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새것, 상가는 헌것이 좋다

심형석 미국 SWCU 교수


[땅집고] 새 아파트 전성시대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30대 밀레니얼이 본격적으로 내 집 마련에 뛰어들면서 새 아파트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이런 경향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전국에서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6.49% 올랐다. 반면 준공 15~20년된 구축 아파트는 평균 0.54% 하락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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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든 부동산 상품에서 신축이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수익형 부동산 대표 주자로 상가와 오피스텔을 꼽는다. 특히 상가는 가장 어렵고 많은 공부를 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상품이다. 상권 분석부터 고객 동선까지 한 번도 장사를 해보지 않았다면 들어도, 읽어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상가의 특징 중 하나는 새 것, 정확하게 말하면 ‘분양 상가’에 투자하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땅집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준공연차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한국감정원

 

 

 

“상권 형성에는 최소 5년 이상 걸려”

상가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자는 대개 분양가를 주변 시세에 맞춘다. 현장에서 보면 이건 정말 넌센스(nonsense)다. 신규 분양 상가는 상가의 힘이 미치는 권역을 뜻하는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은 탓이다. 상권이 형성되려면 짧게는 5년, 길면 10년이 필요하다. 이미 상권이 형성돼 장사가 잘 되는 상가와 신규로 분양하는 상가의 가격을 동일하게 결정하는 것은 몇 십년간 한 우물을 판 전문가와 신입 사원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땅집고] 지방 광역시의 한 신축 상가 건물에 세입자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선DB

신규 분양 상가는 이미 상권이 형성된 상가 가격의 60~70%대에서 분양가를 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60% 가치도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분양 상가가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흔히 스타 영업주라고 일컫는 장사 잘하는 상인들이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상권이 어떻게 형성될지 알 수 없고, 상권이 형성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니 불안하다. 스타 영업주는 임대료를 더 내더라도 좋은 상가에서 영업하기를 원한다. 임대료가 아무리 저렴해도 그저 그런 상권에서 영업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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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는 아파트와 달리 새 것이 절대적으로 좋지 않다. 상가 분양사업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주변에서 신규 상가를 분양받겠다는 지인이 있다면 정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상가는 주로 근린상가나 테마상가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나 복합상가는 또 다른 변수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기존 상가 웃돈 주고 사는 게 안정성 높아

국내 상가 개발업자들이 영세하고 은행은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해주지 않으니 상가 디벨로퍼 입장에서는 분양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양이란 방식 자체가 상가에는 적절하지 않다. 분양 상가에서는 상권이 형성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유주가 하나인 대형마트나 백화점처럼 일관된 사업전략을 통해 마케팅을 펼쳐야 겨우 상권이 형성될 수 있다. 소유주가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인 경우 의사 결정이 원활하지 않을뿐더러 제대로 된 상가 관리도 거의 불가능하다. 상가 건물이라는 것이 묘해서 한 두 집이 장사를 잘 한다고 계속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 상가 전체가 동일한 목표를 갖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상권 형성에도 도움이 되고 개별상가도 살아난다.

[땅집고] 서울 관악구 신림동 상권. 성숙한 상권이 형성되려면 최소 5년에서 10년이 걸린다. /조선DB

 

 

 

이같은 상가 특성을 고려한다면 새로 분양하는 상가를 매수하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앞으로 해당 상가가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상가 개발사업자도 이를 잘 알지 못한다. 아무리 목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상가도 결국 영업하는 점주 능력에 따라 가격이 몇 배씩 차이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존 상가를 프리미엄(웃돈)을 얹어주고 사는 것이 안정성 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하다. 특히 유망 프랜차이즈 업종이 이미 입점해서 장사를 잘하는 상가라면 금상첨화다. 상권도 형성되어 있고 유망 프랜차이즈는 오랜 기간 떠나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충족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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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gi, conpaper E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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