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조 빚더미 LH, 공공임대 1채 지을 때 빚 1억 는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공급정책의 주요 축 중 하나는 공공임대주택의 확대다. 정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65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70%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LH가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때 늘어나는 부채는 1호당 1억2000만원이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65만호의 70%인 약 45만 5000호를 짓는데 증가하는 부채는 54조6000억원이다. LH의 지난해 부채는 126조7000억원이다.

지난 8월 25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에 감정가액과 관련한 현수막이 붙어 있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토공)와 대한주택공사(주공)의 통합으로 탄생한 직후부터 3조원 이상의 정부 재정을 지원받아 부채비율을 줄여왔다. 통합 당시 토공의 부채비율이 500%를 넘었다. LH의 부채비율은 매년 낮아지는 추세지만 대규모 국책사업을 진행할 경우 부채비율은 언제든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온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현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LH의 부채는 다시 폭등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원개발 등으로 증가한 부채가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된 에너지공기업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LH는 공공임대주택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교차보전 사업구조로 사업을 진행한다. 교차보전이란 아파트 분양이나 택지개발 등의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사업의 손실을 보전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5만호 이상의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짧은 시간 내 공급할 경우 LH의 부채비율 폭증은 피할 수 없다. 정부가 발표한 임대주택 공급 규모 자체가 LH가 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기도 하고,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표를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 공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교차보전사업을 통해 부채율을 낮추겠다는 장기적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文정부 공약 45만호 지으면 부채 54조 늘어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부채비율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이 LH의 입장이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 사업에서 수익을 최대한 늘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과의 송사에 휘말리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LH가 현재 난항에 부딪힌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경기 성남시 판교를 포함해 광교, 동탄, 위례 등 전국 각지에 건설돼 있는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이다.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은 임차인이 LH에 임대료를 납부하다 10년 뒤 분양하는 주택이다. LH는 분양가를 챙겨 수익을 만든다.

하지만 최근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분양가 산정 자체가 만만치 않다. 임차인들은 10년 전 부동산 시장 상황 내지 분양 후 10년간 상승률이 어느 정도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임대아파트에 들어오는데 최근의 부동산 시장은 그런 예측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서정호 성남시중대형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장은 “우리가 2009년에 아파트에 입주할 땐 1999년부터 10년간 추이를 계산해 2020년쯤에는 대략 40~50%쯤 오르겠다고 생각한 건데 300% 이상 올라버리니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점 가격과 분양 시 기대 가격 사이의 갭이 너무 크다 보니 양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못한 채 결국 법원까지 갔다. 이미 10년 전 표준임대차계약서에서 “분양가는 분양 당시의 감정평가액으로 한다”고 계약을 했기 때문에 사실 서류상으로는 문제 될 게 없다. 문제는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임대주택 감정 주체다.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임대주택은 해당 지자체가 시행 주체가 돼 감정평가를 진행한다. 반면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 단지의 경우 지자체가 아닌 LH가 시행 주체가 돼 감정평가를 진행한다. 서정호 회장은 주간조선에 “계약상 갑이 감정평가법인을 선임해 감정평가금액이 LH에 유리하도록 턱없이 높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중대형 면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판교 백현마을 8단지의 경우 중소형 단지에 비해 가구당 3억원 정도씩 높게 평가됐다는 것이 연합회 측의 주장이다. 서 연합회장은 “중소형 단지 쪽이 상권이 더 좋은 데다 중대형의 경우 평(3.3㎡)당 가격이 더 낮아져야 하는데 우리는 중대형 가구의 평당가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판교의 중대형(85㎡ 초과) 분양전환형 10년 공공임대주택은 백현마을 8단지를 포함해 원마을 12단지·백현 2단지·산운마을 13단지·연꽃마을 등 약 2200가구에 달한다. 성남중대형연합회 측은 분양가와 관련한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서울지방법원과 수원지법 성남지원 등에 제기한 상황이다.

 


수원시 광교신도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박종문 광교연합회장은 주간조선에 “분양전환가가 시세의 80%다. LH가 지은 아파트의 경우 민간에 비해 80% 금액인데 우리는 LH 아파트에 들어와 살다가 청약통장도 없어진 상황”이라며 “이것저것 다 싫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분양가도 안 된다고 하면 청약통장이라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10년 전환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 임대 계약을 맺고 입주할 때 청약통장이 소진되는데, 수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청약통장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이다. 박 연합회장은 “우리가 뭘 잘못한 거냐. 나라의 정책을 믿은 것밖에 없는데 큰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광교연합회 역시 올 상반기 이와 관련한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수원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사업시행자인 LH는 완고한 입장이다. LH의 한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분양전환 공공임대는 법령에 규정된 ‘감정평가 가격대로 분양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며 “국토부와도 동일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미 분양전환을 시행해서 계약체결한 단지들도 있는 상황에서 평가금액이라든지 산정 방법을 바꾼다면 기존 계약자들과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 LH의 입장이다. LH 관계자의 설명이다.



“근본적으로 최초 공고 계약서에 입각해서 감정평가금액을 산정하는 것이라 당초 기준대로 가야 한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8호 이하의 임대주택은 지자체가 감정평가 법인을 선정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8호 초과 임대주택은 법령에 규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지자체가 선정하지를 않는다. 임차인분들이 지자체 선정을 원하듯 저희도 지자체에 가격사정을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했었다. 하지만 법령에 규정이 없어 지자체가 시행할 의무가 없다는 답신을 받았다. 저희도 자의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임차인분들에게 평가 법인을 추천받아서 하는데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단지는 부득이 저희가 선정해서 하는 것이다.”

