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사장의 포토그래퍼 황태석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시간 날 때마다 제 작품을 찍어요, 공사장의 포토그래퍼 황태석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시간 날 때마다 제 작품을 찍어요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태초의 본능입니다. 이보다 정직한 직업은 없습니다. 오늘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뉴노멀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서른세 살 황태석 씨는 건설 현장을 좋아합니다. 다양한 구조물이 모여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공사 현장의 모습은 사람처럼 모두 다릅니다. 타워, 기중기, 구조적인 철골들의 기하학적 형태들은 건축현장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구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새로운 현장에 가면 꼭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편입니다.



고등학교 중퇴 후 프로그램 개발 일을 하다가 건설 현장에 들어선 그. 처음에는 건설 현장이 무서웠지만, 지금은 5년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은 참 아름답습니다. 태석씨는 건축현장에 일하며 사진을 촬영해 SNS에 올렸습니다. 사람들은 이 공사현장 사진에 관심을 보이며 그를 ‘막노동 포토그래퍼’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와서 일이 없는 날에는 주로 사진 작업을 합니다. 한 현장에서 찍었던 사진을 모은 뒤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골라서 저장해둡니다.


건설 현장 일을 하면서도 재미를 찾는 그. 한 가지 공종을 선택해서 배워가며 일하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철근공, 용접공, 미장공, 방수공, 형틀 목공, 전기공 등 공사 현장의 많은 전문 분야 중 관심 있었던 ‘형틀’을 배우고 싶어진 태석씨. 그는 이제 일용직 잡부가 아닌 전문 기능공의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찾은 장소는 바로 서울시 양천구에 위치한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 건설일 드림넷이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일자리를 신청했는데 하루 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건설 일자리를 두고 상담받는 것도 처음입니다.


Q.원하는 직종을 찾아갈 수 있을까요?

형틀 목공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형틀 목공’ 같은 경우는 건물의 뼈대를 짓는 일입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일하면 1년 정도 걸리는데요. 아직 젊으시니 형틀 목공을 배우시면 앞으로도 발전이 있으시리라 생각이 됩니다.


인력 사무소를 다닐 경우는 일당의 10% 정도의 수수료를 떼는데요.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에서는 수수료가 전혀 없습니다. 형틀 직종은 다른 직종에 비해 체력적으로 힘든 직업입니다. 대신 공사기간도 길고, 장기적으로 보셨을 때는 기술도 많이 배우실 수 있습니다.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 상담 결과는 기대 이상입니다. 소개 수수료도 없고, 경력이 쌓이도록 관리도 해 준다고 합니다.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는 소개 수수료가 없는 공공기관이며 전국에 17개소가 있습니다.




건설 현장은 폐쇄적인 일자리입니다. 현장에 아는 사람이 없다면 대부분 인력사무소를 통해 들어가게 되는데요. 인력사무소는 소개 대가로 대부분 10%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일 나간 현장에서 운 좋게 자리 잡는다면 모를까, 대부분의 건설근로자는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먹으며’ 매번 다른 현장에 소개되어 한 가지 기술을 깊게 쌓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의 등장으로 이런 부조리는 점차 사라지리라 예상됩니다.



상담을 받고 이틀 뒤,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형틀 목수 조공으로서의 첫날. 태석씨는 현장에 나가기 전 얼음부터 챙겼습니다. 한 여름, 현장에 얼음이 있고 없고는 거의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반장님께서는 얼음을 챙겨온 태석씨의 센스에 만족하신 모습입니다.



형틀 목수의 기본은 못질입니다. 못이 휘거나 튕기지 않고 목적한 곳에 잘 박혀야 합니다. 콘크리트 바닥에 시멘트 못을 박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보는 것보다 힘듭니다. 형틀을 만져보기도 전에 못질부터 막막한 상황입니다. 반장님의 가르침대로 먼저 자리를 맞추고 망치질에 힘을 줍니다. 가르침 아래에서 열심히 연습해보니 서서히 감각이 깨어납니다.



“저도 처음에 시작할 땐 태석씨보다 어려웠어요. 망치질은커녕 집에서 아무 일도 안 하다가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처음엔 서툴렀는데요. 지금 젊은이들은 금방 보고 배우기 때문에 좀 하다 보면 숙달되는 시기가 올 거 같습니다.” - 이병천 형틀 목공 반장 (58세)



형틀 목수는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는 우선 철근을 세우고, 주변에 나무 틀을 붙여 거푸집을 만드는데요. 거푸집이 똑바로 설치되어야 건물이 똑바로 올라갑니다. 왜냐하면 거푸집 안에 콘크리트를 부어 말린 것이 건물 벽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형틀 목수의 임무는 건물의 수직과 수평을 맞춰 올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건물의 꽃이라 부릅니다.


1cm, 2cm를 다투는 작업이기 때문에 형틀목공 부분에서 오차가 생기면 다른 공정에서 굉장히 애를 먹습니다. 이렇게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요하기 때문에 형틀 목수들은 자부심을 많이 느낍니다.



자~ 밥 먹고 합시다!


기다리던 점심시간. 점심시간은 11시 30분부터 1시간 반입니다. 밥도 먹고, 잠깐 눈도 붙일 수 있는 시간입니다.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 현장에서 휴식은 필수입니다. 태석씨가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또 있습니다. 바로 사진 촬영 때문인데요. 우리가 사는 공간이 이 많은 과정으로 지어진다는 것을, 누군가의 땀방울이 배어있다는 것을 몇 명이나 알까요?


