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9. 15. 16:29


조직 문화 설계, 가치 있는 경험 선사하라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어쩌다 창업을 하게 되셨어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가 있었고 적당히 무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답하곤 한다. 진심이다. 만약 창업자의 일과 삶이 어떤 건지 미리 알았더라면 “창업? 패스!”를 외쳤을 것이다. 스스로 일은 꽤 잘한다고 자부했으니 ‘해오던 대로 하면 큰 문제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게 패착이었다. 창업 첫해, 나의 무식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대표라면 다음의 다섯 가지에 유능해야 함을 배우게 됐다.


첫째, 사업을 잘 벌이고 기회를 만들어 쟁취해야 한다. 둘째, 회사 살림을 꼼꼼히 해야 하며 셋째, 고유한 리더십을 활용해 팀 관리를 잘해야 한다. 넷째, 사업 초기엔 대표도 실무를 많이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삶을 건강하고 윤리적으로 살며 일과 삶을 서로 강화시켜야 한다. 창업자의 ‘기본 스펙’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일을 시작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해가 지날수록 방법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도 해도 어렵고 정답이 없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조직 문화’다.





위커넥트는 소셜벤처나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를 연결하는 채용 컨설팅과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수백 개 회사의 대표와 경영진을 만나 왔다.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건, 채용은 그저 시작일 뿐 구성원의 몰입과 근속, 조직 전체의 성과는 결국 조직 문화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언젠가 “문화에 비하면 전략은 아침 식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는데, 그만큼 조직 문화를 일궈가는 일은 무척 어렵고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조직 문화의 중요성을 모르는 대표는 없다. 그러니 구글과 아마존,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와 관련된 책이 출판업계의 불황에도 선방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이제 갓 시작한 회사가 넷플릭스의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무규칙 조직 문화를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다. ‘조직 문화 헌장’ 같은 걸 만들어 직원들한테 한 장씩 나눠준다고 바로 어제와 다른 조직 문화가 자리 잡히는 것도 아니다.


조직 문화에 대한 질문을 품은 채 두리번거리던 나는 우연히 선물 받은 책에서 보석 같은 문장 하나를 발견했다. “이해와 동의, 그리고 수용의 과정을 거쳐 결국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이 변화할 수 있도록 일련의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다.”(‘그래서, 인터널브랜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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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바로 이거다!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특정한 믿음을 갖게 하고, 기대한 결과를 만드는 사고방식과 행동규범을 강화하는 것. 바로 이게 조직 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이자 공식이었다. 곧바로 우리 회사에 처음 입사해서 퇴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결정적 순간들을 나열해봤다. 채용-온보딩-몰입-경력개발-퇴사. 다섯 가지 주요 단계에서 구성원의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는 무려 서른 번이 넘었다. 이 중 제대로 하고 있는 것과 중요하지만 놓치고 있던 것을 비교해 보니 뒤통수가 서늘해졌다.


위커넥트를 운영하면서 많은 수의 소셜벤처를 이끄는 핵심 인재들이 ‘MZ 세대’란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곧 인생 최대의 경험이 들이닥칠 예정이다. 바로 출산과 육아다. 여성 직장인 3명 중 2명이 육아 때문에 퇴사를 고민한다. 기혼 여성의 20%인 180만명이 현재 경력 단절 상태인데 이들의 절반이 30대, 밀레니얼 세대다. 육아를 경험하는 여성과 남성 구성원에게 어떤 조직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우리 회사의 중추 역할을 하는 구성원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근속률이 달라질 것이다.


조직 문화는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핵심 인재가 떠나지 않는 조직 문화를 설계해야 결국 회사도 전문성을 잃지 않고 경쟁력을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어떻게 하면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어떻게 하면 우리 구성원들이 우리 조직에서 마주하는 경험들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을까?’로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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