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20대] "그럼 연봉 수백억, 손흥민도 불공정" 인가


"축구 잘한다고 연봉 수백억, 손흥민도 불공정"… 2030 분노의 패러디

여권 '인국공' 발언에 비판 쏟아낸 청년들


    26일 청년 취업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에서는 종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 의원이 이날 인천공항 보안검색원의 정규직화 논란과 관련해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게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한 게 발단이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의원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불공정한 정규직 전환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 -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앞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이 '공정하고 투명한 정규직 전환을 위한 대국민 서명 운동'이라고 쓰인 팻말을 걸고 시민들의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직원 50명은 서울의 지하철역 9곳에서 서명 운동을 벌였다. /장련성 기자


네티즌들은 김 의원을 향해 "현재 의원님이 받는 세비는 (야당 후보보다) 득표 조금 더 했다고 받는 거 아닌가요?"라며 "그것도 불공정"이라고 했다. 한 네티즌은 월 1063만원에 이르는 국회의원 세비를 언급한 뒤 "의원님 먼저 연봉 3850만원을 받겠다고 선언하시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논란이 된 발언을 하면서 "2019년 기준 인국공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9100만원에 달한 반면 이번에 정규직 전환하는 분들은 3850만원 수준으로 설계됐다"고 했다. 이 밖에 "국회의원도 보좌관과 같은 월급을 받아라" "이럴 거면 앞으로 판검사 추첨하고 의사는 제비로 뽑아라"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공산주의가 됐느냐"는 글도 있었다.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김 의원이 과거 자녀를 해외 유학 보냈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설마 유학 갔다 왔다고 월급 2배 더 받는 건 아니지요?" "이런 유학도 불공정 아닌가요?"란 글이 올라왔다.

 


대학 커뮤니티와 취업 정보 카페 등 20·30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공간에선 김 의원을 조롱하는 패러디 글들이 쏟아졌다. 연세대 등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엔 "손흥민이 축구 좀 잘한다고 똑같이 90분 뛰는 K리그 축구 선수보다 돈 더 받는 게 불공정" "행정고시 패스 좀 했다고 공익근무요원보다 돈 더 받는 게 불공정"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대 커뮤니티에는 "문제(文帝) 폐하의 승은을 입어야 정규직이 된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기원전(Before Christ·B.C)'이라는 표기 대신 '문재인 방문 전(B.M)'을 쓰자" "로스쿨생도 변호사로 전환해주면 안 되느냐"는 댓글도 달았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인터넷 카페 '공취사' 회원들은 "이게 알바 천국이지 나라냐" "전환직이 경력을 쌓았다지만, 정규직이 인국공 들어가기 위해 투입한 시간이나 비용은 계산 안 하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청년들의 반응을 "언론의 잘못된 보도" 탓으로 돌렸다. 김두관 의원은 "취준생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것도 거짓"이라며 "정년까지 보안 검색 업무만 하기 때문에 사무직 위주인 정규직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심각한 고용 절벽에 마주 선 청년들의 박탈감은 이해한다"면서도 "'을과 을이 맞붙는 전쟁' '갑들만 좋아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을 공격하려는 보수 언론의 가짜 뉴스 때문"이라고 했다. 전날 같은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사안의 본질은 온갖 차별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출발한다"며 "공기업 취업 준비생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가로채 간다고 성토하고, 정규직 전환으로 연봉이 5000만원대로 오른다는 가짜 뉴스가 언론을 통해 유포되면서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야당은 "민주당의 황당한 인식이 청년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두관 의원은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정부의 정책이라면 무조건 찬성하고 보자는 충성심에 청년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라며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는 걸 문제 삼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로또 당첨되듯 하는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결국 이 정권에서는 아파트 사는 것도 로또이고, 정규직 전환도 로또가 됐다"며 "성실하게 노력하는 수백만 청년 세대의 절망감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아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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