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임대료` 입법 폭주 안 된다

[사설] `표준임대료` 입법 폭주 안 된다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를 담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고 세입자와 임대인 간 갈등이 커지는 와중에 여당에서 '표준임대료' 도입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더스쿠프

*표준임대료제

표준임대료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의 위치·종류·면적·내구연한 등의 기준에 따라 일정한 주기로 적정 임대료를 산정·고시하는 제도다. 표준임대료 자체는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표준공시가처럼 임대료의 기준점으로서 작용해 특정 범위 내에서만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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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표준임대료 도입 주장을 꺼내면서다. 지난달 중순 윤호중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2명의 의원이 표준임대료 도입을 담은 주거기본법·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지나친 직접적 가격규제라는 지적에 묻힌 상태인데 여당이 다시 밀어붙이기식 입법에 나서면 상황은 더 꼬일 것이다.

전월세 가격 인상폭 제한에서 더 나아가 아예 전월세 가격 자체를 정부에서 정한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삼게 해 집주인이 마음대로 임대료를 정하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인데 전월세시장을 더 위축시킬 게 분명하다.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일정액만 더해 분양가를 정하도록 제한하면서 주택공급이 감소했던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임대차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당국·지자체·시민단체·공익대표 등이 참여하는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해 표준임대료를 만든다 해도 임대인과 임차인이 모두 수긍하는 객관적·합리적 지표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결국 임차인에게 유리한 낮은 가격을 시장에 강제하게 될 텐데 그러다 보면 반대하는 임대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실 표준임대료 도입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이번 임대차법 개정과 함께 일시적 전월세 가격 폭등, 전세제도 축소와 월세 전환 가속화로 서민 주거 안정이 오히려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여당 의원들이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국회에서 심사·토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제도를 덜컥 도입·시행하고서는 또 다른 규제책으로 부작용을 땜질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으로는 임대차시장 정상화가 안 된다.

그러지 않아도 서서히 저물어가던 전세제도는 이번 법 개정으로 속도를 더하게 됐다. 이미 시장에서는 전세매물이 급감하며 반전세나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어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도 장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가 전월세 가격을 묶겠다고 나서면서 전월세 물량이 더 줄어들면 가격 상승 압력도 한층 커질 것이다. 자칫 전세나 월세 공급이 시장의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면 임대차시장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여당은 직시해야 한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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