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예우가 법조보다 더 심각한 데가 있다는데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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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예우가 법조보다 더 심각한 데가 있다는데

2020.11.23

전관예우라는 말을 들어보셨죠?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전관’이었던 사람을 ‘예의를 지키어 정중하게 대우하는 것'입니다. 말 자체로는 나쁜 뜻은 아닌데, 우리가 받아들이기는 딴판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장관급 이상의 관직을 지냈던 사람에게 퇴직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일'이라 합니다. 처음에는 장관급을 전관이라 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영향력이 있었던 자리로 범위가 넓어진 것 같습니다.

전관예우는 법조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어왔습니다. 이를 방지할 목적으로 판·검사로 재직하던 전관 변호사는 개업 후 2년간 퇴임 전 소속되었던 법원이나 검찰청 사건을 수임할 수 없게 하려고 변호사법을 개정했었죠. 변호사법 규정으로 대법원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하는 위원 9명으로 구성한 법조윤리협의회가 설치됐습니다. 법조윤리협의회는 공직에서 퇴임한 변호사는 퇴직일부터 2년 동안 수임한 사건 관련 자료를 제출하게 하고 사유가 있을 때 징계나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주요 임무입니다. 겉 따로 속 따로 자료를 제출했을 때에도 이를 찾아내 전관 비리를 제대로 바로잡을 장치가 될지 의문스럽습니다.

전관예우는 전관 때 가졌던 지위를 이용해서 사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비리(非理)입니다. 따라서 되도록 '전관 비리'라 부르겠습니다. 어떤 사건이든 객관적 판단기준으로 보면 ‘⓵이길 사건 ⓶질 사건 ⓷이길지 질지 경계선에 있는 사건’으로 구분됩니다. ⓷은 법리 주장과 입증할 자료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가 있습니다. 정말 실력 있는 대리인이 필요한 사건입니다. ⓶와 같이 질 게 뻔한 사건을 이기려고 나설 때 문제가 생깁니다. 합법적인 오판을 내려고 전관을 찾아 나섭니다. 사법계에 있는 사람은 전관 비리는 없다고 잘라 말하지만 일반인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당장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전관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많고, 실제 전관예우가 작용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져야 할 사건은 재판 결과에서 져야 합니다. 돈이 없어 사건에서 졌다는 일이 나타나면 정말 곤란합니다. 이렇게 되면 사법제도를 믿지 못하게 되고, 이는 우리 사회에 아주 큰 부담으로 나타납니다. 전관 비리를 막아서 사건이 왜곡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본 규칙입니다. 돈이 없어, 줄이 없어서 이겨야 할 사건에서 진다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2020년 11월 18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법조 유사직역 자격자의 전관예우 근절방안’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이찬희 협회장은 “세무사, 변리사, 행정사 등 법조 유사 직역 자격사에게도 전관예우 문제가 있으며, 실상은 법조계 전관예우 문제보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인접 직역에서 전관예우가 법조계보다 더 심각하다니, 이 말이 사실이면 정말 심각한 일입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는 정현근 경희대 법전원 교수가 맡고, 토론은 곽정민(변협 법제연구원 운영위원) 김민규(변협 세무변호사회 이사) 최재원(변협 대한특허변호사회 부회장) 임지석(변협 등기경매변호사회 총무이사) 변호사 4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도에 나옵니다. 대한변협 조직표를 보면 대한특허변호사회는 특별위원회 형식으로 설치돼 있고, 세무변호사회나 등기경매변호사회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변협 소속 모임인 것 같습니다. 법조계 아닌 다른 분야에서 전관예우가 문제가 되고 우려스럽다면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을 토론자로 모셔서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할 일일 텐데, 토론자로 참여한 사람 모두 변호사였습니다.

변협도 법조분야가 아닌 분야의 전관예우 문제를 다룰 수는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법조계보다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토론회 결과로 주장하려면 적어도 해당 분야의 실상은 제대로 알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참여하였어야 합니다. 어느 분이 단 댓글처럼 “참 웃기는 사람들이네요. 변호사들끼리 모였으면 자기들 부조리를 자성해야지 웬 오지랖이랍니까? 너나 잘하세요." 이런 비아냥을 받습니다.

우리 사회는 정의로워져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변호사 사명에 충실해야 합니다. 변호사 이외에는 법조 유사직역이라고 말하는 것도 다른 분야 전문가를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로 예의가 아닙니다. 훨씬 심각한 법조계 전관예우에는 눈을 돌리고 더 심각할 수가 없는 인접 분야를 더 심각하다고 주장하면 곤란합니다. 전관 비리를 없앱시다. 중요하고 심각한 사법 분야에서 전관 비리를 없앨 방법을 깊이 고민하여 바로잡읍시다. 변호사법 제1조(변호사의 사명)을 곰곰히 읽길 권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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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1981)와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 자격(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가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과실연 공동대표,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과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입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와 ㈜성건엔지니어링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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