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에 다다른 부동산정책..."기가막힌 5~6평 호텔방이 전세대책?


“5~6평 호텔방이 전세대책? 닭장에 살란 말이냐”


    정부는 19일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공공 임대주택 확대를 골자로 한 전세 대책을 발표한다. 정부는 최근 전국적으로 확대한 전세난에 ‘무대책’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공공 기관이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을 최대한 끌어모아 전세 시장에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이나 상가, 공장 등을 개조해 임대주택으로 내놓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선 “호텔방 개조 같은 엉터리 미봉책을 내놓으려 한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을 ‘재탕’해 공급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내놓을 이번 전세 대책의 핵심은 매입 임대와 전세 임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등 확보해 공공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새집을 지어서 공급하는 건설 임대보다 공급에 시간이 덜 걸린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파트보다 다가구, 다세대주택 등이 많아 전세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 입지도 상대적으로 안 좋은 것이 많아 ‘양질의 임대주택’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18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호텔을 개조해 만든 청년 주택인 ‘영하우스’(오른쪽)의 모습. 전체 물량 207가구 중 181가구가 5~6평형이다. /김지호 기자

도심의 빈 사무실이나 상가·공장·호텔 등을 개조해 임대주택으로 내놓는 방안도 검토된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1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호텔 방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전·월세로 내놓는 방안이 (정부 발표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호텔은 객실별로 구분돼 있어 바로 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취사 시설이 없는 데다 대부분 방도 하나뿐이어서 1인 가구가 아니면 살기 어렵다. 2인 이상 가구도 살 수 있는 주택으로 공급하려면 대규모 공사를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호텔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서울시는 종로구 숭인동의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해 올해 207가구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했는데, 180여 가구가 입주 전 계약을 취소했다. 월 임차료는 30만원대로 저렴해 보이지만, 청소비·식대·인터넷 사용료 등을 더하면 실거주비가 매달 약 70만원에 이르는 등 부담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야당에선 정부·여당의 호텔 개조 임대주택 계획에 대해 “닭장에 살라는 소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호텔 방을 주거용으로 바꾸는 걸 대책이라고 내놓다니 기가 막힌다”며 “지난 7월 민주당 혼자 통과시킨 임대차 3법부터 원상 복구하라”고 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호텔과 주거용 아파트는 기본 구조나 주거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서민들한테 닭장 집에서 살라는 말이나 똑같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한 부동산 카페에는 “호텔방을 개조해 겉으로 보이는 임대주택 숫자만 늘리겠다는 소리 같다” “호텔 개조 얘기까지 나온 것은 결국 ‘아무 대책이 없다’고 시인한 것” “이 정부는 전 국민을 쪽방으로 내모는 것을 전세 대책이라고 내놓는다” 같은 댓글이 올라왔다. “전세난이 더 심해지면 모텔, 여인숙까지 전셋집으로 공급하려 하겠네”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전문가들도 비판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공실(空室) 건물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려 해도 각종 행정 절차나 임차인 퇴거 등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공급하기는 어렵다”며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금 거론되는 전세 대책들은 대부분 아무런 의미 없는 정책들”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민주당에선 “호텔 개조는 아이디어 중 하나”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획단장인 김민석 의원은 1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세난에 대한) 초단기 대책이 필요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본다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뚝딱 며칠 만에 집을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니 (이낙연 대표가) 검토되는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한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한계를 보인 것은 시장에 주는 충격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분적, 국지적 정책을 선택한 ‘핀셋 대책’ 때문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야권에선 “정책 실패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정순우 기자 최연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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