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전쟁을 하나?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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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전쟁을 하나?

2020.07.0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이 없는 날은 하루도 없었다.”

저널리스트이자 평화·반전운동가인 일본의 히로세 다카시(廣瀨隆 1943~)가 1984년에 쓴 책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에서 던진 말입니다. 왜? 그는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그것을 지향하는 인간의 의지 때문”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오자병법(吳子兵法)을 낸 중국 전국시대 병법가 오기(吳起 ?~기원전 381)는 전쟁의 원인을 다섯 가지로 압축했습니다. △지도자가 내세우는 명분 △이권 다툼 △악정의 누적 △내란·내분 △기근입니다.

지구촌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적이 덮쳐 반 년 만에 50만 명이 넘는 인명을 앗아갔습니다. 염불하듯 ‘평화’를 외쳐댔는데도 한반도는 북측의 ‘불바다‘ 위협에 오뉴월 서리가 내릴지도 모르는 공포로 뒤덮이기도 했습니다. 전쟁 없이 마음 편할 날이 하루도 없습니다.
피를 흘리지 않는 정치판의 싸움도 전쟁과 다를 바 없습니다. 여·야의 원구성 진통,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 4·15총선 ‘부정’ 시비, 현충원 친일파 파묘 논란…, 전쟁 의지만 없으면 평화가 오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투쟁의 파노라마입니다.

-“평화란 전쟁 끝에 잠시 찾아오는 소강(小康)상태다”

400여 년 전 일본의 도쿠가와(德川家康)막부(1600~1863) 초창기,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편의 서군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편 동군과 벌인 세키가하라 대전(1600년)에서 완패했습니다. 이후 서군의 전쟁 낭인들은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秀賴)가 지키고 있던  오사카(大阪)성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소강 평화론은 당시 오사카 서군의 군사(軍師)를 맡았던 사나타 유키무라(眞田幸村)의 논리입니다.

1614년 오사카 전투에서 동군의 병력과 전력에 비해 턱없이 열세인 서군의 지휘를 자청한 사나타의 결단은 전쟁을 지향하는 의지 때문이었을까요? 오히려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면 차제에 시국의 쓰레기(전쟁 낭인)들을 모두 모아 전국(戰國)을 청소하겠다는 소임으로 몸을 던졌다는 후세의 평가가 더 그럴듯합니다. 세키가하라 대전과 오사카 전투에서 승리한 도쿠가와는 사실상 막부의 기틀을 다졌고, 300년 전국시대를 종식시켰습니다. (자유칼럼 2012년 12월 13일 <정치 낭인 쏟아지나> 참조)

-“모험심 있는 또라이 지도자가 전쟁을 일으킨다.”

히로세 다카시에 지대한 영향을 준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 1780~1831)는 <손자병법>에 비견되는 전쟁이론서 <전쟁론>에서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있어야 전쟁이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3대 충분조건은 △적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 △승리로 얻는 물질적 이익 △망하거나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험심 있는 또라이 지도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욕심과 자만심에서 발생한 전쟁은 위대한 영웅과 장쾌한 서사시를 남기는 게 아니라 눈물과 고통과 피만 남긴다”고 역설했습니다.

12세에 프로이센 군에 입대한 클라우제비츠는 프랑스 혁명군과 벌인 라인전투(1793~94) 참여, 1801년 베를린육군대학 입학, 1812년 나폴레온 진격 직전 러시아 군 참모로 들어가 초토화 후퇴작전으로 나폴레옹 퇴치 기여, 1818년 육군대학 총장 부임 등 평생을 군무에 몸담은 군사 이론가입니다.
12년 동안 역사연구와 전략문제를 고증해 다룬 저서 <전쟁론>은 독일 군사전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전쟁 연구, 마르크스· 앵겔스· 레닌의 정치이론 도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콜레라로 숨지기 전까지 수많은 전쟁 명언을 남겼습니다.
-전쟁은 정치의 영역이다.
-전쟁은 우연의 영역에 속한다.
-군사행동의 원인 중 4분의3은 지극히 애매하고 불확실한 구름(일명 ‘전쟁의 안개’)에 잠겨 있다.
-불가능한 것을 얻으려고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을 놓치는 인간은 바보다.
-자신과 타인을 지배하는 데서 얻는 만족을 다른 모든 것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정신적인 허영심이다.

6·25사변(事變은 선전포고 없이 일으킨 전쟁) 70주년에 되새겨 본 전쟁 잠언은 이 밖에도 허다합니다.
-노인들이 전쟁을 선포하지만, 싸우고 죽어야 하는 것은 젊은이들이다.(허버트 후버)
-전쟁을 좋아하는 민족은 반드시 망하지만, 전쟁을 잊은 나라 또한 망한다.(리델 하트)
-평화적 수단으로만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는 머지않아 다른 나라에 흡수될 것이다.(리처드 닉슨)
-무기는 100년 동안 쓸 일이 없다 해도, 단 하루도 갖추지 않을 수 없다.(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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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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