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들의 비명] "취득세 공부하는 건 자격증 따고 이번이 처음입니다"


세무사들의 비명…납세자들의 절규 [전형진의 복덕방통신]


아파트 살 땐 오피스텔도 주택수 포함해 취득세 중과

오피스텔 살 땐 아파트 미포함…기존대로 4.0% 세율

누더기 세법에 업계는 '혼란'…납세자들 비용은 증가


     취득세를 공부하는 건 자격증 따고 이번이 처음입니다.


얼마 전 만났던 한 부동산 전문 회계사의 말입니다. 회계사들에겐 세무사 자격증이 함께 나오죠. 사실 취득세는 세무업계에서 부동산 세금 치곤 상대적으로 계산이 쉬운 세금에 속했습니다. 거래가액이 곧 과세표준인 데다 세율 구조도 비교적 간단했죠.


그런데 최근 들어선 반년 여 만에 두 차례나 급변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엔 4주택자부턴 4% 세율을 매기는 내용의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졌죠. 원래는 주택수와 관계없이 가격에 따라 1~3%의 세금을 부과했는데 집이 많을수록 무거운 세금을 내도록 하겠단 의미입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 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7개월 만인 ‘7·10 대책’ 발표에선 변화폭이 더 커졌습니다. 2주택자라면 비조정대상지역에서 기존대로 1~3%의 세금을 치르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선 8%로 세금을 정리합니다. 3주택자는 비조정대상지역에서 8%, 조정대상지역에서 12%의 세율을 적용받습니다. 4주택자는 지역에 관계없이 12%의 세율이고요. 그러니까 취득세도 지역에 따라 중과세율의 적용 범위가 달라진 게 핵심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발표한 개정안과 국회안이 달랐다는 겁니다.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분양권이나 입주권, 오피스텔도 주택수에 포함하도록 조문이 바뀐 거죠. 만약 오피스텔 2채를 보유한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산다면 종전엔 오피스텔을 제외한 1주택만 계산돼 1~3%(종전 3주택 이하 세율)의 취득세율을 적용받았습니다. 그런데 앞으론 오피스텔이 주택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4번째 집을 사는 것으로 간주해 12%(개정 4주택 세율)의 세율을 적용받는 거죠.


한 번에 이해가 잘 안 되시나요? 정상입니다. 세법이 그만큼 복잡해진 겁니다. 사실 이 같은 주택수 계산 방식은 취득세와 다른 세금의 큰 차이이기도 했습니다.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는 오피스텔의 실제 사용 목적에 따라 주택수에 가산합니다. 하지만 취득세는 사용 목적과 관계없이 업무용 건물로만 보고 주택수에 포함하지 않다가 이번에 바뀐 것이죠. 물론 8월 12일 이후 취득한 오피스텔부터 주택수에 포함한다는 예외 규정이 있긴 합니다. 


그럼 오피스텔을 살 때도 취득세가 오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납세자들이 혼란을 겪는 건 이 부분이죠. 오피스텔은 취득세 4.0%(원시취득시 2.8%)가 고정값입니다. 아파트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든 말이죠. 아니, 조금 전에 취득세율이 최대 12%로 크게 올랐다고 했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이번에 오른 건 주택의 유상매매 취득세율입니다. 오피스텔은 공부상 주택이 아닌 건축물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취득할 땐 인상된 취득세율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죠. 다시 정리하면 오피스텔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주택을 살 땐 그 전체가 주택수에 포함돼 세율이 오르지만, 반대로 주택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오피스텔을 살 땐 취득세율이 고정값이란 겁니다. 이해가 잘 안 되시나요? 정상입니다.



그래도 취득세 정도면 양반입니다. 양도세는 수학 올림피아드 수준이죠. 양도세 계산을 포기한다는 ‘양포 세무사’의 등장은 과장된 말이 아닙니다. 1주택자라도 집을 팔 때 판단해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조정대상지역에서 2017년 8월 3일 이후 취득했는지에 따라 비과세 조건이 2년 보유와 거주로 갈리죠. 갈아타기라도 한다면 새집을 산 지역과 시점에 따라 기존 주택을 매각해야 하는 시점이 3년, 1년으로 달라집니다. 9억원까지 비과세를 받은 뒤 초과분에 대해 할인받는 장기보유특별공제는 2년 거주 요건을 채운 뒤 보유기간을 따져야 합니다. 그런데 내년부턴 또 거주기간과 보유기간을 각각 따지도록 달라지죠. 하루 차이로 세금이 확 바뀔 수 있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양도세 계산 방식을 보면 매각 결정도 쉬운 게 아닙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세금이 중과되기 때문에 비조정대상지역 주택부터 파는 식으로 매각 순서를 짜야 합니다. 임대주택이나 감면주택이 있다면 이들은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세율을 또 다시 계산해야죠. 의무임대기간이 만료되거나 자진말소한 임대주택의 경우 등록 시기와 기간, 유형 등에 따라 세제 혜택이 다릅니다. 이것들을 정확하게 꿰지 않고 양도세를 신고했다가 세금을 덜 낸 것으로 결론이 나면 불성실가산세까지 내야 합니다. 물론 더 냈을 땐 알려주지 않지만요.




세무사들이 부동산 세금 계산을 피하려는 건 이렇게 복잡다단해진 경우의 수 때문입니다. 단순히 어려워서만이 아니라 납세자가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해서 사고라도 난다면 분쟁의 소지가 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세무사는 일시적 2주택 비과세가 될 줄 알고 양도세 신고를 했는데 납세자조차 보유 사실을 모르던 오피스텔이 툭 튀어나오면서 순식간에 비과세가 중과세로 바뀌는 경우죠. 큰 사건들의 경우 세금 3억~4억이 왔다갔다 합니다. 한 세무사는 “40만원 받고 세무상담을 해줬다가 가산세만 더 물게 됐다”고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사실 세무상담 비용은 부르는 게 값입니다. 일부 세무사나 회계사는 변호사처럼 성공보수를 받기도 합니다. 세금이 크게 발생하는 사안에서 절세 효과를 극대화할 경우 일정 요율로 보수를 받는 형태죠. 부동산 세법이 복잡해질수록 이를 다룰 수 있는 세무사는 줄어들고 그만큼 상담료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그 비용을 치러야 하는 건 누구일까요.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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