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국가직무능력 시험 왜 있나"… `불공정`에 공분한 취준생


"취준생 일자리와 무관" 선긋지만
인건비 부담에 늘릴 수 없는 구조
취업한파에 "씁쓸" 허탈감 드러내
온라인 설문, 86% 반대·12% 찬성
"비정규직 처우위해 취준생 내친 꼴"


논란 커지는 '인국공 사태'
"노력없으면 대가도 없어야 합니다, 불로소득을 없애자는 게 현 정부의 주장 아니었나요? 이럴거면 국가직무능력 표준(NCS) 시험은 왜 있나요? 일단 다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뒤 그 가운데서 시험을 봐서 뽑아야 '정의'로운 것 아닌가요?"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취준생 이모 씨(25)는 이렇게 분통부터 터뜨렸다. 공기업을 1순위에 놓고 취업을 준비 중인 이씨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국가직무능력표준(NCS)와 전공시험 준비에 쏟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놓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땀을 흘려온 '청년들의 분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하나같이 "현 정부가 내세우는 정의가 정의롭지 않다"고 묻고 있다. '정불사정'(正不似正:정의라 하는데 정의같지 않다)이라는 반어적 지적이다.

정의롭지 않은 정의
청와대와 정부, 인천공항공사 측은 이번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 전환이 취준생들의 일자리와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사실 직군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지만 틀렸다는 게 청년들의 지적이다. 우선 장기적으로 공기업의 정규직 증가는 공기업 고질적인 비용증가로 이어진다. 매년 임금 인상과 복지 혜택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인건비를 한 번에 대폭 늘릴 수 없는 구조"라며 "정부와 공사가 당장 채용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변명 하지만 장기적으로 신규 채용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현재 정부는 노조 참여 범위를 대거 확대하고 있다. 당장 이번에 논란이 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은 1900여명으로 기존 정규직 인원(1400명)보다 많다. 정규직 총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전체 규모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고, 노조원 수가 늘면서 새로 다수가 된 노조원들의 기득권 다툼을 누구라도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이씨는 "안 그래도 없는 돈 써가며 자격증을 따고 토익을 보면서 취업을 준비 중인데, 공정한 경쟁없이 덜컥 공기업 정규직 자리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니 공부를 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허탈감을 드러냈다. 이어 "다른 공기업들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허탈감은 공기업 취업 준비생들만 느끼는 게 아니었다. 일반 기업체를 준비하는 취준생과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도 이번 사태의 정규직 전환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부조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취준생 박모(29) 씨는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규직이라면 인천공항공사에 보안요원이라도 좋다고 할 친구들이 적지 않다"고 한탄했다.

 


실제 지방자치단체의 환경미화원 공모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몰리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2월말 인천 서구의 환경미화원 모집에 2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당시 지원자 절반 가량이 20~30대였다고 한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일자리의 귀천을 떠나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책이 공직으로 안정적이면서 복지가 보장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기업과 사기업 모두 가리지 않고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 씨(26)도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채용공고를 내지 않고 있는데 심지어 대기업의 공채도 없어지는 추세"라며 "이 가운데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라에서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86% 취준생 "비정규직 정규직화 반대"
이 같은 취준생들의 '분노'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가입자가 56만명에 달하는 공기업 취업 커뮤니티 '공준모'(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찬반 설문'이 지난 23일부터 이뤄지고 있다. 5일이 지난 28일 정오를 기준으로 전체 투표자 2348명 가운데 2008(85.52%)은 '반대한다'에 투표했다. 뒤이어 '찬성한다'는 274명(11.67%), '모르겠다' 66명(2.81%) 등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국가가 나서 개인의 노력보다 감정적으로 모두가 같은 임금을 받는 것이 맞는다고 이야기한다면 앞으로 어떤 개인이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을 다 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비정규직의 힘든 근무환경과 노고를 폄하하고 싶지 않다. '위험의 외주화'도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 고민해서 나온 방법이 취준생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 누리꾼은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비정규직을 보호할 방법은 많다"고도 짚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납득할만한 기준과 절차'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누리꾼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논란이 커진 이유는 기존 직원 수보다 큰 규모의 비정규직 인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라며 "자칫 노조의 영향력이 한 쪽 직렬로 쏠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기존 직원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는 오히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책 자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규직화에 대한 합당한 절차 마련 △정규직화 된 비정규직의 타 직렬 전환 금지 등 정책 보완을 촉구했다.
김위수·김동준기자 withsu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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