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을 땅이 없다"..."아파트 지을 땅을 잡아라"


아파트 지을 땅이 없다


정부규제로 재건축사업 어려워져

건설사들, LH 공급 부지에 눈독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새집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는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지을 만한 땅은 점점 줄어드는 탓이다.


정부 규제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지자 건설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아파트 용지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경쟁률이 수백대1을 훌쩍 넘는다.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 사이에선 대형 마트 등 상업·업무용으로 쓰이던 부지를 사들여 주거용 오피스텔 등으로 바꾸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아파트 지을 땅을 잡아라"

지난달 LH가 진행한 경기도 의왕시의 한 공동주택 용지 입찰에는 건설사 276개가 뛰어들었다. 5만2642㎡ 땅에 아파트 952가구를 지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뿐 아니라 올 들어 LH가 공급한 공동주택 용지 16곳 중 군산 신역세권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입찰에 수십 업체가 몰려들었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일대 모습. 지난 3월 LH가 이곳에서 진행한 공동주택용지 입찰에는 건설사 268개가 참여했다. 정부 규제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지자, 아파트 지을 땅을 확보하려는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LH


양주 옥정(212대1), 인천 검단(268대1) 등 수도권 택지의 경쟁률은 200대1을 훌쩍 넘겼다. 충남 아산 탕정지구(251대1)는 후분양 방식을 적용해 자금 부담 우려가 있는데도 수도권 수준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2017년 평균 26대1이었던 공동주택 용지 경쟁률은 지난해 116대1까지 치솟았고, 올해는 평균 158대1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공공 택지에 몰리는 건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 등으로 재개발·재건축이 위축되며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재건축 사업을 대부분 대형 건설사가 독식하면서 중견·중소 업체의 먹거리가 더 줄어들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이 불경기라 대형 건설사가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소규모 정비 사업까지 진출하고 있다"며 "작은 건설사 입장에선 추첨으로 뽑는 공공 택지 외에는 사실상 아파트를 지을 땅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공공 택지 사업은 불확실성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정부와 LH 등이 토지 매입과 보상, 부지 조성 등의 절차를 마무리하고 공급하기 때문에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험이 낮다. 최근 청약 시장이 과열되면서 양주 옥정신도시 등 미분양이 많았던 지역의 아파트가 잇달아 완판되고 있는 점도 건설사 입장에선 호재다.


상가·사무실을 주택으로

부동산 개발 업체는 기업들이 내놓는 상업 시설이나 사무실 건물 부지를 사들이고 있다. 도심에서 더는 나대지를 구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건물을 헐고 주거형 오피스텔 등으로 다시 지어 분양하려는 것이다.


대형 개발 업체인 신영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9층 규모 오피스 빌딩인 성암빌딩을 사들였다. 이곳은 아모레퍼시픽이 사옥으로 쓰다가 2017년 용산으로 옮긴 후 임대 수익용으로 활용해왔던 곳이다. 신영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존 건물을 허물고 도시형 생활주택 등 주거 시설을 섞은 새로운 건물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말 진행된 홈플러스 안산점 부지 매각에는 신영, 피데스개발 등 대형 개발 업체 10여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피스텔로 변신한 홈플러스 중동점처럼 일반 상업 시설과 주거 시설을 섞어 다시 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는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SK주유소 부지를 사들였고, 피데스개발은 경기도 안양의 NC백화점 부지를 사서 주거용 오피스텔을 짓고 있다. 지엘산업개발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대형 스포츠센터를 헐고 주상복합시설로 바꾸고 있다.


업계에선 기존 시설들이 있던 곳이 도심 역세권이라 입주자 확보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수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사무국장은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에서 살고 싶어 하는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코로나 이후 대형 마트 같은 상업 시설은 더 위축되고 재택근무 여파로 오피스 공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론 이런 공간을 사들여 주거용으로 바꾸려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성유진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4/20200624003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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