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현산 책임론'만 외치는 산업은행


"아시아나 인수하면 HDC도 망하는데"... '현산 책임론'만 외치는 산업은행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 (22,750원▲ 300 1.34%)(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거부하면서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 선언이 임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시아나의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인수자의 책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상황 변화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그룹 전체가 부실에 빠질 위험이 큰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인수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은행이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인 기업 및 산업 구조조정을 책임지는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부실 기업을 떠넘기기 위해 정상 기업을 희생 시켜 결국 공멸 위기에 몰아넣는 행위는 산업은행의 설립 취지와 운영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산은 “아시아나 인수 무산 책임은 현산이 져야”/스페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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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의 대면 협상 요구를 무시해 온 현산은 지난달 24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측이 인수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12주간의 재실사를 요청했다. 금호산업이 지난달 14일 산은에 인수를 촉구하며 ‘8월 12일 이후에는 계약 해제와 위약금 몰취가 가능하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데 대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산은은 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거부했다. 오히려 산은은 인수자의 책임론을 부각하면서 현산에 ‘코로나 리스크’를 안고 인수 계약을 책임지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현산이 인수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인수가 무산될 경우 새로운 매수 주체를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지난 3일 "아시아나 정상화가 우선 목표이며, 시장 여건이 허락하면 재매각을 빨리 추진하고 제대로 된 인수 주체가 나타나서 관리하는 게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도 "현산이 인수하기로 했으니 책임지고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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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산은 "지난해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여러 상황(코로나 확산 등)이 발생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인수 조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산은 작년 12월 27일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2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현산도 가격 재협상 등 인수 조건에 대한 재협의를 요구한 상태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상황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연간으로 44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아시아나는 올해 1분기에만 29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선 이용객 수가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한 와중에 매달 인건비와 리스비 등을 포함해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고정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쌓인 부채만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채권단은 "인수가 완료되면 현산에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산 측은 "당장 인수 금액을 낮추지도 않은 채 산은의 모호한 선언만 믿고 불확실성을 감당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당시 예측할 수 없던 코로나로 상황이 180도 바뀌었는데 항공업 상황이 좋았던 작년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매기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다른 대기업 그룹 등 새로운 인수 후보를 물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지만 당장 새로운 인수자가 등장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항공업황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섣불리 인수합병(M&A)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 여파로 국제 항공이 언제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항공 전문이 아닌 기업이 인수합병에 나서서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내긴 어렵다"며 "자칫 잘못하면 그룹 자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경영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연합뉴스


인수가 무산되면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2500억원을 손해 보게 되지만, 내부에서는 채권단에 떠밀려 막대한 빚을 떠안는 것보다 인수를 포기하는 게 낫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산 자체의 실적 부진도 인수 포기 여론에 힘을 실어줬다. 현산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8% 감소한 1472억원을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M&A 전문 변호사는 "현산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2500억원을 날리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이유가 충분하다"며 "산은의 역할은 채권 회수에 앞서 기업을 살리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예측하지 못한 위기를 맞은 기업에 책임론을 들이밀며 매입을 강요하는 건 두 회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무책임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 사태만 아니면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블랙스완’(예측 불가능한 위험)으로 등장한 코로나를 감안할 때 산은은 현산을 비난하며 무조건 인수를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인수 후에도 지속 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인수 조건을 재검토하고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인수합병 주체들에게 시간을 벌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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