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규제 이후에도 왜 더 올랐을까


규제 이후 호가 더 뛴 강남 아파트... "안전자산이면서 명품이기 때문"


   "매물이 있을 때 사자는 방향으로 매수자들의 마음은 돌아섰고요. 매도자들은 어차피 올해 보유세도 모두 내게 된 상황에서 급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도곡동 A 공인중개사 대표)


서울 대치·삼성·청담·잠실 일대에서 토지허가거래제를 시행하는 내용이 포함된 6·17 대책이 발표 되자마자 이들 지역에서 매물이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23일 토지허가거래제가 시행되면 전세 계약을 승계하는 형태의 매매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매수자들이 당장이라도 매수하는 편이 낫겠다는 결정을 내린 탓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조선DB


코로나 19 여파로 가격이 소폭 하락했던 강남 아파트 값의 호가가 당국의 21번째 대책이 나오면서 오히려 다시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 아파트 불패 신화가 점점 더 견고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도곡·개포 일대 공인중개사를 통해 매물을 알아보니 이들 지역 아파트 호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대치 삼성아파트의 전용 면적 97㎡는 23억5000만원에서 24억원으로 올랐다. 다른 매도 물건은 전부 보류됐다. 래미안 대치팰리스의 매물도 1~2건을 제외하고는 매가가 보류됐고, 그나마 있는 물건도 막상 계약을 하자고 하면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당국의 21번째 부동산 대책 이전에도 강남 11개구 아파트 가격은 소폭 오르는 모습이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올라 10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강남 11개구 아파트도 0.02% 올랐다. 이는 다주택자들의 절세 급매물이 소진된 데 따른 것이다.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한 긴장감이 풀어지고 5월 말 기준으로 다주택자 절세물건이 모두 빠지면서 안 그래도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었는데, 대책이 불을 부었다"고 했다. 서울 개포동의 M 공인중개사 대표는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사겠다던 사람들이 주말새 몰려와 계약을 성사시키고자 했지만, 몇 개 없던 매물들이 보류됐다. 매도자 우위 장세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아파트’라는 투자 자산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성격과 명품과 같은 ‘사치재’의 성격을 두루 갖추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우선 코로나 19 대유행(팬데믹)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높였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경제 위기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금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지 않는다. 그런데 강남 아파트는 유례 없는 코로나19 대유행(펜데믹)과 정부의 강력 규제가 겹친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은채 강세를 이어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 아파트는 최근 수요가 늘어난 미국 주식 등 달러자산과 더불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자산"이라면서 "정부 규제나 대·내외 경제 여건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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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금도 경제 위기 상황이 오면 가격이 떨어지지만 타 자산과 비교하면 덜 빠지는 ‘상대적 우위’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면서 "한국의 부동산 수요자들은 강남 아파트를 이와 같은 논리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정부 규제는 ‘사치재’로서의 면목도 부각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양도소득세율로 매물이 나오지 않도록 하면서, 대출 규제로 현금 부자만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게 한 결과다. 또 6·17 대책은 전세 계약을 승계하면서 매수하는 ‘갭투자’를 허용하지 않는 토지거래 허가제를 포함하고 있어 ‘사고 싶어도 쉽게 살 수 없는 주택’이라는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줬다.


도곡동의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곳에서 10년째 중개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젠 정말 어디까지 가격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제 매수자들도 세무조사에 대한 내성이 생겨 두려움이 적어진 듯하고, 대치동의 경우는 ‘살 수 있을 때 사야한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고 했다.

백윤미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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