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신도시說에…김포·파주·위례 '부글부글' ㅣ 패닉에 빠진 기존 신도시 후보지 주민들


4기 신도시說에…김포·파주·위례 '부글부글'


"교통망 개통 지연 못참아"


위례신사선 10년 넘게 '제자리'

김포 골드라인 경전철론 '한계'

옥정 지하철 연장도 늦어져


김포·파주 집값 회복세이지만 

신도시 나오면 '악영향' 우려

전문가 "기존 신도시 활성화를"


    “2기 신도시는 교통망 구축이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교통 체증에 시달렸고 집값도 안 올랐습니다. 최근 2~3주 조금 올랐다고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동시에 4기 신도시 조성 얘기까지 들리니 당황스러울 뿐입니다.”(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주민 A씨)


2기 신도시인 위례에 9일 광역교통망 구축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위례신도시 비상대책위 제공


수도권 집값 안정 목적으로 경기 고양 대곡, 광명, 김포 고촌 등 4기 신도시 추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김포, 파주, 위례 등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4기 신도시로 관심이 옮겨가면 장기간 지지부진하다가 반짝 상승세를 보인 아파트 가격이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김포, 파주, 위례 집값 상승세

지난달 ‘6·17 부동산 대책’ 이후 김포, 파주, 위례 등 주요 2기 신도시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규제지역 지정을 피한 김포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이달 첫째주(6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에 따르면 김포(0.58%)는 한강신도시 위주로, 파주(0.49%)는 운정신도시 위주로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신고가 단지도 쏟아지고 있다. 김포 풍무동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25일 6억3700만원에 손바뀜했다. 역대 최고가다. 대책 발표 전인 5월에는 5억8000만원에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김포 운양동 한강신도시롯데캐슬 전용 84㎡도 지난달 30일 4억9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호가는 최대 6억원까지 올랐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파주 운정신도시 목동동 ‘힐스테이트운정’ 전용 84㎡는 지난달 25일 6억48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위례신도시 부동산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성남시 창곡동 래미안위례 전용 101㎡는 지난 5일 15억95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를 마쳤다. 창곡동 위례센트럴푸르지오 전용 101㎡는 지난달 18일 직전 거래에 비해 3500만원 오른 13억3500만원에 팔렸다.



지지부진한 신도시 교통망 구축

2기 신도시 주민들은 “예정된 교통망부터 갖추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수년째 ‘교통 오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핵심 교통망인 위례신사선은 2027년에야 완공될 예정이지만 최근 추가역 신설 요청으로 개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지하철 8호선 추가역 사업은 완공 시기가 당초 2017년에서 2021년으로 미뤄졌다.


김포 한강, 파주 운정, 양주 옥정신도시도 교통망 구축이 늦어져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한강신도시는 신도시 지정 이후 16년이 지난 지난해 9월 김포골드라인이 개통했다. 하지만 경전철이라 출퇴근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운정신도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개발이 늦어지면서 서울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양주 옥정신도시는 도봉산옥정 광역철도 사업(15.3㎞)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부 구간 착공이 지연됐다. 개통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집단행동에 나선 주민들도 있다. 위례신도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25일부터 위례신사선 추가역 신설 요청 반대, 위례선 개통 이행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받고 있다”며 “10년 넘도록 교통 인프라에 진척이 없어 아우성인데 4기 신도시 얘기까지 나오니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급한 추가 신도시 지정 대신 교통망 구축을 통해 기존 신도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기 신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서울 인구 분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광역교통망을 신속하게 구축하고 2기 신도시 주변으로 소규모 택지를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정연일 기자 blacksea@hankyung.com 한국경제




“우리동네에 들어서면 어떻게 되는건가요”… 불안한 신도시 후보지 주민들


‘공급과잉이냐, 운집효과냐.’


    경기 광명이나 고양 대곡 등 정부의 택지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후보지에서 기존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를 두고 벌써부터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발굴을 해서라도 주택 공급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이후, 당국이 4기 신도시를 포함해 다각도로 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주민 일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공급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구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순히 악재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교통이 개선되고 인프라가 확충되면 주택 상품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규 택지 후보로 거론되는 지역. /그래픽=박길우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광명 일대 주민들은 광명이 추가 공급지로 지정되면 기존 집값의 향배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온라인 공간에서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초반에는 ‘공급에는 장사 없다’면서 공급이 늘어나면 기존 집값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1·2기 신도시인 일산과 파주 운정에서는 고양시 원흥동과 대곡역 인근이 예상 후보지로 거론되자, 반대 시위에 나서자는 등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까지 보였다.




이에 지역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홍정민 의원은 공동 입장문까지 내놓으며 우려 해소에 나섰다. 이용우·홍정민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고양시는 1기 신도시 이후 도시 노후화가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3기 창릉신도시 추진에 이어 다시 4기 미니신도시를 고려한다는 것은 도시개발 측면에서도 적절치 않은 계획"이라고 민심을 다독였다.


이어 이들은 "대곡 지역은 고양의 중심상업지구가 될 곳이고, 이미 땅 값이 높아 개발 경제성도 낮을 뿐 아니라, 수도권 서북부의 교통 중심망으로 산업의 중심이 될 곳을 주거 지역으로 만드는 정책은 옳지 않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18년 12월 정부가 3기신도시 조성(2차 수도권 주택공급계획)을 통해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에 대규모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남양주와 인천 계양 지역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지역민들은 "공급과잉 지역에 또 다시 공급폭탄을 터뜨린다"는 불만을 많이 갖고 있었다.


물론 다른 전망을 하는 이들도 있다. 4기 신도시 후보지역으로 거론된 하남 지역민들은 4기 신도시까지 배정되면 교통 인프라 확충이 속도를 낼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 지하철 3호선 하남 연장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는데, 4기 신도시가 만들어지면 이를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추가 공급을 지역의 악재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주택 공급과 함께 경제적 힘이 모이면서 집적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판교가 생겼다고 해서 분당 집값이 떨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동반 상승했다"면서 "고용과 주거라는 자족기능을 갖춘 권역을 이루면서 지역 가치를 키우고 시너지효과를 낸 사례"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거시설 확대로 인해 지역에 악재가 발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 "오히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광명, 시흥, 부천 등의 경우 인프라와 도시 규모를 키우게 되는 ‘플러스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흡입력 있는 신도시를 만들어야 긍정적인 효과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도시로 기업들을 유입시키고, 교통·문화 인프라를 대거 갖춘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무 교수는 "서울 등 도심과의 접근성과 연결성, 편의성을 제공해주는 게 수도권 신도시 주거기능의 핵심 요소가 된다"면서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고밀의 개발로 혜택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누리게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고준석 교수는 "GTX 등 교통망 확충이 시급하다"면서 "각종 행정 절차를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치밀한 계획과 함께 속도감 있는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허지윤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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