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왜 운동권 안 하셨어요? [김홍묵]



www.freecolumn.co.kr

아빠는 왜 운동권 안 하셨어요?

2020.12.02

서로들 묻는 말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마땅한 답은 하나도 없습니다. 거대 여당의 독주에 힘 빠진 야당이 메아리 없는 아우성만 쳐대는 걸 보면서, 법무부와 검찰은 원래 앙숙인가 / 대통령은 왜 뒤로 숨어 / 검란(檢亂)의 뒤끝은 / 안보는 누가 책임지나 / 정부·가계·기업 총부채 4,860조 원은 어떻게 갚지 / 국가 경제는 주저앉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쌓여서인 것 같습니다.

나라 걱정보다 개인의 삶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더 절박합니다. 아들 딸 들은 언제 취직해서 결혼하고 애 낳을지,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월세 집은 어떻게 구할지, 세금 폭탄에 있는 집이나마 제대로 보전할 수 있을지, 재난지원금 떨어지면 배급표나 기다려야 하는지, 캄캄한 터널 속과 같습니다. 백성들은 한숨 속에 속절없는 질문들을 던져 봅니다.

   -나라가 니꺼냐?
박근혜 정부를 향해 “이게 나라냐?”를 외쳤던 광화문의 함성이 총부리를 돌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나라가 니꺼냐?"고 질타합니다. 문 정권의 정책 뒤집기와 거짓말, 아전인수식 궤변, 진영과 지역 가르기 등 무소불위의 독선적 행태에 대한 역반응입니다. 눈은 풍년인데 입이 흉년이면 하찮은 바지저고리도 부지깽이를 쳐듭니다.

   -운동권 관련 자녀들은 특권층인가?
최근 8년 동안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등 7개 대학이 민주화운동 관련자 자녀 119명을 특별전형으로 뽑았다고 합니다. 부모찬스가 없어 씁쓸해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교육계는 이 제도가 “운동권을 위한 통로, 불공정한 제도”라고 비판합니다. 학부모들은 “21세기 단서철권(丹書鐵券; 개국공신 후손들에게 관직과 봉록을 주는 제도)이다. 부모 명단부터 밝혀라”고 요구합니다. “5·18을 비난하면 왜 징역살이를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당연히 따라붙습니다.
필자도 한때 ‘민주지산(충북 영동; 1,242.7m)에라도 한번 올라가볼 걸’하고 쓴웃음 지은 일도 있었습니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기근 바이러스 오나?
세계식량계획(WFP)이 내년에는 코로나19 만큼이나 심각한 ‘기근(饑饉)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고 최근 경고했습니다. 내년 세계 곡물 생산량은 4,270만t인 반면 소비량은 5,240만t으로 예측되는데, 코로나19의 2차 확산으로 식량위기가 더 악화할 전망입니다. 식량안보를 내세워 선진국이 농산물 봉쇄를 하면 가난한 나라의 굶주림, 나아가 저소득층의 배고픔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설명입니다.
춥고 돈 없으면 뱃속은 더 우짖는 소리를 냅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짐인가?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자고 나면 이름을 바꿔온 제1야당이 ‘국민의 짐’으로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한때 당대표, 대통령 후보로 한솥밥을 먹던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조롱받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온갖 악정과 실정에도 2중대 정당을 자처하며, 야당이 내세우는 정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도 국감장에서 야당 의원의 과다 홍보예산 지적에 “이러니 국민의 짐이라고 조롱을 듣는다”고 조롱했습니다. 힘이 없으면 맥을 못 춥니다.

   -누가 가덕도에 신공항 건설하라 했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위원장 김수삼)의 문제점 제기가 있자마자 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촉진법을 가속도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거 김해, 밀양에 이어 우선순위 꼴찌였던 가덕도를 설명도 없이 밀어붙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를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는 ‘오거돈공항’ ‘노무현공항’(조국 서울대 교수)이라는 명칭까지 흘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당헌을 고쳐 보궐선거 후보를 내겠다는 것과 궤(軌)가 같습니다.
대선 레이스 선두그룹의 이낙연 대표는 대구·광주 신공항 특별법까지 들고나와 끼워 팔기에 나섰습니다.

   -내가 성폭력 학습교재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박원순·오거돈 두 전 시장의 성범죄로 838억 원의 선거 비용이 들어가는데, 여성 또는 피해자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역으로 국민 전체가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에 대한 집단 학습을 할 기회”라고 답했습니다. 동냥은 안 주고 자루만 찢은 격입니다.
이에 오거돈 성폭력 피해자는 “내가 성폭력 학습교재냐?”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야당은 “성추행이 성교육 학습 기회라면, 살인은 생명존중 학습 기회냐?”고 이죽댔습니다.

   -박원순 문제, 피해자냐 피해호소자냐?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MBC가 지난 9월 14일 실시한 취재기자 필기시험에 내 건 논술 부문 논제입니다. MBC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비판이 빗발치자, 사과와 함께 재시험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제 취지는 호칭 사용에 대한 평가 사안이 아니고, 논리적 사고와 전개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출제위원들은 논리적 사고로 문제를 냈는지….

   -내가 언제 국민을 살인자라고 했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청와대 국정감사장에서 “광화문 집회 주동자는 도둑놈이 아닌 살인자”라고 고성으로 내뱉은 발언에 야권이 격분했습니다. 야권은 “광화문 집회와 민노총 집회에 대한 이중 잣대”, “진짜 살인자 김정은에겐 한마디도 못 하고…”, “청와대는 자기편 아닌 국민을 살인자라 부르나?”라고 질책했습니다.
노 실장은 ‘국민’이 아니라 ‘주동자’라고 강변하다, 과격한 발언이라고 사과했습니다. 사후에 청심환 구하는 꼴입니다.
친구 만나러, 밥 먹으러 광화문 가면 자칫 살인자 누명을 쓸 판입니다.

   -전세난, 참고 기다리면 됩니까?
임대차법 시행 100일이 넘도록 24번이나 땜질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세값은 계속 뛰고 공급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전세난은 임대차법 때문이 아니다”(김현미 국토부 장관), “불편해도 기다려 달라”(김상조 대통령 정책실장), “연말까지 전월세 안정될 것”(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일시적 영향”(이호승 대통령 경제수석)…. 정부 여당 책임자들은 서민 가슴속에 불 지르는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맛없는 국이 맵기만 하듯이.
“전 정부 탓” “언론 탓”이 안 먹히자 “성장통”이란 궤변을 펼쳤지만,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뼈아픈 패착’이라고 못질했습니다.

   -테스형,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추석 전날 터트린 나훈아 쇼(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시청률 66%에 육박하는 대박을 쳤습니다. 신곡 ‘아! 테스형’ 가사(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 왜 이렇게 힘들어…소크라테스 형,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 내가 어찌 알겠소…)의 뉘앙스가 묘합니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僞政者)가 생길 수 없습니다”라는 멘트도 큰 반향과 여운을 남겼습니다.
양승동 KBS 사장은 이참에 “제2, 제3의 나훈아 쇼를 만들 수 있도록 수신료를 올려 달라”는 말을 국감장에서 슬그머니 꺼냈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Copyright ⓒ 2006 자유칼럼그룹.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freecolumn.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