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관계자 “셀 사업 접고 있다”…中 저가공세에 직격탄


[단독]中 저가공세에 꺼져가는 태양광… 대기업마저 셀 사업 철수 검토


회사 관계자 “셀 사업 접고 있다”
최근 산업부 주최 행사에서 밝혀

중국산 저가 셀 수입으로 선회한듯… 중소업체 폐업 이어 핵심소재 흔들
태양광 산업기반 도미노 붕괴 우려


    현대중공업의 에너지 자회사 현대에너지솔루션이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태양광 ‘셀’ 사업에서 철수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국내 폴리실리콘, 웨이퍼 등 태양광 모듈 주요 소재가 줄줄이 무너진 데 이어 그나마 기술 장벽이 높았던 ‘셀’ 사업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탄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현대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날 대전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 주최로 열린 ‘태양광 모듈 탄소배출량 산정 및 검증지침 제정안 발표 및 업계 질의응답’에 참석해 “회사가 셀 사업을 접고 있다. 탄소인증제 도입을 유예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현장에는 산업부와 에너지공단 관계자 및 태양광 업체 10여 곳이 참석했다.

 


이날 자리는 산업부가 이달 중순 고시한 ‘저탄소 태양광 모듈 지원에 관한 운영지침’ 등에 대한 태양광 업계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정부는 국내 태양광 제조업 기반을 보호하기 위해 저탄소 제품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탄소인증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중국산 제품들은 주로 석탄연료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평가하는 탄소인증제를 도입하면 중국 제품의 무분별한 수입을 막는 일종의 ‘기술 장벽’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현대에너지솔루션 측은 국산 셀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으니 탄소인증제 도입이 시급하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공식적으로 “셀 공장은 현재 정상 가동 중이며, 사업 철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태양광 업계에서는 사실상 철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중국산 셀을 수입해 영업마진을 높이는 쪽으로 선회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12월 기준 연간 셀 생산 용량은 600MW(메가와트)로 한화솔루션(4300MW)과 LG전자(2000MW)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태양광 업계는 국내 중소 셀 생산업체가 폐업한 데 이어 대기업 계열사도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저가 공세가 위험 수준이라는 시그널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셀 수입량은 51만6312k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50만5514kg) 대비 2.1% 소폭 늘어난 반면 수입액은 2012만7000달러(약 241억5240만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7.2%로 급감했다. 그만큼 중국산 셀 단가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셀이 국내 태양광 가치 사슬의 마지막 보루라는 점이다. 태양광 산업의 가치사슬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 폴리실리콘을 녹여 만든 ‘잉곳’ → 얇은 판 형태인 ‘웨이퍼’ → 태양전지인 ‘셀’ → 셀을 모아 만든 패널인 ‘모듈’로 이뤄져 있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경우 국내 최대 생산업체인 OCI와 한화솔루션이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 밀려 올해 초 사업을 접었다. 잉곳과 웨이퍼는 이미 대부분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모듈은 셀을 조립하면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셀은 ‘태양광 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핵심 부품으로 불린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셀마저 중국산으로 대체되면 사실상 한국 태양광 산업 기반은 무너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에 있어서 기존 친환경 업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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