오늘 하루가 마무리되고, 즐거운 저녁 삼겹살 회식 시간. 형틀 목공 반장님께서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보십니다. 태석씨는 형틀 목공 일을 하면서 ‘(건물을) 지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전에 방수 일을 했을 때는 건물을 짓는다기보다는 보수하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형틀 목공 일 같은 경우는 작업을 한 만큼 눈에 보이는 거 같아서 뿌듯합니다.


태석씨는 그동안 현장의 인물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자부심이 쏙 빠진 채 고달픔으로만 소비될 것이 싫었기 때문인데요. 오늘 회식을 하면서 선배 형틀 목수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형틀 목수 조공으로의 이틀째 날. 비가 내렸습니다. 작업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어서 일단 일은 시작됐습니다. 오늘 태석씨는 형틀 목수 43년 경력 대선배의 조공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어제 함께 일한 반장님과는 다르게 작업에 필요한 몇 마디를 빼고는 별말씀이 없으십니다




“잘 잡아”, “수평을 맞춰”, “구멍이 안 맞아”. 대선배님이 태석씨에게 건넨 말은 이 세 마디뿐이었습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면서 온몸이 흠뻑 젖었습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와서 작업하기 힘든 날은 퇴근한 뒤 다음날 작업을 재개합니다. 비가 오면 현장이 미끄럽고 감전의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오전 11시, 야외에서 작업하는 형틀 목수 팀은 귀가 조치 되었습니다. 이런 날의 일당은 기본 페이의 절반 정도만 받습니다. 많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1980년대를 지나며 대한민국 건설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뒤에는 건설 근로자의 희생이 있었는데요. 당시 자료를 보면 안전 발판이나 안전망은 물론이고 안전모도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인데요. 건설업 선배들은 그 시절을 살아냈습니다



격세지감이라 할 만큼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견고하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고 작게 희망이 싹트는 곳도 있습니다. 경기도의 어느 건설 현장에서는 근로자의 정확한 출퇴근 기록을 위해 안면인식기를 설치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일당과 월급이 책정되는데요. 건설 현장에서는 출퇴근을 정확히 기록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출퇴근을 수기로 기록했는데, 25일을 일했는데도 19일로 깎아 일당을 지급하는 사업장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내장공인 최월국(54세)씨는 일용직이 아닌데 서류상 일용직으로 분류됐었습니다. 나라에서 정해주는 단가(적정임금)이 없었고, 회사와의 협의로만 임금이 정해졌었는데요. 이로 인해 일을 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기분이 참담했는데요.





지금은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이곳은 적정임금제의 시범 사업장으로, 정부가 정한 근로자의 적정 임금이 보장되며 일한 만큼의 임금이 삭감 없이 입금됩니다. 이름과 직종, 출근시간, 퇴근시간이 바로 확인되어서 한 달에 한 번 월급일이 정해져서 임금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건설계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탓에 100원짜리 공사가 40원에 낙찰되기도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건설 근로자의 몸값은 깎일 대로 깎입니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 하나. 지난해부터 직불제도가 도입됐다고 하는데요. 근로자의 임금을 발주기관이 송금하면 도급사에게는 열리지 않는 가상 계좌를 통해 근로자에게 직접 입금되는 공공발주자 직접임금지급제입니다. 조달청이 운영하는 가상계좌는 도급사에게 인출권한이 없는 잠금장치입니다.





이제는 돈 떼일 염려 없이 일만 하면 됩니다. 이 현장에서 돈을 못 받지 않겠냐?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근로자에게 직불로 임금이 지급되고, 나라에서 정해주는 단가(적정임금)가 있으니까요.


적정임금제는 당초 공공발주처가 정한 금액 이상을 임금으로 지급하라는 것으로 하도급 과정에서도 삭감되지 않습니다. 물론 직종별로 경력과 전문성에 맞는 적정임금을 어떻게 책정할지에 대한 숙제는 남아있습니다.



2020년 11월부터 전면도입되는 전자카드제는 일용직 근로자의 출퇴근을 기록하여 경력을 관리하고 약간의 퇴직금을 적립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적정임금제와 임금직접지급제, 전자카드제가 모두 시행되고 있는 현장. 이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 근로자는 이제 일자리 걱정이 없다고 말합니다.





세상을 지어올리는 일. 이 일에는 여전히 수식어가 붙습니다. ‘막-’이라는 접두사입니다. ‘거친’, ‘품질이 낮은’, ‘닥치는 대로 하는’이라는 의미의 접두사인데요. 막노동을 한다는 표현을 하며 건설 근로자분들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건설 근로자들 역시 열심히 노력해서 땀 흘리며 일하는 근로자입니다. 적어도 ‘건설 근로자’라는 표현으로 불러 주시면 어떨까요? 더 이상 막노동이 아니라 ‘기술직 전문직이다’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힘들고 고되고 땀은 나고 폼은 안 나지만 자신이 짓고 있는 공간만큼의 꿈을 안은 청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국토교통부 유튜브 (다큐온) 나는 공사장 아이돌이다 영상을 확인하세요!


국토교통부(다큐온) 나는 공사장 아이돌이다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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