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규제 한달 새 급랭 국면


토지거래허가제, 용산엔 찬물… 강남엔 부채질?


용산, 규제 한달 새 급랭 국면

인근 풍선효과 우려됐지만

매수문의 끊기고 거래 미미


강남, 허가제 예고에 정반대 양상

대치·삼성 최고가 거래 속출


전문가들 "강남 규제효과 미지수

대부분 주거지로 이슈에 변동성 커"


    "전반적으로 침체됐죠. 용산 철도정비창 개발 계획 발표 이전보다는 낫지만 딱히 좋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서울 용산구 이촌동 B공인 대표)


서부이촌동 일대 주택 전경. (사진=이춘희 기자)
 

정부가 서울 용산구 철도정비창 공공개발을 발표한 후 '시장 자극 우려'를 이유로 인근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지 한 달여가 지난 후 현지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은 용산 철도정비창 인근과 달리 학군 수요에 따른 매매·전세 수요가 많아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용산 철도정비창과 일대 13개 정비구역 총 0.77㎢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했다. 정부가 이에 앞서 6일 공터로 방치돼 온 정비창 부지에 대한 개발 계획이 공개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을 중심으로 투기적 수요가 유입될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내린 조치다.


이러한 방침이 알려지면서 반짝 달아올랐던 용산 부동산 시장은 급랭 국면에 접어들었었다. 용산구 한강로동 A부동산 관계자는 "당시에도 발표 직후 쏟아지던 매수 문의가 거래허가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뚝 끊겼다"며 "이후로도 시장이 많이 움츠러든 상태"라고 전했다. 이촌동 B공인 대표도 "살아날 줄 알았는데 다시 침체돼버렸다"며 "개발 계획 발표 이전보다는 분명 호가나 매매량이나 상승하긴 했지만 그렇게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촌동 시범중산아파트의 경우 풍선효과가 우려됐지만 거래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아파트는 시유지에 지어졌지만 지상권(건물)만 거래되더라도 가구당 대지면적이 18㎡ 이상이면 허가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체 228가구 중 39㎡(전용면적)와 49㎡ 84가구는 대지면적이 18㎡ 미만이어서 거래허가 대상이 아닌 만큼 풍선효과가 점쳐졌지만 거래가 끊긴 지 오래다.


함께 허가 대상으로 묶인 한강로1가 삼각맨션 중 대지지분이 적어 거래허가를 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35㎡도 오히려 규제 발표 이전인 지난달 6일 개발 계획 발표 당일과 8일 단 두 건만이 거래됐다.




인근 지역에 대한 풍선효과 역시 두드러지지 않았다. 같은 인접지 정비사업이지만 허가구역에서 제외된 이촌동 강변 66㎡는 지난 10일 7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4월 7억5500만원에 비해 25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동 동아그린 43㎡도 지난 6일 7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해당 면적은 2018년 9월 이후 계속 7억원대의 거래가를 형성하고 있다.



거래허가제도가 예고되자마자 오히려 매수세가 붙으며 신고가를 기록하는가 하면 허가제 시행 이후에도 대지지분 18㎡ 미만 주택에 대한 호가가 상승하고 있는 강남 토지거래허가지역과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정부가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을 예고한 후 이 일대에서는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21㎡ 35억원,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 84㎡ 28억1000만원 등 최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규제 시행 이후에는 적은 대지지분으로 거래허가 적용 대상이 아닌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27㎡,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31㎡ 등의 호가가 치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용산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도가 먹혀들었지만 규제 특성 상 강남 지역에서도 똑같은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용산은 일부만 주거지역이고 대부분이 재개발 중인 상업지역을 묶은 만큼 거래허가제도의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강남은 대부분 지역이 주거지로, 주거지는 허가제와 관계없이 이슈에 따른 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허가제가 성공을 거둘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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