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침해, 친고죄가 폐지됐는데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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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침해, 친고죄가 폐지됐는데

2020.10.22

그제 2020년 10월 20일부터 특허침해죄 처벌제도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특허권을 침해할 때에는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1억 원 이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 특허침해죄는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죄(이른바 친고죄)였습니다. 이제는 이 죄가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이른바 반의사불벌죄)로 바뀌었습니다. 이 개정법은 2020년 7월 6일 이장섭 의원이 대표로 발의하여 그다음 날인 7월 29일에 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상정, 9월 16일 원안 가결, 그날 법사위로 넘어가 9월 23일 원안가결, 그 다음 날 9월 24일 본회의 상정하여 그대로 원안가결되었고, 10월 8일 정부로 이송되어 10월 20일 공포돼 시행되었습니다. 법안 발의에서 본회의 통과에 두 달 18일이 걸렸으니 정말 숨 가쁠 정도로 빨리 처리됐습니다.

개정법을 발의하면서 “특허권침해죄는 친고죄에 해당하여 피해자의 고소가 없거나 고소기간이 6개월로 제한되어 있어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이를 해소하려고 발의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개정안을 검토한 전문위원은 ‘친고죄를 반의사불벌죄로 변경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 다만,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는 죄의 종류 및 경중 등의 요건을 고려하여 결정되는바, 특허에 대한 침해죄도 해당 요건 등을 검토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음’으로 의견을 제시했었더군요.

             
특허침해죄를 반의사불벌죄로 바꿨다고 하니, 2000년대에 저작권침해죄의 일부를 반의사불벌죄로 바꾸면서 생긴 사회적 문제가 떠오릅니다. 친고죄일 때에는 저작권자가 고소해야 했으므로 형사 사건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나 고소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고소가 없이도 수사 개시할 수 있게 되니, 이를 활용하는 무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즉 법무법인이 저작권 침해자를 적극 찾아 나서 법적 조치에 나서면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그 당시에 중고생들은 자기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진작가 등 다른 사람의 작품을 가져다 자기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 방문객을 손짓하는 데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법무법인이 이들에게 저작권자를 대신해서 경고장을 마구 날렸고, 경고장과 경찰서 출석 요구에 압박을 받은 중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전국에서 생겼습니다. 개인이 비영리로 남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 위반이 될 여지는 적은데도 그 사정을 잘 알 수 없는 학생들은 법적 조치에 짓눌렸던 것입니다. 문제점을 인식한 시민단체(법률소비자연맹)가 나서서 저작권 침해를 원래대로 친고죄로 바꾸려고 애썼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허권을 침해하면 형사 처벌할 수 있습니다. 특허권 침해죄를 저지르면 징역 7년 또는 벌금 1억 원 이하로 다른 범죄와 비교할 때 형량이 무척 높습니다. 이는 1900년대에 우리나라가 지식재산권 해적국이란 오명을 들을 때 외교 문제를 풀기 위해 의도적으로 높였다는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허권은 재산권입니다. 특허제도가 발달한 외국에서는 형사죄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형사 처벌제도가 없더라도 그런 나라에서 특허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다. 길게 볼 때 우리나라도 특허권 침해에서 형사처벌은 없애 나가야 할 것입니다.

특허권을 제대로 보호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 명분으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부작용이 걱정됩니다. 특허법에서 적용하면,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도 잇다라 개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지식산업계의 반응을 어떻게 나타날지 세심하게 지켜봐야 합니다. 만약 부작용이 생기면 곧바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 법은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장치이어야 하지, 어느 누구에게 먹이감을 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법 시행으로 형사조치가 난무하는 상황이 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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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1981)와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 자격(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가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과실연 공동대표,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과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입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와 ㈜성건엔지니어링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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