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최고 수준 건설현장 사고...왜 자꾸 일어나나


OECD 최고 수준 건설 현장 사고 왜 자꾸 일어나나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인공 의사가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와 더불어 일상적인 책임을 충실히 다하는 전문가다운 모습이 시청자들 마음을 움직인 경우였다. 지난 4월, 38명 생명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를 살펴보자면 건설 현장에서 '슬기로운 안전생활'을 실천하는 전문가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지난해 한 해에만 건설 현장에서 428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1명 이상 사망자가 나온 셈이다. 노동자 1만명당 사고 사망자 비율인 사고사망만인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자연재해보다 16배 많은 규모라고 한다.


정부도 사고 때마다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놓긴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이천 화재 사고 이후에도 관계 부처 합동으로 건설 현장 화재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적정 공사 기간 산정 의무화, 안전 전담 감리 제도 도입, 안전 관리 불량 업체 명단 공개 등을 비롯, 산업재해 등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다중인명피해범죄에 대한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 대한 구형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자리 잡으려면 몇 가지 더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첫째, 대책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와 달리 이번 공사 구조는 발주사가 전문 건설사업관리(CM·Construction Manager)사와 '건설관리형 공사감리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사 선정에서부터 기간, 품질, 안전, 위험 요소 관리 일체를 맡기는 구조로 진행됐다. 발주사는 건설공사에 대해 무지했고 전문CM사가 공사 전반을 관장했는데 사고가 나면 대부분 비난은 발주사에 돌아간다. 이런 구조에선 전문CM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 전문 CM사가 일상 책임을 소홀히 할 경우,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며 어떤 방책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


둘째, 서류 위주로 이뤄지는 현장 안전 감독을 현장 위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 기관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이천 사고 현장에서는 시공사가 서류상 약속과는 달리 협력 업체를 운영하고 관리하면서 일상의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협력 업체가 불법 하도급을 주고, 하도급 업체가 안전 관리 없이 작업을 하는데 지방자치단체 등 규제 기관 현장 지도는 서류 중심으로 이뤄져 실효성이 부족했다. 이런 기초적인 공사 현장 안전 관리가 충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 중심형 안전 전문가를 육성하는 양적·질적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안전은 기업은 물론 정부, 개인이 모두 함께 지켜야 할 사회적 가치다. 사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현장 감독자 안전 의식이 없이는 어떠한 규제도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이런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건설업체 스스로 안전하게 작업할 준비가 되지 않은 협력 업체나 작업자는 현장에 투입하지 않고, 근로자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작업 환경이라면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슬기로운 안전생활'은 이 같은 현장 안전 의식 변화가 일하는 방식 변화, 관리 방식 변화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안전 문화가 정착할 때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03/20200803036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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