지난 8월 2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모습. 이 건물에 LH 용산특별본부가 입주해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공공임대 분양이 부채 줄이는 수단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사실상 폐기되는 수순이다. 지난 8월 25일 국토교통위 질의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성남 판교를 지역구로 둔 김은혜 미래통합당 의원의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관련 질의에 “대통령께서 공약을 하셨더라도 현실적으로 안 되는 것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4월 총선 당시 김병관 전 의원 선거 유세에 나서 “우리 서민들의 내집마련과 주거복지를 위해 10년 임대의 분양전환을 5년 임대와 꼭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당론으로 채택하고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겠다”고 공약했었다. 5년 임대의 경우 임대 당시 감정평가액과 분양 당시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가해 분양가를 계산하기 때문에 10년 임대보다 분양가가 크게 낮아진다.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폐기되면 LH 입장에서는 공공임대주택에서 발생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한 수단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현재 LH는 3기 신도시 건설에 따라 수도권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라 부채 급증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LH의 한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경우 정부 출자금 등을 제외하고 국민임대주택 기준 1호당 약 1억2000만원가량의 부채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 재정분을 제외하고도 정부지원기금과 세입자들의 보증금, 자체 조달 재원 등이 모두 합쳐서 부채로 잡힌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5만호를 건설한다고 보면 정부 출자금액을 제외하고도 6조원의 부채가 추가로 LH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LH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임대주택 주거복지사업은 부채 등 재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거복지사업의 경우 일부 손실이 나는 구조로 진행되는 건 맞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사업시행자(LH) 부채비율까지 감안하고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국토부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담당하는 공공주택총괄과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일반적으로 공공임대주택 재원을 사업시행자의 부채비율까지 감안하고 편성하지는 않는다”라며 “공공임대주택의 재원은 주로 재정과 기금으로 편성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건설형 공공임대주택의 재원은 재정이 30%, 기금 융자가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여기서 기금은 주택도시기금을 말한다. 이 때문에 현재 기획재정부도 공공임대주택 건설 재원 마련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LH라든가 SH와 같이 재원 부담이 힘든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회투자채권 같은 펀드를 만들어 뒷받침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전철 밟나

공공임대주택이 결국 큰 부채로 돌아왔던 사례는 이미 10년 전에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 10년간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공급을 목표로 잡았다. 당시 공공임대주택의 일종인 국민임대주택이 공공임대주택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처음에는 당시 토공과 주공의 부채비율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임기 말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LH는 매입한 토지를 건설사에 되팔지 못하면서 부채가 눈덩이 구르듯 늘어났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직후인 2009년 6월에는 부채가 118조원에 달했다. 당시 국가부채 총액이 366조원이었다. 국가부채 전체의 3분의 1이 LH의 부채였던 것이다. 당시 LH의 기관운영 감사를 실시한 감사원은 “임대주택사업은 구조적으로 적자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며 “일단 지가와 건설비에서 적자가 나는 데다, 임대비용(시세 대비 30~60%)이 임대수익을 초과해 공사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대규모 국민임대주택 건설을 부채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도 비슷하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2017년 7월 공공(LH·지방공사 등)이 직접 공공임대주택을 연평균 13만호,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6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LH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국민임대주택은 전체 공공임대주택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런 큰 그림에 따라 주거복지 사업비 역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거복지와 관련해 LH의 가장 주된 사업은 도시조성과 주거복지 등 5개 사업인데 최근 수년간 가장 사업비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주거복지 사업이다. 주거복지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도심 내 최저소득 계층을 현 생활권에서 주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개발이익 환수, 세입자 주거안정,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도 이 사업에 들어간다. 이 사업비가 2015년 기준 2조5138억원에서 2016년 기준 3조2174억원 정도로 늘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2018년 기준 4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7조 2110억원에 달했다.

변창흠 LH 사장이 지난 8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공공임대주택의 미래는?

결국 LH가 나라의 부동산 문제를 홀로 떠안고 씨름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LH 전체 직원은 9000명 내외로 공기업 중 수위에 꼽히는 규모이고, 지난해 자산도 176조5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공룡’ LH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LH는 최근 서울역 근처에 있는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용산특별본부’도 건설했다. 용산 미군기지 일대 LH가 참여하는 사업지의 도시재생과 주택공급 사업 등을 담당하기 위해서다. 변창흠 LH 사장 역시 이 용산특별본부에 자주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H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8·4 부동산 대책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다. 서울권에 추가 공급하기로 한 주택 13만2000호 중 약 70%의 개발을 LH가 주도한다. 1만호 규모의 태릉골프장, 3000호 규모의 용산 캠프킴 부지, 4000호 규모의 정부과천청사 일대 등이 LH가 시행사로 주도하는 개발이다.

현장에서는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분양가를 놓고 송사가 벌어지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폐지론까지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LH가 분양을 전제로 한 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대규모 임대주택을 짓고 분양하지 않으면 세입자의 보증금 등이 LH의 금융부채로 잡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3기 신도시 5곳에서 50%가 임대주택으로 건설될 경우 LH의 현금흐름에서 부채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5년이나 10년 뒤 분양하면 원금은 돌아오고 이자는 월세로 충당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수익이 나지 않는 건 맞는데, 나중에 분양을 하면 (수익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바꿔 말하면 임대주택도 언젠가는 분양을 전제로 해야 LH의 부채 부담이 덜어진다는 설명이다. 김은혜 의원은 주간조선과 만나 “앞으로도 LH는 분양이 가능한 방식의 임대주택을 중점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지 않으면 부채비율을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LH 관계자는 “3기 신도시에 어떤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이 주로 지어질지는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채에 허덕이는 ‘공룡’ LH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총대를 메고 사느냐 죽느냐는 시간차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배용진 기자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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