을 상쇄할 수 있는 그에 반대되는 백색소음을 발생시켜 층간 소음을 상쇄시키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 외에도 층간 소음을 저감하는 획기적인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김홍재 칼럼니스트 hongjaikim@gmail.com  사이언스타임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5%84%ED%8C%8C%ED%8A%B8%EC%9D%98-%EC%98%81%EC%9B%90%ED%95%9C-%EC%88%99%EC%A0%9C-%EC%B8%B5%EA%B0%84-%EC%86%8C%EC%9D%8C-%EB%AC%B8%EC%A0%9C%EB%A5%BC-%ED%92%80%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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