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재개발 마지막 퍼즐 ‘염리4·5구역’ 시동

재개발 붐 다시 아현뉴타운 일대…마포 재개발 마지막 퍼즐 ‘염리4·5구역’ 시동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 일대 구역 지정이 해제됐던 노후 주택가에서 재개발 사업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서울 도심·여의도 등 업무시설 밀집 지역과 가까워 직장인이 선호하는 주거지인 데다 이미 입주한 단지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신흥 주거타운이 형성되고 있는 덕분이다.



최근 재개발 사전 타당성 검토 심의를 통과해 재개발 구역 지정을 추진 중인 서울 마포구 염리4구역(가칭) 일대. <윤관식 기자>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인근 염리4구역(구역 지정 전, 가칭)이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사전 타당성 검토를 통과하면서 구역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8월 11일 마포구에 재개발 사전 타당성 검토를 신청했고 최근 마포구는 심의가 통과했다고 통보했다. 염리4구역은 10~11월 용역업체를 선정해 주민 대상으로 재개발 찬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구역 지정에 나선다는 밑그림을 그린다. 염리4구역 관계자는 “사전 타당성 검토에서 총점 70점을 넘어야 통과하는데 아파트 공급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제출 두 번째 만에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신촌 그랑자이(1248가구)’ 인근에 있는 염리4구역은 정비면적 3만8809㎡로 전체 626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아현뉴타운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염리5구역(구역 지정 전, 가칭) 1041가구도 10월쯤 재개발 사업을 위한 사전 타당성 검토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염리5구역 관계자는 “늦어도 두 달 안에 용역을 맡겨 사전 타당성 검토를 실시하고 구역지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현뉴타운의 염리4·5구역은 2015년 주민들의 반대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 대학가와 가까워 월세를 놓고 사는 집주인이 많았던 탓에 유독 재개발에 관심이 없던 지역이다. “최근 이화여대 인근에 신축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서면서 집주인들이 다시 재개발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대흥5구역과 노고산 재개발도 조만간 사전 타당성 신청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마포 아현뉴타운은

강북권 1만8000가구 규모 신흥 富村


마포구 아현동·염리동·대흥동·공덕동 일대 아현뉴타운은 총면적 108만8000㎡에 약 1만8500가구를 짓는 초대형 재개발 사업지다. 지난 2003년 2차 뉴타운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개발이 완료된 아현3구역, 공덕5구역과 개발이 중단된 일부 구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아현2구역과 염리3구역(마포프레스티지자이, 2021년 3월 입주 예정)이 마지막 추진 구역이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아파트보다 저층 주택이 더 흔한, 비탈진 동네였던 일대. 2000년대 초반 들어 아현뉴타운에 지정된 이후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기 시작했다. 3885가구가 들어선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아현3구역)’를 비롯해 염리3구역에는 2021년 3월 ‘마포프레스티지자이’ 1694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바로 남쪽에 있는 ‘마포자이3차(염리2구역)’는 2018년 927가구 입주를 마쳤다. 가장 최근에는 아현2구역이 ‘SK뷰아이파크’가 2022년 1232가구를 후분양으로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4~5년 새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면서부터는 아현뉴타운 일대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이곳 분위기는 앞서 개발을 마친 ‘마포래미안푸르지오(아현3구역 재개발)’를 보면 가늠해볼 수 있다. 2014년 입주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최근 15억원 후반대에서 17억원까지 거래될 정도로 가격이 뛰었다. 2012년 공급 당시 6억원대에 분양되고도 미분양으로 허덕이던 아파트다. 최근 각종 대출·세금 규제가 강화되고 주택 시장 심리가 위축된 탓에 거래가 줄고 매매 시세도 고점보다는 낮아졌지만 앞서 6월 한 달 동안은 같은 아파트 84㎡ 19가구가 최소 14억~최고 17억원에 사고팔릴 정도로 거래가 활발했다.


아현뉴타운 내 아파트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일대 개발 물건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도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마포구에서 올 들어 분양권·입주권이 50차례나 사고팔렸다. 모두 아현뉴타운 내 매물이다. 최근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거래 가능한 입주권만 제한적으로 매물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량이 적잖은 셈이다.


아현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현뉴타운에는 서울 도심이나 여의도로 출근하는 30~40대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 고소득자가 몰리면서 강북권 부촌으로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젊은 직장인들이 아현뉴타운을 선호하는 이유는 편리한 교통 여건 때문이다. 우선 아현뉴타운은 도로를 기준으로 신촌로~대흥로~백범로~마포대로가 둘러싸는 구역이다. 버스로 통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최근 버스 중앙차로가 들어선 마포대로를 통해 업무지구인 여의도나 서울역 쪽으로 이동하기 편리하다. 지하철을 기준으로 한다면 사방으로 지하철 2·5·6호선과 공항철도(이대역·아현역·대흥역·애오개역·공덕역) 등이 포진해 있다. 서울 강남권을 제외한다면 나름 광화문, 종로, 여의도, 상암, 용산 등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사통팔달 입지인 셈이다.



어쨌든 염리4·5구역이 재개발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대 지분 가격도 급등했다. 염리4구역에서는 대지지분 13㎡ 남짓한 다세대 주택 시세가 5억원대에 형성돼 있고 면적이 12㎡ 남짓한 방 한 칸짜리 빌라가 4억5000만원에 나오기도 했다. 염리5구역에서도 대지지분 15~20㎡ 크기 주택이 5억원대에 거래된다. 호가 기준으로는 3.3㎡당 1억원이 넘어가는 셈이다.




염리동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재개발 구역 지정을 위한 사전 타당성 검토 통과만으로 기존 집값 시세보다 2억~3억원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대 중개업계에 따르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고 나면 신축 건물을 짓지 못하게 될 이곳에서는 신축 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오는 등 ‘신축 지분 쪼개기’ 분위기도 감지된다.


염리4·5구역까지 개발이 완료되고 나면 사실상 아현뉴타운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모두 맞춰진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제 구역 지정을 앞둔 상태인 만큼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개발 사업은 구역 지정 이전 단계 혹은 구역 지정 직후에 참여하면 수익률이 가장 높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쯤 되면 지금보다 30~40% 이상 오를 가능성도 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하면 가격이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중간에 사업이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후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8호 (2020.10.07~10.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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