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현대 재건축...현대건설의 고민


속도 내는 압구정현대 재건축…현대건설은 '끙끙'


[땅집고]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다면 반드시 현대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렇게 빨리 사업이 진행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당황스럽다”(현대건설 관계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건설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건축 후 서울 최고가 아파트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압구정동 아파트 사업을 누가 따내느냐에 따라 향후 주택 건설 업계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압구정의 랜드마크인 현대아파트를 지었던 현대건설의 속내가 복잡하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 /조선일보DB


압구정지구 재건축 사업은 정부가 6·17 대책을 통해 조합원 분양 조건으로 2년 의무거주 기간을 부여한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개정된 법은 공포 후 3개월부터 효력을 발휘해 규제를 피하려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조합설립을 신청해야 한다.


최근 압구정지구는 6개 구역 중 가장 큰 3구역(현대1~7차, 10·13·14차)과 2구역(신현대9·11·12차)을 포함해 1·4·5구역까지 5곳이 주민 동의율 75%를 달성해 조만간 조합 설립 단계에 시작한다. 업계에서는 압구정지구가 목표한 대로 연내 조합설립을 마칠 경우 내년 상반기 중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




현대건설이 압구정 재건축 사업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이 회사에 압구정 재건축은 언젠간 이뤄야 할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내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이후 범(汎) 현대그룹 적자(嫡子)로 자리매김하고 ‘건설 명가의 재건’을 이룬다는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는 상징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대건설이 최근 정비사업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한강변 ‘디에이치(THE H) 라인’ 역시 압구정동 수주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가 적용된 대표적인 단지로는 강남구 개포동에서 지난해 8월 준공한 ‘디에이치 아너힐즈’ 1320가구와 2015년 수주한 848가구 규모의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맨션 3차 재건축)가 꼽힌다. 2017년 수주한 개포동 디에이치포레센트(184가구)도 내년 초 입주 예정이다.


공동 수주 이후 한창 공사 중인 ‘디에이치 자이 개포’(2015년 7월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개포8단지 공무원 아파트 낙찰)와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2017년 4월 HDC현대산업개발과 공동수주)도 디에이치 브랜드가 사용되는 사업장이다. 지난 6월21일에는 서울 한남동 한남3구역까지 수주하면서 이름값을 크게 올렸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아직 압구정지구 재건축에 뛰어들 준비가 완벽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디에이치’로 적극적인 재건축 수주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강남에서는 전통 강자인 ‘래미안’뿐만 아니라 ‘자이’, ‘아크로’ 등에 비해 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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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대건설 ‘디에이치’ 브랜드가 적용된 단지 입주를 마친 곳은 아직까지 ‘디에이치 아너힐스’뿐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후 한동안 수익성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기초 체력(재무구조)을 튼튼하게 다진 후 다시 적극적인 수주를 시작하겠다는 ‘선(先) 내치, 후(後) 확장’ 전략을 세워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룹 전체 사운이 걸린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건립과 시기가 겹치는 것도 부담스럽다. GBC는 땅값 10조원에 사업비 2조6000억원, 공공기여금 규모도 1조7491억원에 달한다. 현재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본격적으로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본 공사는 한동안 미뤄질 공산이 크다. 사업비 규모가 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면서 어려움이 많은 탓이다. 본 공사는 2022년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압구정 재건축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예상 착공 시기도 2022년이어서 GBC건설 사업과 병행이 불가피하다.


현대건설 고위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로 대표되는 압구정지구에 진출하고 싶다는 것은 현대건설맨들에게는 지상 과제와도 같은 것”이라면서도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축 상황에서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GBC를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그룹 차원에서 나오는 마당에 압구정지구와 같은 큰 사업을 진행하려면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과 최근 수주한 한남3구역 등 대규모 사업장이 많아 세심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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