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듀오 '야키다'...한국서 '마이클 잭슨'보다 더 인기.VIDEO: Yaki-Da - I Saw You Dancing


한국서 '마이클 잭슨'보다 더 팔렸다…여성 듀오 '야키다'


[스쿨오브락-168] 한 방송사가 진행 중인 '슈가맨'이란 프로는 옛 추억을 현실로 소환한다. 과거 다른 방송국에서 진행했던 '토토가'란 프로그램을 보고 전율이 휘몰아친 기억이 생생하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새벽 일찍 나가 밤늦게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던 미숙했고 풋풋했던,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만 그 무게에 짓눌려 불안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TV화면을 찢고 나에게 달려오는 느낌이었다. 나를 통째로 그 시간, 그 공간으로 데려다놓은 짜릿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환호와 기쁨 그러면서도 이유 모를 슬픔과 처절함이 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 이렇게 추억이 가져다주는 마법은 굉장하다.


스웨덴 출신 여성 유로 댄스 그룹 '야키다(Yaki-Da)'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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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가수 중에 유독 한국에만 인기가 있는 밴드들이 있다. 남성 고음 곡을 떠올릴 때 거의 공식처럼 나오는 'She’s Gone’의 주인공 스틸하트(Steelheart)도 그중 하나였다. 앞서 소개했던 밴드 리알토 (기사 바로가기)도 그런 존재라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소개할 여성 듀오 역시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스웨덴 출신 여성 유로 댄스 그룹 '야키다(Yaki-Da)'가 그렇다. 한국에서 유명한 스웨덴 음악인은 묘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스웨덴의 전설적인 팝그룹 아바(ABBA), 모던록 밴드 카디건스(The Cardigans) 등 영어 노래를 부르는 여성 보컬이 무대를 주도한다는 점이다.


야키다 역시 그랬다. 린다 숑베르그(Linda Schonberg), 마리 너트센(Marie Knutsen)으로 이뤄진 두 여성 보컬은 그야말로 한국을 강타했다. 본국인 스웨덴에서보다 아마 한국에서 인기가 더 높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들이 데뷔한 시절 막 개국한 한국 케이블TV 시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데뷔 앨범은 1995년 나왔다. 채널 선택권을 확 넓힌 케이블TV가 막 선보일 시점이었다.


 

`야키다(Yaki-Da)` 의 앨범 `프라이드(Pride)` /사진=wikipedia


당시 글로벌 유로댄스 붐을 일으켰던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핵심 멤버 요나스 베르그렌이 첫 앨범 프라이드(Pride) 12곡 중 무려 10곡을 프로듀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싱글 컷된 아이 소 유 댄싱(I Saw You Dancing)이 빌보드 싱글차트 54위에 오르는 히트를 한다(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BTS 성과를 동시대에 지켜보는 사람들은 54위가 별거냐 할 수 있겠지만 이는 대단한 성공이다. 신인이 싱글차트 100위에 이름을 올리는 곡을 내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이변이다).




그리고 이들의 뮤직비디오는 MTV 등 미국 케이블TV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막 개국한 한국 케이블TV 음악프로그램이 시도 때도 없이 이들 뮤직비디오를 따라 틀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지금에야 한국 음악방송들이 지상파를 뛰어넘는 촬영과 편집, 기획 실력으로 무장했지만 개국 초기 케이블TV를 통해 음악방송을 송출하던 몇몇 프로그램은 지금 수준으로 보면 웬만한 유튜버보다 훨씬 실력이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아예 진행자 없이 외국 뮤직비디오만 한 시간 내내 주야장천 틀어주던 프로그램이 비일비재했다. 케이블TV 개국과 함께 채널은 기하급수로 늘어났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방송시간을 체계적인 대응으로 막아내기엔 인력이나 기술, 기획 등 모든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외국 음악에 목말랐던 한국 팬들은 그것마저도 너무 좋아해줬다. 인터넷 대중화 전 잡지 등을 돌려보며 외국 주류 음악계 소식을 접하던 한국 팬들로서는 케이블TV 개국은 그야말로 '음악의 바다'를 접하는 셈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특유의 '뽕끼'가 어딘가에 서려 있는 듯한 'I Saw You Dancing'의 등장은 한국 팬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995년 나온 그들의 데뷔 앨범은 한국에서 무려 40만장이나 팔렸다(공식적인 집계가 이 정도니 소위 리어카판 불법 복제 음반까지 감안하면 족히 100만장 넘게 팔렸을 것이다). 참고로 당시 외국 아티스트 음반 판매량 1위가 본 조비의 크로스로드(여기에 그 유명한 Always가 실려 있다), 3위가 마이클 잭슨의 히스토리라 한다) 마이클 잭슨 앨범보다 더 인기를 끈 셈이다.


한국 사람 귀에 쏙쏙 들리는 가사를 인기 비결로 꼽는 사람도 있었다.


I saw you dancing


I saw you dancing(니가 춤추는 걸 봤어)

And I'll never be the same again for sure(절대 예전처럼 될 수 없단 걸 알아)

I saw you dancing(니가 춤추는 걸 봤어)

Say Yaki-Da my love(야키다라고 말해봐 내 사랑)


I saw you dancing(니가 춤추는 걸 봤어)

And I'll never be the same again for sure(절대 예전처럼 될 수 없단 걸 알아)

I saw you dancing(니가 춤추는 걸 봤어)

Say Yaki-Da(야키다라고 말해봐 내 사랑)


I'm waiting for a chance(난 기회를 기다리고 있어)

To get to know you(널 알게 될 수 있는)

To ask for a dance(너에게 춤을 청할 수 있는)

Just look into my eyes(내 눈을 들여다봐)

And I'll take you to paradise(난 널 천국으로 데려가겠어)


I saw you dancing(니가 춤추는 걸 봤어)

And I'll never be the same again for sure(절대 예전처럼 될 수 없다는 걸 알아)

I saw you dancing(니가 춤추는 걸 봤어)

Say Yaki-Da my love(야키다라고 말해봐, 내 사랑)


후략




이렇게 단순한 가사가 계속 반복되는 식이다. 멤버 중 1976년생으로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린다 숑베르그(Linda Schonberg)의 미모는 한국 남성 팬들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모든 측면에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외국 아티스트의 여러 면을 두루 충족하는 그룹이었다.


Yaki-Da - Dancing to "Yaki-Da" Artists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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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들은 데뷔 이후 한국을 유독 많이 찾았다. 인기가 절정이던 1995년에 한국에 방문해 각종 스케줄을 소화했고 이듬해인 1996년 서울 장충체육관과 부산 광안리에서 공연을 했다. 2000년에 또 한국을 방문해 이소라의 프로포즈 등에 출연하며 한국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음을 과시했다. 심지어 2000년 내놓은 앨범 'A Small Step for Love'를 한국에서 제일 먼저 발매했을 정도다. 여기 실린 싱글 'I Believe' 뮤직 비디오는 김포공항에서 찍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는 데뷔 앨범이 정점이었다. 그룹명이 스웨덴의 한 그룹과 겹친다며 법적 분쟁에 휘말려 이름을 바꾸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던 첫 번째 앨범과 달리 그들의 다음 앨범은 순위 내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2000년 이들은 해체의 길을 걷는다.


워낙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기에 '슈가맨'과 같은 한국의 '추억 소환' 프로그램에 나온다면 상당한 인기를 끌지 않을까 한다. 그들의 근황을 한국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또 한 번 시간을 25년 전으로 돌린 듯한 극적인 짜릿함을 맛볼 수 있을까.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0/11/29300/


Yaki-Da - I Saw You Danc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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