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옆 동네를 바꾼 건물


[한은화의 생활건축] 경복궁 옆 동네를 바꾼 건물



한은화 경제정책팀 기자


    경복궁의 서쪽 문인 영추문이 있는 동네, 서울 종로구 통의동은 건축하기가 까다로운 동네다. 조선 시대 창의궁 터였고, 일제강점기 때 동양척식주식회사가 관사를 지었다. 광복 이후 집과 길의 소유권 관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못해 골목길이 개인 땅인 경우도 많다. 그 길에 있는 집은 낡아도 새로 짓기가 쉽지 않다. 동네 안쪽 집들이 낡은 채로 있거나, 리모델링 정도만 하는 까닭이다.

 

이런 통의동에 오랜만에 새 건물이 들어섰다. 공간의 힘이 상당히 세다. 동네 안쪽 좁은 골목길에 있는데도 주말 아침부터 사람들이 찾아든다. 건축사사무소 SOA(강예린·이치훈)가 설계한 4층 건물 ‘브릭웰(Brickwell)’이다. 건물은 건축주·건축가·시공사, 이 셋의 합이 맞아떨어졌을 때 만들어질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건축주는 사옥으로 쓸 이 건물에 이기심부터 앞세우지 않았다. 주변을 살폈다. 건물 옆에는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가 고사한 백송 터가 있다. 지금은 밑동만 남아 있지만 이를 안타까워한 주민들이 주변에 여러 그루의 백송을 심어 놓은 터다. 건축주는 이 백송 터와 조화를 이루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정원이 있길 원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브릭웰’의 공공정원. 신경섭 작가




건축가는 이 염원을 디자인으로 풀었다. 백송 터와 잘 연결될 수 있게 지상 공간의 절반을 비웠다. 담도 세우지 않았다. 땅의 양쪽으로 골목길이 나 있어 건물의 비워진 1층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통로가 됐다. 더욱이 이 열린 공간에 물이 있는 정원을 꾸며놨다. 개구리의 정원이다.


건축가는 한발 더 나아가, 이 정원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였다. 정원을 아래에 두고, 네모난 건물의 일부를 꼭대기(4층)까지 원통형으로 뻥 뚫었다. 이 뚫린 원형 중정을 둘러싸고 층마다 테라스가 있다. 여기서 정원을 내려다보면 우물(well) 속 같다. 네모 속 동그라미가 주는 공간감과 긴장감이 상당하다.

 

건물은 외장재로 벽돌을 썼다. 벽돌 사이에 모르타르를 채워 쌓는 전통적인 습식 공법과 벽돌이 구슬인 양 파이프에 꿰듯 쌓는 건식 공법을 함께 썼다. 벽돌은 마치 목걸이처럼 꿰어져, 보는 각도에 따라 물결치는 것 같다. 벽돌을 잘 쓰지 않아서 일 잘하는 벽돌공이 희귀해진 요즘이다. 이치훈 소장은 “끈기 있는 시공사가 매일 현장에서 벽돌공·석공·금속팀 등과 협의하며 이 디테일을 풀어간 덕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건물은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최근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수상과 별개로 잘 지은 건축물이 동네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건축이 꼭 자연을 밀어내고 파괴해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 자연을 품고 더 만들며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은화 경제정책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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