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잘 될까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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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 잘 될까

2020.09.11

오는 11월 3일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50여 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도 세계도, 그리고 한국도 요동칠 것입니다. 어쩌면 대통령 선거 자체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2016년 10월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라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마지막 TV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유보해서 언론의 논란거리가 됐습니다. 당시 그가 선거 유세에서 부정선거 음모를 주장하곤 할 때였습니다. 선거 승복 여부가 이슈가 되자 TV 토론 다음 날 트럼프는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전적으로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다, 내가 이기면.”

만약 그때 트럼프가 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지금 미국 언론들은 새롭게 그때 그가 한 말을 떠올리며 미국 대선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난봄 이래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도전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선거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그의 사저 트럼프타워로 이사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선이 안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올해 미국 유권자들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 예년에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거의 모든 주에서 유권자들이 감염을 우려하여 우편투표를 많이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이미 지난 4일 우편 투표를 접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많은 주가 선거일보다 일찍 조기 투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편투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게 대통령선거 평론가들의 의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에 부정 요인이 있다고 트집을 잡고 있습니다. 또 최근 자신의 측근을 우정 국장으로 임명해서 우편투표 예산을 깎고 직원들의 초과 근무를 못하게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편투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게 허들을 놓고 있다고 합니다.

우편투표를 하는 유권자가 많아지고 우편 투표함 수송이 원활하지 못해 11월 3일 선거 당일 우편투표가 개표소에 도달하지 않으면 선거결과 발표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가 투표소 투표에서 이겼으나 늦게 도착한 우편투표에서 바이든 표가 쏟아져서 당락이 바뀔 경우 논란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이기면 승복하겠다.”는 트럼프의 말이 께름칙한 여운을 던집니다.

각 주가 승자 독식으로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간접선거 방식의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런 논란의 소지가 큽니다. 지난 2000년 민주당 앨 고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결에서 승패가 걸린 플로리다 개표가 문제가 되어 대법원의 판결로 부시 후보가 대통령이 된 사례가 있습니다. 민주주의 시스템과 정치인들의 절제에 의해 헌정 위기가 극복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전통 같은 것이 있습니다. 선거일 저녁 개표가 진행되어 당락의 윤곽이 드러날 때 패자가 승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패배를 인정합니다. 승자는 이때에야 비로소 TV 화면에 나타나 “방금 아무개가 전화를 걸어왔다”며 승리를 선언합니다. 정치 결투에서 발휘되는 일종의 신사도입니다. 우편투표가 결정적인 당락 요인이 될 수 있을 때 투표소 투표 집계만 갖고 트럼프가 일방적인 승리 선언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요즘 한국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정치적 화두인데, 미국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통령 선거’가 나올지 모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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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수종

‘뉴스1’고문과 ‘내일신문’ 칼럼니스트로 기고하고 있다. 한국일보에서 32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주필을 역임했다. ‘0.6도’ 등 4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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