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에 빠진 77세 '전국구 스타'..."드라이브도 구사"


“77세에 탁구 드라이브 날리는 재미, 아주 좋아요”[양종구 기자의 100세 건강]


올해로 만 77세인 이승자 씨는 2010년 12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에 위치한 일산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가 탁구에 빠졌다. 당초 풍물을 배우려 복지관을 찾았는데 같은 층 탁구장에서 탁구 치는 사람들을 지켜본 게 계기가 됐다. 이 씨는 “당시 회원 칠순잔치가 있어 탁구장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탁구 총무님이 들어오라고 했고 ‘한번 쳐보실래요?’라고 해 치면서 탁구와 연을 맺게 됐다”고 회상했다. 총무가 잘 친다며 탁구부 가입을 권했고 건강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탁구를 시작한 것이다.

이승자 씨가 서울 강서구 서울탁구클럽에서 힘차게 드라이브를 날리고 있다. 10년 전 67세의 나이에 탁구에 입문한 그는 매일 탁구에 매진해 수준급 실력을 갖추며 ‘전국구 스타’가 됐다. 요즘도 헬스장을 찾아 근력을 키우며 탁구 실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가 정동운 씨 제공

 

 

 

탁구가 주는ㅇ 재미가 좋았다. 상대가 있고 공을 넘기며 다양한 기술을 쓸 수도 있었다. 몸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운동량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할 수 있어 좋았다. 이 씨는 “노안으로 돋보기를 썼었는데 탁구를 친 뒤부터는 돋보기 없이 신문을 보고 있다”며 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탁구는 시력 향상에 좋다. 이 씨는 매일 3시간 이상 탁구를 쳤다. 과거 테니스와 배드민턴, 등산, 헬스도 했지만 이렇게 집중적으로 하진 않았다.

실력도 쑥쑥 성장했다. 당시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대우증권탁구단(현 미래에셋대우) 감독 출신인 김병승 전 대한탁구협회 부회장(76)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김 전 부회장의 체계적인 훈련 덕에 이 씨는 젊은 사람들도 하기 힘든 드라이브까지 구사할 수 있게 됐다. 탁구를 시작한 뒤 6개월 만인 2011년 5월 고양시장기탁구대회에선 실버 여자3부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후 이 씨는 건강 증진과 탁구를 통한 무한도전을 하기 위해 나이 제한이 없는 생활체육대회에 꾸준히 출전했다. 생활체육탁구대회는 실버부문과 일반으로 치러지는데, 일반은 수준별 구분만 있고 나이 제한은 없다. 이 씨는 지금까지 전국대회를 30회 이상 출전했다. 우승 경험은 없지만 4명씩 치르는 조별리그는 80% 이상 통과했고 8강까지 오른 적도 있다. 2013년 열린 제6회 춘천소양강배 전국오픈 탁구대회에선 여자복식 6부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67세에 입문해 전국대회를 다니며 드라이브까지 구사하다 보니 ‘유명 인사’가 됐다. 덕분에 김택수 미래에셋대우탁구단 감독 등 지도자는 물론 선수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남자 국가대표 장우진(25·미래에셋대우)도 ‘꿈나무 할머니’ 이 씨에게 반해 직접 사인한 대표팀 운동복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는 이 씨가 날린 드라이브가 상대 테이블 구석에 힘차게 꽂히는 모습에 엄지를 올리며 “정말 대단한 기술”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씨는 파워 넘치는 남자 엘리트 선수들 경기 영상을 보며 훈련한다. 김 전 부회장은 “솔직히 같은 연령대 남자들도 드라이브 구사가 어렵다. 젊은 여자들도 못 한다. 정말 대단한 파워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땐 탁구를 못 쳐 우울했는데 2단계, 그리고 1단계로 내려가 다시 탁구를 치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탁구를 못 칠 땐 집에서 고정식 자전거도 타고 공원을 걷기도 했지만 힘이 붙지 않았다. 그는 “다시 스매싱을 날리고 드라이브를 거니 힘도 넘치고 사는 맛이 난다”며 웃었다. 손주를 7명이나 둔 할머니지만 탁구 경기장에서만큼은 할머니 소릴 듣기 싫다. 그래서 이 씨는 매일 헬스장을 찾아 근육을 키우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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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살아갈 때 스포츠는 좋은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특정 스포츠를 즐기면 늘어난 시간을 잘 활용하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라고 말했다. 특히 삶의 태도도 달라진다. 김 교수는 “이 씨는 드라이브까지 날리는 것을 보면 스포츠 심리학적으로 운동을 하는 내적 동기의 최고 수준인 감각체험에까지 이른 것 같다”며 “몸을 움직이면서 수준 높은 기술을 발휘하며 큰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를 즐기면서 기능이 향상되고 그런 발전된 모습에 주변 사람들의 칭찬까지 받으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노력한다”며 “이 씨가 탁구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이제 탁구는 내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 됐다. 건강을 위해 뭐든 해야 했는데 탁구를 선택한 게 행운이었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고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다. 힘이 닿는 데까지 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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