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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단지 대책 무모하다

2020.06.30

남북한 사이의 전단지(삐라)전쟁은 해방정국에서부터 시작되어, 한국전쟁 때 절정을 이뤘다가, 역대 정권에서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중단되고 악화하면 되살아나는 단속적(斷續的)인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박정희 정부 때의 7·4공동선언을 비롯해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의 6·15공동선언, 노무현정부의 10·4 평양선언,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18년 4월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선언 등은 남북이 삐라와 확성기 등을 이용한 상호 비방행위의 중단을 약속한 문서들이다.

이들 문서를 휴지로 만든 것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비무장지대 목발지뢰 설치와 같은 북한의 무력도발이었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현존하는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 선언이 또다시 휴지로 되어가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초부터 여동생 김여정을 앞세워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온갖 비방을 자행하던 끝에 개성에 한국이 건립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에 이르렀다. 김정은은 여동생이 한 일을 몰랐다는 듯이 6월 23일 군사대결을 보류한다고 말했으나 그의 말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정부당국이 심리전의 하나로 북한에 전단지를 보내는 일은 21세기 들어 중단됐다. 탈북민이 주축이 된 민간단체들이 풍선에 실어 보내는 전단지뿐이다. 남한당국이 그것을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북한의 불만이다.

북한 당국은 남한에서 보낸 전단지에는 독약이 묻어 있어 집었다가는 손이 썩는다고 선전할 정도로 차단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단지를 집어드는 것 자체가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갈 정도의 중죄로 처벌되는 사회가 북한이다. 그만큼 취약한 사회라는 뜻도 된다.

북한의 대남 삐라전쟁이 위협적인 때가 있었다. 196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의 군부정권시대에 특히 그랬다. 권력이 부정부패로 얼룩지고, 언론이 통제되던 시절이었다.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어 유언비어가 기승을 부리는 틈새를 북한의 삐라가 파고들었다.

그때 그런 삐라를 주우면 당국에 신고해야 했고, 신고하지 않고 갖고 있었다간 지금의 북한처럼 불온문서 소지행위로 처벌받았다. 지금 남한 대통령을 비방하는 북한의 삐라가 서울에서 발견된다 해도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북측이 남한도 당해봐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에다 담배꽁초를 버려 쓰레기처럼 보이는 사진으로 만든 전단지를 보내겠다고 실물을 공개하며 협박하다가 실행하지는 않았다. 보내봤자 역효과만 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탈북민 단체가 제작하는 전단지의 주요 메뉴는 자신들의 탈북체험기, 북한의 3대 세습체제에 대한 비판, 북한의 인권탄압, 남한의 자유와 풍요 등 외에, 김정은 위원장의 방탕한 사생활 부분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북한 체제가 싫어서 탈북한 사람들이므로 북한에 관한 나름의 정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북한 권력자에 대한 반감이 큰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단지에 과도하게 감정이 개재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 당국이 신경을 써야 할 일은 바로 그런 점에 국한돼야 한다. 북한 당국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엄연히 우리 국민인 탈북자들의 사실에 입각한 주의주장까지를 범죄로 몰아 처벌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처사다.

정부 여당은 이들의 전단지 살포가 남북교류협력을 저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아예 전단지살포금지법을 새로 만들 태세다. 북한이 대북전단지 살포를 저지한다는 구실로 남한의 특정지역에 포격을 가한다면 우리 군도 대응 사격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것이 무력충돌로 번질 위험은 있다.

북한이 민간의 비군사적인 행위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응한다면 우리도 상응한 군사적 대응으로 맞서면 된다. 위헌적인 법을 만들거나, 해당도 없는 남북교류협력법을 임의로 적용하는 행위는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는 것이다. 그런 자세로는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 남북의 교류협력도 이뤄낼 수가 없다.

한국이 삐라에 면역력을 갖추게 된 것은 체제가 개방됐기 때문이다. 루머는 언제나 나돌지만 루머의 사실여부는 순식간에 확인되는 사회가 됐다. 북한이 한국처럼 삐라에 면역력을 갖출 때 진정한 남북의 교류협력도 가능해진다.

북으로 보낸 풍선이 남한에 떨어져서 전단지 뭉치에 사람이 맞아 죽을 수도 있다고 경기도지사는 말했다. 날아가는 기러기의 배설물이 얼굴에 맞을 확률과 같은 황당한 주장이다. 그러니 코로나19 방역에 쓰라는 긴급재난문자에 전단지살포금지 내용이 들어가는 난센스가 벌어진다.

정부 여당의 대북 전단지 대책이 무모하기는 북한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에 대해 할 말을 할 줄 아는 정부 여당이라야 북한을 변화하게 할 수 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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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종건

한국일보와 자매지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의 여러 부에서 기자와 부장을 거친 뒤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및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으며 현재는 일요신문 일요칼럼, 논객닷컴 등의 고정필진으로 활동 중입니다.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및 감사를 역임했습니다. 필명인 드라이펜(DRY PEN)처럼 사실에 바탕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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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gi, conpaper E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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