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자 고든 번샤프트(Gordon Bunshaft)


건축기업 SOM을 일으킨 고든 번샤프트

 

     고든 번샤프트(Gordon Bunshaft·1909~1990)는 1935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건축석사 학위를 받은 후 2년간 유럽과 북아메리카를 여행했다. 이후 뉴욕현대미술관(MoMA) 설계를 담당한 에드워드 대럴 스톤(Edward Durell Stone), 산업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 밑에서 일했다. 1937년 SOM(Skidmore, Owings, and Merrill)에 입사해 1949년 SOM을 공동 경영하는 파트너 자리에 올랐고, 1988년에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레버 하우스(Lever House. 1952) /사진=wikimedia [효효아키텍트-53]

그는 뉴욕 유니레버 본사 건물인 레버 하우스(Lever House·1952)를 설계했다. 여성인 나탈리 드 블로이(Natalie Griffin de Blois·1921~2013)를 디자인 코디네이터(Design Coordinator)로 설계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레버하우스는 건축사적으로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첫째는 뉴욕 최초의 글래스커튼월 고층빌딩(24층)이다. 유리커튼월 외벽을 쉽게 청소하도록 옥상 곤돌라도 설치했다. 둘째로 타워 밑부분의 포디움(podium·기단)을 필로티로 처리해 시민들에게 지상층을 내줬다. 정원이 조성되었고, 유명 작가들 조각품도 전시됐다. 공용 광장을 뉴욕시에 제공한 대신 고층빌딩에 적용되는 셋백(사선제한)이 완화되어 타워를 올릴 수 있었다.

1층 평면은 격자 그리드 위에 구조모듈이 오버랩되면서 옥외와 실내가 한데 묶이듯이 계획했다. 바닥의 페이빙 패턴(벽돌 구조)도 따라 했다. 작은 방형체 가든은 로비 내부로 일부 관통되어 들어가 있다.

고든 번샤프트(Gordon Bunshaft·1909~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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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체이스 빌딩(Chase Building·1960)은 JP모건이 체이스 은행을 인수하면서 JP모건체이스 본사 빌딩으로 쓰였다. 2019년 2월 뉴욕 파크 애비뉴 270의 JP모건체이스 본사 빌딩(Union Carbide Building→Chase Building) 철거 신청이 접수됐다. 이 빌딩은 고든 번샤프트와 나탈리 드 블루이(Senior Designer)에 의해 높이 212m로 설계됐다. 이 빌딩은 거의 50년 동안 여성이 디자인한 가장 높은 빌딩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뉴욕 체이스 빌딩(Chase Building·1960) /사진=wikimedia

 

 

 

그가 설계한 유일한 주택인 트레버틴 하우스(Travertine House·1963)는 뉴욕 맨해튼에서 동쪽으로 120여 ㎞ 떨어진 이스트햄턴의 대서양 해변 조지카(georgica pond) 물가에 있다. 호변을 따라 지은 직사각형 평면의 단순 간결한 미시안(miesian) 스타일의 오픈 플랜 주택이다. 베이지톤의 트래버틴 대리석을 마감재로 사용했다. 길이 30m, 폭 7.8m, 면적 210㎡로 3m 높이 콘크리트 벽체에 더블티(TT)의 PC 슬래브 지붕을 얹고, 사이 공간은 유리로 채워 고창(clerestory·高窓)을 만들었다.

더블티(TT)는 공장이나 교량 등 롱스팬을 요하는 곳에 사용하던 PC 바닥 구조재로 주택에 쓰인 것은 파격적이다. 이 집은 번샤프트가 미스 반 데에로에(mies vdr) 추종자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트래버틴, 오픈 플랜, 그리드가 그 증거다.

트래버틴은 미스가 가장 선호하는 석재 중 하나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판스워스하우스, 시그램 빌딩 등 그의 대표 마감재다. 번샤프트는 피카소, 르코르뷔지에 그림과 헨리무어, 장 뒤뷔페,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1904~1988) 등 조각품들을 수집했다. 이사무 노구치는 번샤프트의 레버 하우스, 바이니키 도서관의 협업 작가였다.

1994년 번샤프트 부인 사후 집을 모마(MoMA)에 기증했다. 모마는 뉴욕 셀렙 마사 스튜어트에게 팔았다. 또 다른 주인이 나타나면서 2004년 허물어버렸다. 모더니즘 건축의 아이콘 하나가 사라져버렸다.

 


바이니키 희귀도서관(Beinecke Library·1963)은 코네티컷의 뉴헤이븐, 네오클래식과 고딕 양식 건축이 주류를 이루는 예일대 캠퍼스 내에 있다. 바이니키는 희귀한 책들과 문서를 수집·보존·연구하는 도서관이다. 1455년 제작된 구텐베르크 성경(Gutenberg-Bibel), 이집트 파피루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니키 희귀도서관(Beinecke Library. 1963) /사진=wikimedia

바이니키도서관은 지상의 직육면체 전시홀 박스와 지하 2개층의 실제 도서관 기능으로 크게 구분된다. 지상층의 격자로 되어 있는 전시홀 박스는 높이:폭:길이가 1:2:3 비율이며, 5개, 10개, 15개의 정사각형 유닛으로 구성돼 있다. 비렌딜 트러스(vierendeel truss)로 이뤄진 박스는 기둥 없이 건물 네 코너에서 대형 파일론 기둥(교각)에만 의지한 채 공중에 떠 있다.

큐브가 모자이크된 것처럼 설계된 외벽이 특징이다. 스틸 강재의 외부 마감은 인근 버몬트산 화강석이다. 내부 커버는 버몬트 화강석 칩이 들어간 PC패널, 십자가 강재가 만든 팔각형 창(infill)도 버몬트산 3.28㎝ 반투명의 하얀 대리석으로 채웠다. 대리석 큐브가 햇빛을 받으면 호박색으로 변해 투사력이 낮아 고서를 보관하는 데 효율적이다.



허시혼 미술관(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1974)은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닉네임은 '도넛 미술관'이다. 위에서 보면 원형 건물 중심부가 텅 비어 도넛 모양을 연상케 한다. 높이 25m, 직경 70m다. 건물 내부는 지상 3층과 지하 1층으로 이뤄져 있다. 2층과 3층은 각 안쪽 원과 바깥 원으로 나뉜다. 안쪽 원은 조각, 바깥쪽은 회화·설치 작품이 전시된다. 창이 전혀 없으며 3층에서만 내셔날몰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21m짜리 창이 나 있다.

미술관의 핵심 경쟁력은 건축물보다는 컬렉션이다. 허쉬혼의 야외 조각 공원은 세계적인 현대 조각 작품을 가장 많이 전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19세기 로댕의 '칼레의 시민'을 비롯해 브루델, 브랑쿠시, 마티스, 피카소, 헨리무어, 알베르토 자코메티, 로이 리히텐슈타인, 알렉산더 칼더 등 작품이 미술관 주변에 늘어서 있다. 지난 1년간 야외 조각 공원에서는 이우환의 '오픈 디멘션(open dimension)'전이 열렸다.
[프리랜서 효효]
※참고 자료 : 박영우 건축가 블로그, wikipedia.org/wiki/Natalie_de_Bl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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