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도 그만 포기한 부동산 세금계산..."얼마나 복잡하길래"

[만물상] 세무사도 포기한 부동산 세금

"부동산 매도 전엔 적어도 세무사 3명 이상에게 상담받으세요." 어떤 세무사가 이런 조언을 온라인에 올렸다. 부동산 양도세제가 워낙 복잡해져 세무사 한 명으로는 틀리기 십상이다. 세금 계산 잘못해 낭패 보지 않으려면 아예 여럿에게 교차 체크하라는 것이다.

'양포 세무사'라는 말이 생겼다. 양도소득세 업무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뜻이다. 

수수료 수입은 똑같은데 양도세 계산을 잘못했다가 의뢰인한테 소송당하고 가산세까지 큰돈을 대신 물어줘야 할 판이니 아예 그 일을 기피한다. '양포 세무사 벗어나는 길'을 강의하는 스타 강사가 나오고, 세무사 회장단 선거에선 '양포 세무사 줄이기 교육 강화'란 공약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국세청이나 국토부의 담당 공무원마저 수시로 바뀌는 관련 규정집을 찾아보지 않으면 헷갈릴 지경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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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23차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 법을 바꾸는 바람에 부동산 세금이 난수표처럼 복잡해졌다.
집 한 채 사고판 가격은 뻔한데, 집이 몇 채인지, 어느 지역에 있는지, 얼마나 오래 보유하고 거주했는지, 매입 시점은 언제인지 등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은 제각기 다르다. 예전에 고작 서너 가지였던 1주택자 양도소득세 계산법이 지금은 열 갈래도 넘는다. 일시적 2주택자의 세금 계산은 더 복잡해 양도소득세를 내는 '경우의 수'가 30가지도 넘는다고 한다. 7월 한 달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온 인터넷 상담 신청의 75%가 양도세 문의였다.

9억원짜리 집을 팔면서 몇 백만원만 양도소득세를 내면 될 것을, 
절세해 보겠다고 법인 명의로 돌렸다가 바뀐 부동산 정책으로 10배 넘게 양도세를 물게 된 사람도 있다. 종부세·취득세·양도세를 한꺼번에 올리는 법안이 통과돼 양도소득세 최고 세율 72%에다 지방소득세 7.2%까지 붙으면 79.2%를 무는 경우도 생겼다. 다른 세금은 계산 좀 틀려 봐야 그리 큰 차이가 없지만 주택 양도소득세는 까딱 잘못하다가는 수억원, 10~20배까지 차이가 난다. 세금 전문가인 세무사들조차 벌벌 떠는 기피 대상이 돼버렸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조세의 기본 원칙으로 명확성을 꼽았다. 
우리 부동산 세금은 거꾸로 됐다. 집을 팔 때도, 증여할 때도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도무지 깜깜이 속이다. 아무리 불편해도 집값만 잡힌다면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그토록 규제를 때려도 집값은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무엇 때문에 세금을 누더기로 만들었는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것이 국민 심정이다.
조선일보 강경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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