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입사...공부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건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명문대생을 반기지 않는 이유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공부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건만...


   “이사님, 공부 잘하셨죠? 저도 공부 잘했거든요.”


몇 년 전, 우리 팀에서 2년 계약직으로 일하던 윤 과장이 점심 식사 중에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다. 참하고 다소곳한 말투에,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자랐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갑자기 공부 얘기는 왜 꺼내나 싶었다. 아마도 곧 계약이 만료되어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한다는 막막함에 그러는가 싶어 묵묵히 이어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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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열심히 공부하면 주변 어른들이 모두 좋아하고 인정해 줬잖아요. 그게 좋아서 참 열심히 공부했는데….”



윤 과장은 명문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국내 SKY 대학 중 한 곳에서 경영대학원 MBA 과정까지 밟은 소위 엘리트 여성이다.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것은 물론, 본인도 자부심이 컸다고 했다.


“그런데 이사님,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성적도 우수했는데 다 소용없더라고요.”


기업에서는 혼자 열심히 공부만 해온 명문대생을 반기지 않는다. '정답맞추기 공부'에 익숙해진 인재는 급변하는 현실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셔터스톡


윤 과장은 대학을 졸업할 때쯤, 여느 젊은이처럼 이름 있는 기업에 입사원서를 내고 시험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모두 탈락. 이후, 중소기업에 합격했으나 자존심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억울한 생각까지 들었단다.


‘어떻게 공부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중소기업에 들어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윤 과장은 공부는 자신있으니 국내 최고 경영대학원 중 한 곳에 입학하여 다시 열심히 공부했다. 이 정도 학력이면 자신이 원하는 이름 있는 외국계 기업 취업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 영어도 학력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소곳하고 예의 바르지만 또 한편 강단도 있어 보이는 인상에 인터뷰도 모두 잘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정말 저는 공부만 잘하 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먼 길을 돌아와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공부, 그것만 잘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거였어요.”


이 이야기가 비단 윤 과장만의 이야기일까? 대한민국에서 공부한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왜 공부하는지도 모르고 시험을 잘 치기 위해 주어진 공부를 한다.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고 혈기왕성한 20대 중후반, 어떤 사람들은 30대까지도 열심히 홀로 공부한다. 하지만 그렇게 최선을 다해 취업이라는 관문에 서게 되면 열에 아홉은 윤 과장처럼 공부의 배신을 맞보게 된다. 그리고 아픈 청년의 반열에 올라 암담한 현실과 싸운다.


다음은 2018년 상반기 취업 시즌이 끝난 후 《서울경제신문》에 실린 기사 한 토막이다.


서울 주요대 실(實) 취업 처참한 민낯,

서울대 40%, 고대 54%, 성대 59% …

실제 취업률과 20% 차

 

물론 명문대생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부모와 학생들이 거의 모든 가용 재화와 시간을 쏟아 들어간 명문대가 아닌가? 그런데 반이 넘는 명문대생이 취업이 되지 않아 대학원을 가고, 공시(公試) 준비를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서울대생 A+의 조건이 시사하는 것들 

혼자 열심히 공부한 명문대생을 기업에서 썩 반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한때 큰 화제가 되었던 <서울대 A+의 조건>이라는 EBS 다큐멘터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서울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이혜정 소장이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의 공부법을 조사하여 다른 학생들에게 참고가 되게 하겠다는 포부로 조사를 시작했는데,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혜정 소장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서울대에서 A+를 받는 학생의 비법은 “수업 시간에 교수의 말을 모두 녹음하고 노트북에 기록하여 무조건 외우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초중고, 그리고 대학에서까지도 정답이 있는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도록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ebsstory&logNo=220575510357&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kr%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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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상되는 정답이 있고, 그 정답에 최대한 맞추도록 오랫동안 훈련된 청년들이 현실 세계로 나오면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현실에서는 도무지 정해진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 오랫동안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부를 하며 현실 세계를 추상적으로 이해한 탓에 기업에서 요구하는 업무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기 쉽다. 요리를 책으로 열심히 배운 사람이 식당 주방에 취업했다고 상상해 보라. 뜨거운 기름이 튀고, 사수는 끊임없이 파나 양파를 까라고 허드렛일을 시킨다. ‘내가 이런 일이나 하자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 억울하고 회의감이 들 것이다. 분명 내 능력(?)에 맞는 대우를 해 줄 식당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실제 좋은 요리사가 될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기도 전에 사표를 제출하는 상황이다.


“평균 1~2년의 구직 활동 끝에 취업에 성공한 대졸자의 약 30%가 취업 1년 안에 퇴사를 한다”는 보고가 있다. 심지어 청년 65%가 15개월 만에 이직을 선택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퇴사자들은 다 어디로 갈까? 각종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홀로 공부를 하며 현실 세계와 더욱 멀어지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정답'이 있는 세계로 말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http://topclass.chosun.com/topp/view.asp?Idx=608&Newsnumb=202010608&ctcd=C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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